(식물) 08. 녹색혁명은 누구에게 이득인가?
거대한 학문적인 성과와 다른 분야에서의 기술적인 진보는 선진 산업국들에서 식물 재배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부심을 느꼈다. 1950년대 이들은 국제연대를 맺어 다 함께 세계에서 기아를 퇴치하기로 했다. 대단히 수확량이 뛰어난 밀, 쌀, 옥수수 종류를 개발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었다. 온 세계의 농부들이 이 새로운 종류를 심게 될 것이었다. 현대적인 비료 방식과 농약들과 기술적인 농기계들의 도움으로 농부들은 이 식물이 농업 역사상 전에 없이 많은 수확하도록 할 것이었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3가지 곡물을 재배하면서 변화시키는 데 착수했다. 쌀은 필리핀에 있는 국제연구센터에서 연구되었다. 다른 팀들은 - 이들 중 많은 사람이 - 멕시코시티에 있는 ‘국제 곡물 개선센터’에서 밀과 옥수수 연구에 헌신했다.
그 이후로 밀과 쌀은 아주 값이 싸졌으며 무엇보다도 줄기가 튼실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이들의 줄기는 비바람에도 금방 꺾이지 않는, 말할 수 없이 커진 이삭을 달게 되었다. 옥수수의 경우는 이 전략이 잘 맞아들지 않았다. 작아진 이 식물은 그들의 잎이 서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으므로 수확이 궁색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들은 ‘밀집(密集)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는, 다시 말해 예전 종자보다 훨씬 좁게 붙여 심을 수 있는 새로운 옥수수 종류를 만들어 내었다.
이 새로운 종류의 곡물들과 현대적인 농업방식은 ‘녹색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은 전 세계적인 곡물 수확의 거대한 증가를 ‘녹색혁명’이라고 불렀다. 1960년부터 곡물 수확은 갑절이 되었다.
그러나 녹색혁명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기아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세계 인구가 멈추지 않고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인간은 아직 영양을 올바르게 분배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영양분이 부족한 곳에 이를 충분하게 심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인가? 선진국은 흥청거리고 개발도상국은 궁핍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
녹색혁명을 추진한 학자들은 정말로 인류에게 유익한 일을 한 것인가? 오늘날 우리는 ‘아니’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뜻은 좋았고 통계적으로 보자면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또한 그늘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고도의 수확을 내놓는 새 곡물들이 다량의 비료와 농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있다. 이런 까닭에 세계 농업의 대부분은 거대 기업 없이는 더는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다. 거대 기업은 종자로 쓰이는 곡물들을 공급할 뿐 아니라 기계, 비료, 성장조절을 위한 식물호르몬제, 곰팡이를 막아주는 농약 등을 모두 공급해 준다. 가난한 나라의 소규모 농부들은 이런 비싼 투입제들을 쓸 수가 없다. 하필이면, 절박하게 보다 많은 영양과 더 많은 돈이 있어야 하는 그들이 곡물의 진보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암담한 상황은, 이들 소규모 농부들이 번번이 경쟁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녹색혁명으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화학제품과 비료와 기계를 살 자본을 넉넉하게 가진 대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은 대규모로 영양분을 생산한다. 그리고는 상대적으로 비경제적으로 작업하는 소농들보다 싼값으로 영양분을 판매한다.
그리하여 일어나는 일은 오늘날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슬픈 현실이 되었다. 소규모 농부들은 물러나고 대기업이 그들의 땅을 사들인다. 이렇게 밀려 땅을 판 농부가 새로 지어진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는다면 그는 운이 좋은 것이다. 운이 나쁘면 그는 실업자가 되어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에 떨어진다.
말할 것도 없이 농화학 역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하수와 하천과 호수에는 비료에서 나온 질산염과 해충제가 들어있다. 그리고 이것은 영양 수단 자체를 망가뜨린다. 왜냐하면, 결코 해가 없다고 할 수 없는 이 독성이 우리의 영양들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과 동물은 음식을 통해 이 독성물질을 섭취한다. 이 독성물질들이 인체 내에서, 그리고 자연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들이 상호 작용하여 서로를 강화하지는 않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땅 주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은 의식적으로 화학비료와 살균제와 살충제의 사용을 포기하고 있다. 따라서 잘 조절된 유기 재배지에서 나온 곡물, 과일, 채소는 다른 경작지에서 나온 것들보다 덜 해로운 물질에 노출된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사람은 – 그럴 돈이 있다 하더라도 – 유기 식품점에서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 유기 식품은 대량 생산하는 대기업 식품보다 훨씬 비싸다. 이곳에서 사다 보면 어쩌면 그들의 휴가 여행이나 새 자동차와 컴퓨터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수잔네 파울젠(지음), 김숙희(옮김), 이은주(감수). 식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