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467〉
■ 천문대 (오세영, 1942~)
하늘나라 백화점은
도시가 아니라 한적한 시골에 있다.
온 하늘 찌든 스모그를 벗어나,
광란하는 네온 불빛들을 벗어나
청정한 산 그 우람한 봉우리에 개점한
매장.
하늘나라 백화점은 연말연시가 아니라
대기 맑은 가을밤이 대목이다.
아아, 쏟아지는 은하수,
별들의 바겐세일.
부모의 손목을 잡은 채 아이들은 저마다 가슴에
하나씩 별을 품고
문을 나선다.
- 2009년 시집 <바람의 그림자> (천년의 시작)
*어느덧 시월도 중순, 올 시월은 예년과는 달리 비가 많이 오고 흐린 날들이 많아 가을답지 않게 청명한 하늘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바쁘게 살면서 잊어버렸던, 아니 없어진 줄 알았던 별들이 대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교외에서는 여전히 머리 위에서 총총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지금 나이에도 밤하늘의 별을 보면, 어린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슴이 정갈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요즘 같은 시월의 맑은 어느 날 밤 한 번쯤은, 시골의 한적한 천문대에 가서 쏟아져 내릴 듯한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이 詩에서 시인은, 셀 수 없이 빛나는 별들이 보이는 천문대를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화려하고 다양한 상품이 진열된 백화점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합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가을날 가까운 천문대로 가서 쏟아져 내리는 수 많은 별들을 올려다보라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에게는 하늘에서 무수히 펼쳐져 빛나는 별들 중 어느 하나를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언급하면서 말이죠.
이 詩를 읽으며 생각해 보니 예전에 아이들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도 천문대를 방문할 생각에 미치지 못한 것이, 그리고 이젠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