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충통(萬事忠通)' 시대가 도래하는가.
지난 15일 단행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용태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인선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모두 충청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 비서실장은 충북 제천, 김 위원장은 대전 출신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충남 공주 출신이기 때문에
당.청의 핵심 '키맨'들이 충청 출신으로 포진했다.
여권 대선 후보 영입 1순위이면서 25일 제주 평화포럼 참석차 방한하는 반기문 사무총장(충북 음성),
영원한 충청의 代父 김종필(JP) 전 총리까지 포함하면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여권 내에서는 공공연히 '충청 대망론'이 거론되고 있고,
JP도 최근 '이제 충청에서도 목소릴 낼 때'라고 강조했다.
현대 정치사에서 언제나 영호남이 主演, 충청은 助演에 그쳤지만 바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인구수에서 호남을 제쳤다.
대전과 충남.북은 인구가 537만여 켱으로 광주와 전남.북의 542만여 명을 앞섰다.
의석은 호남이 28석, 충청이 26석으로 뒤지지만 인구 증가 속도를 보면 세종시 덕분에
다음 21대 총선에선 의석수도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또 그동안 JP라는 정치 거목이 있었지만 전국적 지지를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반 총장이라는 유력한 카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 정치사에서는 공격적인 영남 패권과 방어적인 호남 패권론이 항상 맞부딪치면서 정치 게임이 벌어졌다면,
이번엔 충청 대망론이라는 새로운 주체가 등장했다.
정차 이념적으로도 보수의 영남과 진보의 호남이 각을 세워 왔다면 중도적 성향의 충청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충청권 전체에서 14석, 더불어민주당은 12석을 얻었는데 어느 한 곳에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힘의 균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충청도 인사들을 앞세웠지만
뒤에는 완전히 TK(대구.경북)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고 한 것처럼 독자 세력으로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영호남의 종속변수였다면 이번에는 주도세력이 될 수 있는 주.객관적 요소가 갖춰진 셈이다.
그러나 대권은 당사자의 권력의지도 중요하지만, 타지역으로부터 고립되면 함들다는 것도 경험적 교훈이다.
이현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