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보러 갔다가 허탕치고 내려오던 날, 봄에 가끔씩 보이는 청띠신선나비를 만났습니다. 텃세권이 있어서 슝 날아갔다가도 금방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서 어렵잖게 여러 컷을 찍을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좀 멋진 데 앉아주면 좋으련만 계속 맨땅에만 앉아서 멋진 사진 찍기가 불가능했답니다. 원래 저렇게 휑한 땅에 앉는 녀석인지라 시간 내서 더 기다려봤자 말짱 도루묵일 것 같아서 걍 내려왔답니다. ㅠㅠ
다리가 네 개밖에 없는 네발나비과 청띠신선나비속 청띠신선나비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이 속에 단 1종밖에 없답니다. 날개를 펼쳤을 때는 날개 윗면이 검은빛에 가까운 짙은 갈색 바탕에 흰빛을 띤 푸른 띠무늬가 있어서 쉽게 동정할 수 있는데 날개를 오므리면 걍 갈색밖에 안 보여서 느낌도 칙칙하고 얼핏 보면 네발나비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 안 이쁘게 보입니다.
수컷은 물기 있는 땅에서 점유활동을 잘 하고 참나무 수액이나 썩거나 발효된 과일에 잘 모이지만 꽃에는 잘 날아오지 않아서 이쁜 사진 찍기는 어려운 녀석입니다. 청미래덩굴과 청가시덩굴이 애벌에의 먹이식물이라고 하네요.
2023.3.11. 부산 금정구.
남한에서는 매우 희귀한 '신선나비'와 닮았는데 날개 윗면의 가장자리(외연부)에 미색 테두리가 있는 신선나비와 달리 날개 윗면의 가장자리보다 안쪽(아외연부)에 푸른색 계통의 띠무늬가 있어서 이름이 '청-띠-신선-나비'인가 봅니다.
얼레지 피었나 보러 갔다가 허탕 치고 내려오는 길에 널따란 땅바닥에서 점유행동을 하는 녀석을 멀리서 찍었답니다. 예민하긴 해도 거의 같은 자리로 돌아와서 텃세권을 형성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면 이런 모습은 얼마든지 찍겠더군요. 참나무 수액이나 썩거나 발효된 과일, 습기 있는 땅말고 꽃에 앉아주는 일이 없다고 하니 이쁜 사진은 포기.
근데 날개 윗면은 이쁜데 날개를 접으면 어두컴컴한 갈색밖에 안 보여서 별로 안 이쁘더군요.
그나저나 언제쯤 북한 땅을 자유로이 밟고 그 귀한 신선나비를 만나볼까 생각하니 기대감보다는 절망감이 앞서네요. 한 민족으로서 감정을 갖고 접근하면 이용해먹는 북쪽 어리석은 지도층이 문제고, 북쪽을 무조건 적으로만 규정하려는 남쪽의 지도층은 자꾸만 강경 일변도로 접근하니 그 또한 문제고... 이러다가 북한을 중국 쪽에 빼앗길까 그게 가장 두려운 미래입니다. 100살까지 산다고 했을 때 과연 통일을 보고 죽을까 그런 상상을 해볼 때마다 어쩐지 한숨이 자꾸 쉬어지는 요즘입니다.
날개를 위로 완전히 겹쳐 포개면 네발나비처럼 칙칙한, 물에 젖은 낙엽 같은 느낌밖에 안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