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마음으로 삼보께 귀의합니다
부끄러운 일을 한 가지 쓰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제가 돼지고기를 먹고서 다치고,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안심정사에는 법안대사님의 지도 아래 지장경 기도하시면서 음식도 채식을 실천하는 불자님들이 많으시잖아요
저 역시 대사님 말씀따르며 몇년 전부터 집에서는 철저하게 무오신채 채식 식단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집에서는 김치도 무오신채 채식 김치를 구해 먹으면서 채식을 하지만
집 말고 밖에서 채식을 못할 경우에 고기음식을 먹게되는 날도 있어요...
외식할 때도 최대한 채식메뉴를 찾아서 먹으려고 하는데 그게 어려울 때도 있어서요
얼마 전에 돼지고기 음식을 먹고 와서 며칠 후에 요리 중에 손을 다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밤가위로 밤을 깎는데 밤가위에 손가락을 베였습니다
보통 밤가위는 칼이나 가위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설마 밤가위에 다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해봤는데
밤가위 날이 손톱 바로 아래 살을 깊이 파고들어서 상처가 꽤 깊었고 피도 많이 났습니다
며칠을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는데, 상처가 깊다보니 빨리 아물지가 않아서
일주일도 넘게 밴드를 계속 갈아붙이면서 지냈는데요
다친 자리가 손톱 바로 아래라, 밴드 붙이기도 애매한 위치에, 붙여도 밴드가 잘 붙어있지 않고 손씻을 때마다 자꾸 떨어져서
한동안 다친 손가락 때문에 불편하게 지냈습니다
그때 밤가위에 살을 벤 순간에
돼지고기 먹어서!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컵이나 그릇도 깨뜨리는 일이 드물었고
요리실력은 서툴러도 조심성은 있는 편이라서 칼이나 가위 같은 주방도구 사용하면서 다쳐본 적도 거의 없어요
그런데 칼도 가위도 아닌 사용할 때 위험함이 적은 밤가위에 그렇게 깊은 상처를 입다니~
며칠 전에 밖에서 돼지고기 먹은 것이 생각나고
육식의 과보를 참 빨리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혈을 한참 해도 피가 멎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는 손가락의 상처를 보면서
내가 먹고 온 돼지가 도축될 때 칼에 몸이 잘리면서 흘리는 피의 양은 ... 하는 생각이 나면서
이 정도 다치는 것은 돼지들이 도축되는 상황에 비하면 정말 너무나도 작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의 몸에 피를 내게 해서 얻는 음식을 먹고 왔더니
제 몸에도 피가 나는 일이 생겼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그나마 지장경 기도하는 불자라서 보호를 받은 면도 있었던지
칼이나 가위로 다쳤으면 훨씬 심각하게 다칠 수도 있고,
밴드 정도로 안되고 병원치료나 응급실 가는 상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손가락 끝에 작은 상처입는 정도로...
그야말로 경고 정도로 가볍게 다쳤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여겨졌습니다
물론, 불보살님들과 선신님들께 눈치는 많이 보였구요
그 일이 있고 한동안 반성하면서 밖에서도 컵라면을 먹으면 먹었지... 하고 고기를 최대한 안먹고 있다가
지난 주에 외식으로 또 돼지고기를 먹게되어서...
(자꾸 돼지고기를 먹는 이유는, 외식할 때 채식메뉴가 없고 육식메뉴뿐일 때
해산물과 돼지고기가 선택지로 있을 땐 개체수가 많은 해산물보다 희생되는 숫자가 적은 고기쪽을 선택하기 때문이예요)
또 고기를 먹고 와서 그날 저녁에!
씻고 잠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방 바닥과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어지러움이 크게 왔어요
예전에 상한 돼지고기 잘못 사먹고 체했을 때 증상이 딱 천장과 바닥이 팽팽 도는 거였는데 똑같이 그래서
아, 이번엔 또 돼지고기 때문에 체했구나 하는 걸 알았는데요
하룻밤 자면 나아질 줄 알고 어지러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자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침에 눈떴는데 똑같이 또 방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있어서~
겨우 일어나서 집에 상비약으로 사놓은 활명수 네 다섯 병을 시간차 두고 계속 마시면서 진정시키고
그래도 그 와중에 아침 수행도 하고 속이 나아지길 기다리면서 생각했습니다
돼지고기 먹고 와서 한 번은 손가락 다치고
한 번은 급체...
법안대사님 말씀대로 육식의 과보는 정말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에도 지장경 기도하면서 밖에서 돼지고기 먹고 오면 체하거나 아픈 일이 있었어요
지장경 기도하면서 제일 먼저 안먹게 된 게 해산물 종류였는데
독경하면서 해산물 비린내가 심하게 느껴져서 해산물은 자연스럽게 안먹게 되었거든요
고기도, 집에서 채식을 꾸준히 했더니 밖에서 조금만 먹어도 고기냄새가 좋지 않은 게 확 느껴져서
이제는 어쩌다 먹더라도 좋아하는 마음은 전혀 없이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먹는데
고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든, 좋아하지 않으면서 먹든 상관없이
육식에는 과보가 기계적으로 반드시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음식 먹을 때 감사공양기도 하고 먹는데요
채식이 아닌 고기나 달걀 같은 동물성 식품이 들어간 음식 먹을 때는
공양감사기도에 더해서 음식에 들어간 축생들을 위한 기도도 꼭 빼놓지 않고 하고 먹고요
아울러서 지장보살님께 청정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육식을 하게되어 죄송합니다, 좀 봐주세요...하는 말씀도 꼭 아뢰고 먹어요
지난 번에 제가 올해 지장기도 21일에 꿈 가피 입었다는 글을 썼는데요
기도일수를 빼먹는 상황같은 것은 불보살님들께서 봐주시기도 하시고 자비로우신 격려도 해주시는데
생명에 관련되어 고기 먹는 문제에 대해서는
불보살님들께서 봐주시고 안봐주시고의 문제가 아니고 기계적으로 인과가 작용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그래도 그 기계적 인과작용 중에서도 불보살님들께서 살펴주신 부분이 있으셔서
손가락도 조금만 다치고, 체한 것도 아주 심하지 않은 정도로
약하게~ 약하게 받은 것 같기도 하고요
체한 날은, 당연히 속이 좋지 않으니 그날 하루종일 활명수 마시면서 음식은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고
그 다음 날은, 전날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어지러워서 누워있느라 몸에 힘이 없어서 못일어나서요
일어날 기운이 없어서 또 계속 누워 있느라 돼지고기 먹고 체한 걸로 며칠을 안좋게 지냈는데
그 시간 동안 생활도 제대로 안되고, 하려고 했던 불교 공부랑 수행도 제대로 못하고, 누워서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낸 게 너무 속상해서
몸 아픈 것뿐 아니라 그런 것까지 손해가 막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기 먹은 건 잠깐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며칠을 끙끙 앓고 시간 허비에 일상 리듬 무너짐
물론, 사람에게 생명을 내어준 돼지가 잃은 것에 비하면 며칠의 과보라는 것이 참 하찮은 수준이지만
어쨌든 육식은 하면 필히 손해봄 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다져졌습니다
대사님께서 그토록 채식을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제대로 가르침대로 따르지를 못하고 나쁜 과보를 경험하였어요
제가 카페에 글을 여러번 써서, 보시는 법우님들 중에 혹시 저를 나름대로 신행을 잘하는 성실한 불자라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는데요...
사실은 저는 그렇게 완벽하고 철저한 신행을 하는 불자가 아니라는 점을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많이들 하시는 지장경 인시기도도 거의 못하고, 다른 분들에 비해 독경수를 아주 많이 하지도 못하고 있고,
지난 번 글에 썼듯이 그나마도 매일 이어서 하지도 못하고 중간중간 못하는 날도 있고요
채식을 하긴 해도 더러 철저히 지키지 못하는 때도 있는... 여러 모로 듬성듬성 빈틈이 많은 불자예요
구차한 변명같지만, 집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밖에 나가서도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육식을 안하려고 노력은 하기는 해요
젓갈 들어간 김치도 싫어서 한식 말고 이탈리아 식당 같은 데서 버섯이나 채소가 들어가는 샐러드에 토핑 치즈 빼달라고 하고 빵이랑 샐러드를 먹거나 (이탈리아 음식 안좋아하는데 젓갈김치 안먹는 방법으로)
콩만 들어가는 인도식당 채식 커리를 먹거나
서브웨이 같은 데서 치즈와 양파뺀 베지샌드위치 같은 걸 주문해서 먹거나
분식집이 있으면 몸에 안좋지만 라면을 먹는 등 최대한 채식에 가깝게 찾아서 먹고
누가 사준다고 해도 고기 종류는 단연코 거절하는데요
백화점 식당가나 번화가처럼 식당 종류가 다양한 곳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서 채식이 그래도 쉽지만
그렇지 않은 장소라든지 사정상 채식을 못할 상황이 아주 없게 되지가 않아서요...
저보다 더 채식하기 어려운 직장인 불자들도 완전채식하는 분들이 계신데 부끄러운 변명은 이만 하도록 하고
청정하고 올곧은 불자라는 말이 어울릴 수 있게끔 더더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여봅니다
이런 건 개인적인 일인데, 굳이 카페에 글을 쓸 것까지도 없고 혼자 반성하고 참회하면 되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저 나름대로 이번에 고기 먹고 어이없이 밤가위에 손을 베이고서 육식의 과보에 대해 느껴지는 것이 있었어서요
카페에 공개적으로 글을 쓰면, 저의 의지도 새롭게 세워지는 게 있기도 하고 (공개선언효과, 약속과 비슷한)
채식의 이로움에 대한 생각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소소하고 부끄러운 내용의 글을 써보았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첫댓글 법우님, 지금 손가락 베인 곳은 괜찮으신가요?
불보살님 가피로 즉득쾌차
기원 드립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완전 채식은 못하고 있는데 지장경 독경과
나모아미타불 염불을 하면서
체질이 바뀐것인지 돼지,닭을 먹으면 바로 배탈이 나서 고생을 합니다. 옛날에 그토록 좋아했던 삼겹살과 치킨이 지금은 맛있는 독이 된 현실이 웃기고 불보살님의
안배라고 생각됩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무더운 날에 건강 유의하세요
아미타불
손가락 다친 건 지난 달이라 지금은 괜찮아요~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장경 독경하는 분들은 몸이 육식에 거부반응이 생기는 과정을 많이들 겪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지장경 독경하면서 해산물부터 먹지 않게 됐는데
법우님께서도 꾸준히 기도하시니 고기 드시면 탈이 나시는군요
저는 삼겹살, 치킨 먹은 지가 과장해서 한 백만년은 되는 것 같아요~
마트 시식코너에서 굽고 있어도 지나치고 안먹기 때문에 먹어본 지가 꽤 오래됐는데
가끔 인터넷에서 동물들 쇼츠 같은 걸 보면 인간이 축생들을 음식으로 삼고 있지만
걔네들도 다 생각과 감정이 있는 개별 존재들이라
인간의 식량으로 키워지는 동물들은 살아서도 고생 죽을 때도 너무 불쌍...
저는 앞으로 불자로 살면서 어떤 동물과도 먹고 먹히는 관계로 안만나고 싶다는 생각이예요
가끔 의지가 부족해서 철저히 지키지를 못할 때가 있어서
저도 생각과 행동 일치가 안되는 부끄러운 점이 많은데요
그래도 채식해야한다는 생각은 늘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법우님, 염려와 빨리 나으라는 축원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
법우님께서도 언제나 건강과 행복이 넘치는 좋은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저도 법우님의 글에 완전 공감합니다
지장경기도 하면서 많이 하지도 않는 육식을 줄이거나 끊는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으로 육식을 안 하고 있는 지금
주변에서
걱정과 염려도 하지만
희한하게 어쩔수 없이 육식을 조금만 해도
꼭 무슨일이 생기더라고요
우연이라고 하기엔
그건 아닌거 같고
아무튼
요즘처럼 육식을 많이들 하는 시대에
나홀로 채식을 하는것이 쉽지 많은 않아요
그래도
최대한
채식으로 하려고 매일 신경쓰며 노력하고 있는 불자들이
느끼는 현상이 비슷한거 같아요
불자라고 채식하는분들이 많지는 않더라고요
불자라고 해서
채식하냐고 물어보면
별 희한한질문을 한다고 하는것처럼 생각하는분들을 보면서
이제는 그런얘기도 안하고
저희가족중에서도
채식을 하는 사람들만 하는데도
솔직히 쉽지는 않아요
채식만 해서 어떻게 체력을 유지하냐면서
걱정하는분들 얘기에 가끔은 저도 심난할때도 있기도 하지요
그래도
최대한 채식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불자로서
법우님의 고충과 애로사항에
완전공감하고 있어요
완전하게는 못 하더라도
최대한 채식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는 불자동지 이네요~^^
다친손가락도 언능 깨끗하고 낫고
컨디션도 좋아지시기를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
법우님~ 안녕하세요!
이번 글은 고기 먹었다는 실토가 되는 부끄러운 글인데 너그럽게 봐주시고 격려의 말씀 해주시어 감사드립니다 ()
실은 전부터 법우님께서 저를 "계를 지키면서 기도하는" 이라는 표현으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제가 부끄럽고 속으로 찔리는 때도 많았어요~
주로 채식을 하는 건 맞지만, 100% 완벽하게 철저한 채식생활은 사실 아니었거든요~
한식집에 갔다가 국 같은 데 저도 예상치 못했던 작은 조개 같은 게 들어 있기도 하고
모르고 시켰는데 비빔밥 위에 고기 부스러기 고명이 얹어 나오는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또 걷어내고 안먹는 투철한 의지는 없고 해서
이미 받은 음식이고 조금씩이니까 하고 그냥 먹고 오기도 해서요...
지난 번 글에도 썼지만 지장기도도 쭉 못하고 빼먹고 하기도 하고
불보살님 눈치 보면서 요령피우기도 하는 부족한 불자예요...
이번 글 쓰면서 스스로도 부끄러웠지만 여러 불자님들 앞에서 가식이나 위장의 모습이 되는 건 싫어서 솔직히 썼어요
그리고 법우님께서 주신 댓글 중에
"우연이라고 하기엔 그건 아닌 것 같고"
정말 저도 자주 느끼는 상황이예요
꼭 고기 먹고 탈나는 그런 것 말고도요
눈에 직접 보이는 건 아니지만~ 뭔가 분명히 법계의 작용과 개입으로 일어나는 것 같은!
그런 신통방통한 상황이 자주 자주 있어서 늘 불보살님들과 선신님들을 의식하고 사는데
그 와중에도 마음이 느슨해지는 때가 있어서
여러 모로 참 부족함이 많은 불자라고 생각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6.05.20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