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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과 함께하는 마음의 고향 무주선원
 
 
 
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 스크랩 혼자 지내는 49재(齋)
미타행자 추천 0 조회 379 13.12.22 07:10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혼자 지내는 49재(齋)

 

 

 

 

                                                                       
                                                                                                                                                  - 여강 최재효

 

 

 

 

 

 

 

 ‘열 손가락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
 아침 일찍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새로 만든 어머니 영정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어머님이 비록 미수米壽의 연령으로 이승을 달리했지만 나의 뇌리에는

연로하신 모습보다 중년의 한창 때 얼굴로 각인刻印되어 있다. 임종 직전 어머니

모습이 꺼려서가 아니라 내 뇌리에는 언제나 풋풋한 중년의 어머니 인상이 강하

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례식 때 사용하던 어머니 영정사진은 고향 형님이 보관하고 있어서 나는 내

가 보관하고 있던 어머니의 삼십 중반 때 찍은 사진으로 영정사진을 새로 만들어

야 했다. 따지고 보우리 눈에 보이는 만물의 형상(形象)은 모두 허상(虛像)이

아니던가. 어머니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하

고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약사님, 우리 아들을 살려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 아들을 살려주세요.”
 비에 흠뻑 젖은 여인은 밤늦게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세 살배기 아들을 들

춰 업고 약국으로 들어왔다. 뒤로 남편으로 보이는 지친 모습의 사내도 따라 들

어왔다. 여인의 파리한 얼굴은 눈물과 빗물이 범벅이된 채 반쯤 정신이 나간 듯

했다. 젊은 부부 일행은 하루 종일 여주읍내 의원과 수원 K병원을 전했지

떤 의사도 아기를 살려 내려고 하는 의지가 없는 듯 했다. 이미 아기는 거의 숨이

어가려는 위험한 상태였다. 할 수 없이 여주로 돌아온 여인은 마지막이라는

정으로 S약국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오늘 아침에 아기에게 젖을 먹인 뒤 아기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여인은 모내기

하는 아랫집 일손을 거들러 가야 했다. 큰딸에게 아기가 깨면 잘 달래주라고

신신당부를 한 뒤 서둘러 아랫집으로 향다. 한 식경食頃이 지난 뒤 아기는

잠에서 깨어 툇마루로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목이 말랐던 아기는 툇마루 한쪽

에 놓여있던 양잿물을 들이켰다. 아기의 자지러지는 소리에 뒤꼍에서 빨래를

하고 있던 아기의 누이가 달려왔다. 여인과 여인의 남편은 악을 쓰며 우는 아기

를 업고 읍내를 향해 달려갔다. 읍내 의원에서는 가망이 없다며 빨리 수원에 있

는 K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처사님, 어머니에게 공손히 잔을 올리시고, 삼배三拜하세요.”
 나는 어머니에게 잔을 올리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찰 보살

님의 도움을 받아 재齋를 지내면서 나는 속으로 수 없이 ‘아미타불阿彌陀佛’과

‘지장보살知藏菩薩’의 명호名號를 불렀다. 부처님을 애타게 부르면서 동시에

 ‘어머니, 극락왕생’을 빌고 또 빌었다. 주재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면서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위하여 아미타경阿彌陀經과 지장경地藏經을 독송하였다.


 슬하의 자식들이 함께 하지는 않았어도 또한 호화롭게 진설陳設을 차리지는

했어도 조촐한 나만의 사십구재에 어머니께서 흔쾌히 시식施食하시고 부디

극락極樂에 태어나셨으면 하는 나의 애원을 불타佛陀께서 아시리라. 두 시간

가까이 의儀式이 진행되는 동안 만감萬感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얘,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엄마는 이미 천국에 가셨어. 그런데 무슨 사십구재

야?” 어머니를 선산先山에 장례 치르고 삼우제三虞祭를 마쳤다. 나는 형제자

매, 형수, 조카들이 모두 모인자리에서 어머니의 49제(祭)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을 물었다. 상주喪主인 형님은 나와 누이들 눈치만 볼 뿐 아무 말이 없었고,

형수는 49제를 지내려면 7일마다 제(祭)를 올려야 한다며, 난색難色을 표했다.

믿음이 다른 두 누님들은 나에게 쓸데없는 짓을 하려한다며 안색이 변했다.


 형님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평생 조상신祖上神을 모셔온 어머니의 사

십구재를 반드시 지내드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하였으나 누이들과 형수는 반대

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고향집에서 삼우제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나는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가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여주 신륵사에 오래전 부터 아버

지의 성함이 올려져 있어서 요즘도 행사가 있을 때마다 편지가 배달된다. 


 “아마, 이 처방이 이 아기에게 마지막일 겝니다.”
 축 늘어진 아기의 몸 상태를 이리저리 살피던 초로의 약사는 여인에게 자초지

을 물어보고는 두꺼운 외국어로 된 서적을 뒤적거린 뒤 약을 조제하였다. 어

머니에게 젖을 짜내게 하여 약을 젖에 개어 타들어가고 있던 아기의 입을 벌리게

하고 흘려 넣었다. 아기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여인과 남자는 약사에게 고맙

다는 인사를 하고 부지런히 신작로를 걸었다.


 자칫하면 아기가 집에도 도착하기 전에 숨이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두

사람의 어깨를 짓눌렀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여인의 가냘픈 등이 땀

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핀 황학산黃鶴山에서 소쩍새가 처

량하게 울고 만월滿月이 걱정스러운 듯 시오리 신작로를 환하게 비춰주었다. 아

기 할머니는 장독대에 정화수井華水 올려놓고 천지신명께 빌고 있었다.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아금문견득

지我今聞見得受持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意” 내가 어머니에게 잔을 올

리는 동안 스님천수경을 독송하고 있었다. 종교가 뭐이건대 자식들 사이에서

도 어머니 49재(齋)를 의견이 갈린단 말인가. 다른 형제들이 어머니 49재를

외면하여도 나는 그냥 칠 수가 없었다. 독실한 신도는 아니지만 평소 자주

다니던 사찰에 들러 49드는 비용과 절차를 알아보고 혼자 지내기로 마음

먹었다.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내고 약사사 극락전極樂殿에 들었다. 이미 사찰측에서 준비

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온 나를 보살님과 스님이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먼저 극락전 주불主佛이신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에게 불공을 올리

어머니 영정사진을 단壇에 올려놓았다. 어머니에게 잔을 올리고 삼배를 하는

동안 주재 스님은 낭랑한 목소리로 아미타경을 독송하였다. 어머니에게 너무 죄

하고 송구하여 제대로 어머니를 똑바로  바라 볼 수 없었다.


 불경佛經에 여러 좋은 말씀이 많이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바로 천수

경에 있는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라는 부처님 말씀이다. 우리가 흔히 말

하는 겁劫이라는 세월의 단위는 한 세상이 열고 닫히는 기간이다. 다시 말해서

45억 년 전에 지구가 생성되고 다시 수십 또는 수백억년이 지나 지구가 삼천대천

三千大天 공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간이다.

백천만이란 100x1,000x10,000 = 1,000,000,000이 된다.


 그러니까 지구가 10억 번 생성되었다 사라지는 ‘백천만겁’, 그 까마득한 상상의

세월 속에서 부처를 만나고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로 만나는 인간의 인연을 설파

한 이 불경의 어귀語句가 참으로 경건하면서도 인연의 고리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영겁永劫이나 억겁億劫이나 하는 말을 함부로 쓰고 있다.

먼 훗날 내가 이승을 떠나 4대(수水, 지地, 화火, 풍風)로 화하여 한 점 먼지로 이

광대무변한 우주 공간을 떠돌다 어느 별에서 무슨 인연으로 어떤 존재로 다시 태

어날지 알 수 없다.


 반백 년전 나는 이 우주 공간 어느 곳을 혼백魂魄으로 떠돌다 내가 지은 선업先

業에 의해 어머니 자궁에 들어 삼선도三善道의 인연으로 이 지구에 사람으로 태

어났다. 또한 훗날 내이승을 떠나면 어떤 존재로 태어날지는 현재의 내가 짓

고 있는 업業에 의해 결정되어 진다. 선덕先德을 쌓으면 삼선도의 길을 걸을 것

이고, 악업惡業을 지었으면 삼악도三惡道의 길에 들어 지옥, 귀신, 축생의 몸을

받을 테다.


 불가佛家에서 49재의 의미는 사람이 죽어 이승과 저승의 중간단계인 중음신中

身의 상태로 있다가 죽은 지 49일 째 되는 날 새로운 인연의 길을 걷는 것을 의

미한다. 그 인연의 길이란 망자亡者가 생전에 지은 업業에 의해 삼선도 혹은 삼

악도를 말한다. 생전에 망자가 예수재豫修齋를 지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

은 경우는 망자의 자손들이 천도재遷度齋, 즉 불자를 통하여 49재를 지내주면 악

도惡道의 길을 피할 수 있다.


 ‘형제자매들이 모두 모여 어머니 49재를 지냈더라면 좋았을 것을......’
 혼자서 49재를 지내고 극락전을 나오니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분명 부처님

서 어머니 승천昇天하시는 길에 축복을 하시고 계심이 분명했다. 답답했던 마

이 홀가분해지는 느낌이 들기는 하였지만 가슴 한편에는 섭섭함이 자리 잡고

었다. 어머님도 자식들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고 싶었다. 나

혼자서 어머니 49재를 지낸 사실을 형제자매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막 차에 오르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미국에 출장 가 있는 딸아이가 보

낸 문자였다. ‘아빠, 할머니 49재 잘 지냈어? 미안해. 함께 못가서......’ ‘응, 잘 지

냈다. 큰 아빠, 큰 엄마 고모들도 모두 오셨어.’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함박눈이 내

렸다. 나는 한참 동안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열 손가락 깨물면 안 아픈 손

가락이 있을까.’ 눈물인지 눈물(雪水)인지 모를 액체가 내 양 볼 위로 흘러내렸다.

 

 

 

 


                                                                                                               - 창작일 : 2013.12.19. 14:30
                                                                                                                     인천 간석동 藥師寺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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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12.22 09:40

    첫댓글 아~감동적이군요.나무아미타불~

  • 13.12.22 12:21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왕생극락을 기원합니다....()...어찌 숫자를 논하리요.....

  • 13.12.22 22:53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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