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어린 시절 타잔을 즐겨본 이들이라면 두 타잔 주인공의 죽음을 보면서 남다른 감상에 젖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타잔, 제인, 치타...타잔이 '아아아'하고 외치면 달려오던 코끼리, 얼룩말들...타잔한테 만날 테러(?)를 당하던 불쌍한(?) 악어들...
그런데 타잔하면 나는 함께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원로배우 황정순(83)씨다. <올드보이>로 대한민국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최민식이 당시 공로상을 받은 황정순을 뵌 뒤 '목이 메었다'고 수상소감을 받은 그 배우다.
<인어공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도 "황정순 선생님을 뵈면 나는 아직 투정많은 배우"라는 소감을 밝히며 그에 대한 존경심을 밝힌 바 있다.
1943년 영화 <그대와 나>를 통해 영화계 데뷔한 황정순은 제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1957년), 대종상 청룡상 여우주연상(1963년), 제49회 연극 영화 무용 부문 예술원상(2004), 제3회 대한민국영화대상 공로상(2004) 등 오랫동안 한국영화계를 지켜왔다.
<창공에 산다> <장마> <망향> <오부자> <화산댁>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우리나라 영화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이런 황정순을 타잔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황정순의 특이한 영화계 데뷔 동기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때 영화를 보고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영화가 바로 '타잔'이다.
"타잔의 '아아아~' 한마디로써 정의를 위해서 동물들이 다 따라줘요. 드라마니까 조금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나오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미워지고 나중엔 정의가 이긴다는 게 어린 마음에 참 아름답게 보인 거죠. 어쨌거나 어린 마음에 그게 인연이 돼서 연기를 하게 된 겁니다."(황정순 TV 인터뷰 중에서)
황 여사는 중학교 2학년때 서울로 전학와 타잔 영화를 보러 가게 됐다. 그때 타잔과 제인이 아담과 이브처럼 남녀가 자연속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에 흠뻑 빠졌다고.
그나저나 떠난 허먼 브릭스와 고든 스콧을 생각하며 황정순 여사는 집에서 그 옛날 '타잔'을 돌려보고 있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