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38)
● 제2장 색한 서문경 14회
“자, 몸치수를 재야지요. 일어서세요”
금련의 말에 서문경은 그녀로부터 건네받은 두건을 탁자 위에 놓아두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금련이 잣대를 가지고 서문경 앞으로 다가선다.
“돌아 서세요”
서문경이 다소곳이 돌아선다.
“길이는 지금 입고 계시는 옷하고 똑같이 하면되죠?”
“예”
뒷깃에서부터 자락 끝까지 잣대로 잰다.
대나무 자와 함께 여자의 손가락 끝이 몸에 살짝살짝 닿자, 서문경은 절로 눈이 스르르 가늘어진다. 기분이 꽤 괜찮은 것이다.
다음은 소매의 길이를 잰다. 그리고 금련은 다시 서문경을 돌아서도록 한다.
이제 품을 잴 차례다.
“두 팔을 드세요”
서문경은 시키는 대로 두 팔을 옆으로 쭉 뻗으며 들어 올린다.
금련이 바짝 다가서서 잣대로 서문경의 한쪽 겨드랑이 밑에서 다른 쪽 겨드랑이 밑까지 잰다.
금련의 칠흑같이 검은 머리가 바로 서문경의 코앞에 와있다.
여자의 머리카락 냄새가 야릇하게 코에 스며든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과 목덜미에서 풍기는 분 냄새가 향긋하게 코를 찌른다.
다시 서문경의 두 눈이 스르르 감길 듯이 가늘어지며 콧구멍이 벌름거린다. 잣대를 쥐고 가슴패기에 살짝날짝 와 닿고 있는 여자
의 손가락 끝의 감촉이 또한 짜릿짜릿 하다.
그만 서문경은 꿀꺽 침을 한 덩어리 삼키며 들어올린 두 팔로 여자를 지그시 품안에 끌어 안아 버린다.
“어머나, 왜 이러세요?”
금련이 당황하여 잣대를 떨어뜨려 버린다.
“반금련씨,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
서문경은 품안에 든 여자를 은근한 눈길로 간절하게 바라본다. 목소리가 약간 열기를 머금은 듯하다.
“이러시면 안돼요. 놓으세요. 누가 봐요”
금련이 몸을 버둥거리며 남자의 품안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몸짓이 결코 격렬하지는 않다.
“보기는 누가 봐. 아무도 안 본다구요”
“이러시면 안된다니까. 점잖은 분이 아침부터 이게 뭐에요. 난 남편이 있는 몸이란 말이에요”
제법 행실이 곧은 여자처럼 차갑게 나온다.
“아, 그래요? 아침부터 이런다는 것은 좀 점잖치 못하고 말고요. 맞아요.
아침부터 너무 빠르죠. 허허허...”
서문경은 히들히들 웃으며 그녀를 풀어준다. “아침부터”라는 말에 일단 이 정도로 물러서야 된다고 재빨리 판단한 것이다.
오입쟁이다운 머리 회전이다.
첫댓글 금련이와 서문경 선수들 끼리
잘 만난듯.....누가 더 선수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