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작년 송년회가 끝나고 후배들과 몇차례의 술을 쏟아붓고도 정신은
맑아져만 갔다...항상 요맘때면 다가오는 전염병 같은 것....
새벽4시가 다 되어서야 10년의 가슴깊은 한을 기후에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기후의 힘을 빌어 10년만에 너를 보러 강천사로 차를 돌렸다.
항상1년마다 오는 강천의 언저리지만 정말로 너를 보기위해 거기까지는
차마 가지 못했었다...5시가 넘어 도착한 강천사...
기후는 언제 준비했는지 소주와 과일 몇개를 비닐에 담아 말없이
앞서간다..술이 그때서야 취하기 시작하며..비틀비틀 산이 나를 부른다..
구름다리 갈림길을 지나 팔각정쪽이 아닌 저수지쪽으로 접어들면서 10년전의 시간으로 정신은 걷고있었다...
91년 여름 몇번인가의 피부이식과 항암치료로 힘들어 있던 너를
친구녀석들의 모임에 초대했었다..친구부인도 있었지만 너에게는
별 거리낌이 없었다..
낮엔 즐겁게 이야기하며 놀았었고 밤엔 친구들과 소주도 한잔 하면서
...하지만 너는 이미 너의 갈길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만 아둔하지 않았던들..하지 말아야 할 말들..그리고 그후로도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 말.................
사랑한다..결혼하자..........청혼을 했었다.........
새볔녁까지 운명이 어쩌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면 어쩌는둥
하지만 너는 네 운명을 알고 있었다...후에 안 일이지만......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어느날 후배 정채에게서 전화한통을 받았다..
안례가 죽었다고...장난치는거라고 생각했다......
군대가기전부터 전대병원 피부과 조직검사도 따라갔었고...
말년휴가때인가 석계역근처 언니와살던 자취방에서 짐싸서 원자력병원도
같이 갔었지만 또 항암치료 때문에 가발도 쓰고 했었지만 나는 네가
그렇게 예정된 길을 걷고 있는가는 몰랐었다....
정신없이 간 곳은 남강병원 영안실...........
너는 그 곳에 있었다..여전히 예전처럼 반기지 않는 얼굴로....
너의 별명은 찬원이 형이 지워주었지..고장난 컴퓨터라고....
입력는 자꾸 내가 시키는데 출력은 항상 다른곳을 쫒고 있었지..
그게 86년.. 난 2학년 넌 1학년 때이니까..긴세월이지.....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때면 괜스레 공대 6-8층를 뒤져 헤메곤 했다
환경공학과 얘들하고 공부하는 너를 찾으러......
군에 입대하기 3일전까지 임원수련회에 참가 했었다...
저번 기수 회장이라서(?) ..물론 명목은 그랬지만...날 좋아하지 않는 너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 머리깍고 가고 싶었었다...
군대에서 몇 번의 편지를 보내고 받은 한통의 답장엔 더 이상 이상한
이야기 하면 다신 안본다는둥...그래서 한동안 탈영할까봐....
동향인 하사가 나를 껴안고 자다시피 했었다........
일병때 휴가 나와서 화순 적십자야영장에 임원수련회에 참가했었지...
누가보면 열성회원 이었겠지만 나는 너를보러 가는겄도 생각한거였다..
남강병원에서 사망신고가 끝나고 화장을 하기로 했다..
차마 무덤은 쓰지 못하고...재를 뿌려야 부모가 생각이라도 덜 나겠지..
화장터에 갈 땐 만원짜리를 많이 가져가야 한다.......
관을 화로에 넣기전에 망자의 여비라고 관위에 만원짜리를 일렬로
나란히 진열한다.....그리고 그게 빼곡해야만 잘 태워준다.
그렇게 화장을 하고 하얀 박스같은곳에 담겨져 동생 재상이의 손에
이끌려 강천사로 향하게 되었다....
화장하면 어디에 뿌리는게 좋게냐는 아버님의 물음에 난 지난 여름이
떠 올랐다..내가 운명이 어떻고 하면서 결혼하자고 했을때 너는 네
갈길을 알고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당황하고 힘 들었을까?..
알려줄 수 있는것도 아니고...별안간 그 지난 여름이 내겐 너무 미안함
으로 다가왔다....강천에 뿌립시다.........내가 제안했고....강천사는
여러번 동아리에서도 왔었기때문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리고 강천사의 저수지(수원지)까지 다 올라갈 때 까지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었다....죽음를 전해 듣는 순간부터..입관을거쳐 화장하고 올라간
그 순간까지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었다.....
수원지에 오르면 다리가 있다.......
저 끝에서부터 정채가 한줌..윤남이가 한줌....그리고 나에게 네가 왔다.
화장한지가 거의 두시간이 되어 가는데 너를 잡는순간 얼마나 따뜻하던가
나도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왔다...그리고 오열했다.........미안하구나..
이게 아닌데 ...정말 너에게 천추의 한을 지고 가게 하는구나.......
그리고 작년에 가기까지 너를 만나러 그 곳까지 갈 수없었다........
너를 뿌리면서 내게 다짐한게 있었다.........죽을때까지 너를 잊지
않겟노라고......그리고 네 몫까지 열심히 살거라고.........
그런데 10년만에 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치 못하다......네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그리고 너를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건 일년에 두어번 한달쯤 전염병처럼
왔다가는걸로 지금도 명맥은 유지한다.....
음력 4월16일이던가 너의 생일하고..네가 내곁을 완전히 떠나간 12월
18일......1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
내년 1월3일은 너를 만나러 다시 그곳에 갈겄이다........
그 때까지 나에게 많은것을 들려주게끔 생각좀 많이 해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