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늦가을비 추적거리던 날
2023년 10월 20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초엿샛날
어제는 아침나절에 시작한 짖궂은 가을비가
종일 추적거리다가 늦은 오후에서야 그쳤다.
뿐만아니라 오늘 새벽에도 또 제법 내렸다.
요즘 내리는 늦가을 비는 어디 한곳에도 쓸모
없는 비, 촌부는 이런 비를 일컬어 아무짝에도
쓰잘데기 없는 비라고 말하곤 한다. 정말이다.
농부들에게는 귀찮을 정도로 거추장스런 비,
그래서 싫어하는 것이다. 농사가 모든 끝나고
뒷정리를 하는 시기인데 비가 내리면 할 수가
없을 뿐더러 싸늘하게, 차갑게 기온만 떨구어
일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늘의 뜻을
우리네 인간들이 어찌 감히 거역할 수 있을까
마는 싫으니 싫다고 말하는 수 밖에...
어제는 딱히, 별로 한 일이 없다. 아니다.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서둘러 할 일도 없었지만...
아내는 이런 날도 있어야지 그냥 푹 쉬면 되는
것을 뭘 그리 일 중독자 마냥 안달복달이냐고
했다. 아내의 그 말이 옳고 맞는 말이기는 하다.
사실 춘천에 다녀올 일이 있긴 했었는데 굳이
힘들게 갈 필요가 없다고 하여 다행스러웠다.
추적거리는 빗길을 운전하는 것도 이 나이에는
만만찮은 일인데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고맙다.
아내가 시키는대로 그냥 푹 쉬었다.
잠시 읍내 우체국에 나가 등기속달 우편물을
보내고 오는 길, 아내가 제과점에 들려 맛있는
빵을 사서 담은 봉지를 주며 그렇게 심심하면
마실이나 댕겨오라고 했다. 언젠가 집에 왔던
마을 아우가 그 빵을 잘 먹더라며 샀다고 했다.
아내를 장평에 내려주고 마을 아우네로 갔다.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먹을 걸 잔뜩
내왔다. 평창읍에서 혼자 사시는 팔순 넘으신
장인어르신을 집에 모셔와서 아침에 생신상을
차려드렸단다. 정말 효성이 지극한 부부이다.
오래전에 효부상을 받았던 제수氏도 그렇지만
아우 또한 평소에 하는 말과는 달리 효심이 꽤
깊은 사람이다. 너무 정겹고 훈훈함이 엿보여
부럽기도 했다. 한편으론 뒤늦은 반성도 했다.
양가 아버님 살아생전에 조금이라도 더 살뜰히
잘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한 후회를
이제와서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마는...
저녁무렵 둘째네가 반건조 임연수와 닭강정을
갖고 집에 왔다. 웬것이냐고 했더니 바우골에
다니러온 조카 녀석이 고모, 고모부들 드시라고
속초에 낚시하러 갔다오면서 사왔다고 카페에
들려 놓고갔다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이 있듯이 아내가 저녁에는 닭강정과 있는
찬으로 간단히 차려 둘째네와 함께 먹자고 했다.
둘째네도 좋다며 그러자고 했다. 요즘에는 서로
저녁먹는 시간대가 달라 함께 먹는 것이 뜸했다.
둘째네가 카페를 운영하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어찌되었거나 조카 녀석 덕분에 아주 잘 먹었다.
쏘맥도 곁들여서... 아내가 SNS에서 이 일기를
보면 또 한 마디 하겠지? "무슨 자랑이라고 또
술 마신 것 까지 써놓았느냐?"고...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깊어진 가을 풍경!
오늘도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건강한 가을,
즐거운 가을 되세요.^^
박종선 지기님.
빠른 쾌유를 빕니다.
벌떡 일어나서 .
이 여인이 따라주는 커피 한잔 하셔요.
그러게 말입니다.
카페 모든 회원님들의 간절한 기도에 벌떡 일어나 특유의 미소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 촌부와는 광고회사에서 오랜 세월 함께 지냈기에 지금 이 상황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우리 모두 박종선 지기님을 위해 두손 모아 기도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뽀식이 저는 한번도 뵌적이 없지만~~
활동하시는 걸 창에서 뵈었는데.
갑자기 아쁘시다니.
어떤 상황이신지는 모르나,
기적의 치료가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