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석포역-승부역 트레킹
2012. 3. 3. (10:30~14:00) 꼭지와 둘이서
열차시간 : 06:20 동대구역 → 10:20 석포역
14:52 승부역 → 15:01 석포역 / 15:47 석포역 → 20:26 동대구역
승부역에 가면 어느 역무원이 지었다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처음엔 설마! 했는데 이길을 걸어보고서야 이 시비의 뜻이 마음에 와 닿았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대간할 때 태백산 구간을 마치고 춘양 도래기재로 차량회수를 위해 열차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그때 철암-석포-승부역을 지나면서 기찻길옆 풍경에 놀랐고, 낙동할 때는
통리역에서 석개재구간을 마치고 먹었던 석포역의 장풍반점 짜장면 맛에 놀랐다.
언젠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기차를 타고 올라와 이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영동지방에 많은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꼭지와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석포역에
도착하니 아쉽게도 눈은 내리지 않았고 간간이 진눈개비만 날렸다.
06:20 동대구역을 출발하는 무궁화열차는 영천-의성-안동을 경유하여
석포역에 도착하고, 15:47 석포역을 출발하는 열차는 문경-상주-김천-구미를
경유하여 동대구에 도착한다. 왕복 8시간이 넘는 열차여행인 셈이다.
기차여행은 익숙하지만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창문에 비껴든 햇살사이로 필름처럼 펼쳐지는 풍경들... 그리고 이야기
석포역에서 승부역까지는 12km, 걸으면 약 3시간 남짓 걸린다.
우리나라 최고 오지인 봉화 승부역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행되면서라고 한다.
철도는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따라 이어진다.
동쪽은 낙동정맥산줄기, 서쪽은 백두대간 산줄기가 감싸고 도는
천혜의 협곡사이로 산비탈을 깎아서 철길이 나있다.
강바닥에는 두꺼비, 사자, 코끼리... 동물을 닮은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고
강물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영동의 심장이 뛰는 소리일까...
폭이 좁은 도로
산비탈에 매달린 듯한 철로...
첫 번째로 만나는 승부리의 결둔마을, 과거 군대가 집결한 장소
였다 하여 '결둔'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승부'라는 이름은 옛날 전쟁
때 이곳에서 승부가 결정되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개짓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인적 없는 곳
물억새의 바람에 부대끼는 소리만이 스산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험한 산세를 뚫고 부설된 철도
처음에는 철암과 영주를 잇는 영암선이라 했다.
태백의 지하자원을 수송하기 위하여 1949년 착공하였으나 6.25를 겪으면서
1956년 1월에야 개통하였다. 해방 후 우리의 기술, 우리의 힘으로 만든 철도
였기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따스한 봄 기운을 만끽하며
승부마을 가는 길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하늘에서 첫 동네 승부마을
마을이래야 겨우 몇 가구 뿐
마을에서 내려와 승부역 가는 길
요새같은 터널속의 기찻길
터널에 울려퍼지는 영동의 심장소리
드디어 현수교 너머로 조그만 승부역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한 뼘의 땅도 소중해 보이는 승부역
자물쇠를 걸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설치미술가 김초희 씨의 작품'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무려 20년 가까이 승부역에 근무하다 퇴직한
어느 역무원이 쓴 한편의 시, 역사와 같은 이야기
승부역에서 분천역은 더 이상 길이 없다. 열차선로만 이어져있다.
열차는 터널을 통과하기도 하고 협곡사이를 겨우 빠져나가 분천역으로 간다.
자동차로 가려면 다시 태백을 에돌아 청옥산을 넘어 현동으로 가야 한다.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승부역 건너편의 용관바위
승부역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석포역으로 돌아와
낙동의 추억이 서린 장풍반점에 들렀다. 열차시간까지는
40여분이 남았다. 짜장면 먹을 시간은 충분하다.
짜장면은 주문하자마자 금방 나왔다.
'장풍'이라는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가는 세월만큼이나...
ㅡ END ㅡ
첫댓글 이거 검토를 잘해야하는데.....
부산서 함 가야해요... 지도를 통해 전략구축을 해볼려면 오늘 종일 걸리겠네요.
뭐 특별한 경치라기보다는 영암선에 얽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중간에는 쉴 만한 그늘도 없고 정자도 없고 승부마을 가기 전까진...
그만큼 오지중의 오지랄까.
단지, 자동차로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폭설이 내렸을 때 걸어볼만 하겠죠.
그때는 한 번 더 가려고 벼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