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895)... 4·19혁명 주역 尹埴 박사 별세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장암(大腸癌, Colon Cancer)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익(一翼)임을 자랑한다...(중략)...보라! 현실의 뒷골목에서 용기 없는 자학을 되씹는 자까지 우리의 대열을 따른다. 나가자! 자유의 비밀은 용기일 뿐이다.” 이는 1960년 4월 19일 서울대학교 문리대학생회가 발표한 <4·19 선언문>이다.
1960년 3·15 부정선거 직후 윤식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학생회장은 서울 시내 각 대학과의 연합시위를 기획했다. 윤식(尹埴, 1939-2023)은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동기생이었던 이수정(李秀正, 1940-2000) 전 문화부 장관에게 명문으로 꼽히는 ‘서울대 문리대 학생 일동’ 명의로 <4·19 선언문>을 쓰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윤식 회장은 4·19혁명 이후 서울대 민족통일연맹을 결성해 ‘남북한 서신교환’ 등을 주장했다가, 1961년 징역 10년형을 받은 뒤 이듬해 형(刑) 면제로 출소했다. 이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하와이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농업토목학과 농학석사, 자원경제학과 경제학 석사, 그리고 텍사스州 웨이크市 소재 베일러대학교(Baylor University)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로 임용되었으며, 학과장 및 학생처장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대학교, 인하대, 홍익대, 경기대, 국방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1978년 제1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신정우회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였으며, 이후에는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을 역임하는 등 연구기관에 몸을 담았다. 4·19민주혁명 이념을 계승·발전시키고 실천하기 위해 조직된 사단법인 4월회 회장을 역임했다.
최근 이승만(李承晩, 1875-1965) 전 대통령(초대, 2대, 3대 대통령 역임)의 148번째 생일인 3월 26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이 전 대통령 묘소 앞에 지난 1960년 학생 운동을 주도하여 이승만 정권에 반대하는 4·19 혁명에 참여했던 주역들이 ‘통합의 참배’를 했다. 또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이화장(梨花莊, 이 전 대통령 사저)에서 열린 탄생 148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이 대통령이 만든 토대 위에서 이뤄졌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와 윤식 국민대 교수와의 특별한 인연은 1970년 10월 필자의 혼인에 즈음하여 ‘함’을 신부댁으로 전달하는 ‘함(函)진아비’ 역할을 당시 동아일보 김담구 기자와 함께 해 주었다. 당시 장인어른(이종항 국민대 총장)과 장모님은 장위동에 위치한 2층 양옥집에 거주하여 주택가에서 조용히 함을 전달할 수 있도록 경북고 동창 두 분께 부탁했다.
또한 지난 2019년 11월 27일 12시 필자가 재경(在京)경북고39회동창회장으로 ‘팔순(八旬) 축하연’을 명동 로얄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했을 때 1969년에 결성된 동창회의 초대 회장을 역임한 윤식 박사를 초대하여 축사를 부탁했다. 애석하게도 윤식 전 국민대 교수는 대장암(大腸癌) 투병 끝에 2023년 3월 24일 별세했다. 필자 내외는 지난 3월 26일 오전에 주일예배를 마치고 오후에 강남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을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2030년 우리나라의 대장암(大腸癌, Colon Cancer) 발병 건수가 급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위암, 간암 등 주요 장기의 암 발생률은 꾸준히 줄고 있으나 대장암 발병은 오히려 증가추세이다.
2022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에서 247,952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는데, 그 중 대장암은 남녀를 합쳐 27,877건으로 전체의 11.2%로 3위를 차지했다. 남녀의 성비는 1.4:1로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발생 건수는 남자가 16,485건으로 남성의 암 중 4위, 여자는 11,392건으로 여성의 암 중 3위였다.
대장암 발생을 남녀를 합쳐서 연령대별로 보면 60대가 26.3%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24.0%, 50대가 20.3%의 순이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2022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 5년 상대생존율은 2016-2020년에는 74.3%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자 75.6%, 여자 72.3%로 밝혀졌다.
대장(大腸)은 소장(小腸)과 연결되어 있으며, 길이는 약 1.5-1.7m이다. 대장은 충수(蟲垂), 맹장(盲腸), 결장(結腸), 직장(直腸), 그리고 항문관으로 나뉘며, 결장은 다시 상행(上行)결장, 횡행(橫行)결장, 하행(下行)결장, S상(狀)결장으로 나뉜다. 직장은 결장 하부에서 항문 바로 윗부분까지 15cm 가량을 말한다. 항문(肛門, anus)에는 외괄약근과 내괄약근이 있다.
대장암(大腸癌)이란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발생 위치에 따라 결장에 생기면 결장암, 직장에 생기면 직장암이라고 하며, 이를 통칭하며 대장암 혹은 결장직장암이라고 한다. 전체 대장암의 약 2/3 이상이 직장과 S상 결장에서 발생한다. 대장암의 대부분은 선암(腺癌), 즉 점막의 샘세포에 생기는 암이다. 그 밖에 림프종(淋巴腫, lymphoma), 유암종(類癌腫), 평활근육종(平滑筋肉腫) 같은 것이 원발성으로 생길 수 있다.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김남규 교수 연구팀과 스포츠레저학과 전용관 교수 연구팀, 그리고 하버드대 부속 암전문병원 마이어하트 교수팀이 공동으로 총 4,131명의 대장암(大腸癌)과 직장암(直腸癌) 환자를 대상으로 1995년부터 2011년까지 분석한 결과가 SCI급 국제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가 당뇨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경우 사망률이 46%, 그리고 대장암의 재발률이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미만 남자의 경우 104% 사망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직장암 환자의 경우에는 당뇨병으로 인한 암의 재발과 사망률의 증가는 볼 수 없었다.
그동안 당뇨가 대장암 및 직장암 환자의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는 모두 대장암과 직장암 환자를 하나로 묶어 분석한 연구의 결과였다. 이에 대장암과 직장암 환자를 나누어 당뇨가 대장암과 직장암 환자의 재발과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은 세계에서 최초이다.
대장암은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한다. 즉 유전적인 취약성,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물 속에 존재하는 발암(發癌)물질 같은 환경적 요인들이 겹쳐지면서 정상 대장 점막의 세포에서 변성이 일어나 대장에 용종(polyps)이 발생하고 이것이 점차 악성화하여 그 일부에 암세포가 발생하게 된다. 더 진행되면 대장벽을 파고드는 침윤성 암이 되고, 나중에는 대장 이외의 다른 장기로 암이 퍼지게 되는 전이성 암으로 발달하게 된다.
전체 대장암의 약 10-30%는 유전적 요인이며, 약 85%는 환경적 요인으로 주로 식습관과 연관이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대장암에는 가족성 용종증과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 있다. 가족성 용종증의 경우, 20-30대에게 잘 나타나며, 95%의 환자는 45세 이전에 발병한다.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선종이 대장에 발생하여 설사, 복통, 직장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의 경우, 대장암을 포함하여 각종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질환이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하여 젊은 층의 대장암 발생이 늘고 있다. 대장암 발병은 육류 섭취량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즉, 과다한 동물성 지방과 육류(특히 붉은 고기) 섭취는 대장암 발생을 촉진하는 인자로 작용한다. 한편 식이섬유는 발암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며, 변비도 예방하므로 대장 점막이 발암물질과 접촉하는 기회를 줄여준다. 이에 매일 채소와 과일을 200g 정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대장암은 정상 대장점막에서 초기선종, 진행선종의 단계를 거쳐 대장암으로 발전하는데 대개 10-18년이 필요하다고 보고되어 있다. 정상점막세포가 용종(폴립)으로 변하는 데 7-10년, 용종이 암으로 진행하는데 3-8년이 걸린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전암 단계 또는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대장암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나, 한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은 없다. 그러나 평소의 배변습관과 달리 변비나 설사가 새로 나타나서 상당 기간 계속될 때, 수 주 또는 수 개월 이상 배가 자주 아플 때, 대변의 굵기가 가늘어질 때, 대변에 피가 묻거나 섞여 나올 때, 그리고 대변을 본 이후에도 잔변감이나 항문이 묵직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나이가 40세 이상이라면 대장암을 한번쯤 의심해 보아야 한다.
진단은 우선 환자의 복부, 배와 목 부위 진찰 및 항문직장 수지검사 등을 통해 전반적인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S상 결장경 검사는 직장수지 검사로 만질 수 없는 상부의 직장 및 S상 결장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대장암의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하여 대장조영술, 대장내시경,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경항문초음파, 양전자방출 단층촬영검사(PET-CT) 등 여러 가지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대장암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하여 조기발견 및 예방이 가능하다. 즉,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대장용종(大腸茸腫, colon polyps)이 발견되면 곧바로 조직검사나 절제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증상이 없는 50대 남녀에게 건강검진의 목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하면 20-30%에서 용종이 발견된다.
용종은 대장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혹이 되어 장 안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것을 말하며, 암이 될 가능성이 적은 과증식성 용종, 염증성 용종 등과 암으로 변할 수 있는 선종성 용종이 있다. 대장암은 대부분 암으로 넘어가기 전에 용종(폴립)이라는 양성 종양의 단계를 거치며,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데는 5-10년이 걸린다.
내시경검사로 용종이 발견되면 용종절제기구로 용종을 절제하고 조직검사도 할 수 있어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까지 가능하다. 용종을 완전히 제거하는 경우 대장암의 80% 정도를 예방할 수 있으므로 용종은 반드시 절제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검사를 해도 대장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중간대장암이라 부른다. 중간대장암 발생원인의 약 20%는 용종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불완전 절제가 원인이다.
검사는 대변잠혈(大便潛血)반응검사, 대장내시경검사 등이 있으며, 50세 이상이면 매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검사가 고통스럽다거나 내시경검사 준비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가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수면(睡眠)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한다.
초기 대장암의 대부분은 별다른 증세를 느끼지 못한다. 진단은 건강검진 시 분변잠혈 반응검사를 실시하며, 대변에 포함되어 있는 극소량의 출혈까지도 확인하여 대장암 가능성을 알 수 있는 간단한 검사이다. 그러나 대장암을 확인하기 위하여 반드시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내시경검사는 암의 존재 유무를 관찰함과 동시에 조직검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용종(폴립)이 있으면 절제하여 치료까지 할 수 있다.
대장암 치료는 내시경적 치료, 외과적 절제, 항암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로 나눌 수 있으며,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결정한다. 암이 점막 내에 국한되어 있으면 내시경으로 절제가 가능하지만, 점막하층 이상을 침범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수술은 대장암 부위를 중심으로 앞과 뒤 정상대장을 포함해 주위 림프절을 절제한다. 직장암은 수술 전에 방사선치료와 항암제를 같이 투여하는 병용요법으로 항문보존과 국소재발을 줄이고 있다.
대장암으로 인해 절제 수술을 받은 직후에는 빠른 회복과 합병증 및 감염 예방을 위해 충분한 영양 섭취가 필요하다. 섬유소는 용이한 배변 활동과 대장암 예방을 위해 충분한 섭취가 좋으나 수술 직후에 과량의 섬유소를 섭취하면 수술 부위가 잘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자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소량씩 섭취하다가 점차 회복하면서 양을 늘리도록 한다.
대장암 예방을 위하여 발병 요인을 숙지(熟知)하고 평소에 올바른 생활습관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야 한다. 대장암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잘못된 식생활과 생활습관이 발병률을 높이는 위험요소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장암 예방은 식탁에서 시작하여 건강한 식습관을 지켜야 한다. 또한 흡연과 과음을 삼가고, 비만인 경우 체중 조절을 하여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하여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정기검진을 통해 대장용종이 발견되면 제거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895) 2023.3.31. Facebook>
<사진> 고 윤식 박사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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