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월 한인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종신형이 선고됐으나 23년을 복역하고 풀려난 아드난 사이드(43)가 앞으로도 거리를 활보하게 됐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순회법원의 제니퍼 쉬퍼 판사는 6일(현지시간) 사이드가 "공공에 위험이 되지 않는다"며 "감형으로 정의가 더 구현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7일 미국 파트너 CBS 뉴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미 23년을 복역한 것으로 감형 취지를 살렸다는 것을 이날 재판에서 공식 확인한 셈이다. 쉬퍼 판사는 또 그에게 5년의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했다.
일찍이 검찰도 감형 요청에 동의했다. 피해자인 이해민(당시 19) 양의 어머니와 오빠가 동영상으로 연결돼 재판부를 향해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물론 사이드의 유죄 판결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날 재판결은 미성년자가 유죄 판결을 받아 교도소에서 20년 이상 복역하면 감형을 요청할 수 있는 메릴랜드주 법에 의해 가능했다. 범행 당시 사이드는 17세였다.
사이드의 고등학교 클라스 메이트였던 이 양이 갑자기 실종됐다. 3주 뒤 웨스트 볼티모어의 리킨 파크의 숲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이드가 목을 졸라 이 양을 살해한 뒤 묻었다고 자백해 이듬해 2월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두 사람이 결별한 뒤 이 양이 새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에 질투가 난 사이드가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복역 중이던 2014년 실화범죄 팟캐스트 프로그램 ‘시리얼’의 의문 제기로 사건이 재조명돼 증거 불충분으로 유죄 판결이 번복돼 3년 전에 석방됐다. 이 팟캐스트에 동의하는 팬들은 재판 기금을 8만 달러 이상 기부해 사이드를 응원했다. 하지만 메릴랜드주 대법원은 유죄 판결을 무효로 하는 결정 당시 이 양의 유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침해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사이드의 유죄 판결을 복원했다.
사이드의 변호인은 미성년자 감형 요건을 근거로 지난해 8월 감형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도 이에 동조했다. 이반 베이츠 검사는 “사이드가 미성년자였던 점을 감안해 감형을 지지한다”며 “사이드가 23년을 복역하며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출소 후 2년 이상 사회에서 재활을 해왔으므로 두 번째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무슬림인 사이드는 조지타운 대학 내 교도소와 정의 연구센터에서 일하며 틈틈이 어르신을 돌봐왔다. 이런 사이드의 태도가 이날 감형 판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피해자 이 양의 유족은 앞서 심리 과정은 물론 이날 선고 재판 일정도 미리 알려주지 않아 동영상 연결을 통해 재판에 참여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