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에 과징금 608억원…담합 아닌 부당지원 혐의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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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호반건설의 부당내부거래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6.1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반그룹을 제재하면서 이른바 '벌떼입찰'에 대한 처벌 기준을 제시한 가운데 향후 중흥·대방·우미·제일건설의 제재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벌떼입찰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이를 통해 계열사 간 부당지원이 이뤄질 경우 제재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호반건설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한 후 중흥·대방·우미·제일건설의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들은 벌떼입찰로 공정위의 감시망에 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벌떼입찰이란, 추첨제인 공공택지 당첨을 위해 위장 계열사를 대거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을 말한다.
공정위는 전날 벌떼입찰의 대표격인 호반그룹에 과징금 총 608억원을 부과했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입찰담합이 아닌, 부당지원 혐의를 적용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벌떼입찰 자체를 문제삼은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에 입찰담합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공공택지는 추첨 방식에 의한 입찰이라 사전에 낙찰자와 낙찰 가격 등을 의도한 대로 확정할 수 없다. 다른 경쟁자와의 합의가 아니라 본인 계열사들을 투입한 것이기 때문에 현행 법령상 입찰담합으로 보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 대신 공정위는 계열사 간 거래에 초점을 맞췄다. 당첨된 택지를 의도적으로 계열사에 양도하면서 부당지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호반그룹은 2010년 12월~2015년 9월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 등 9개 계열사에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를 양도했다.
택지를 양도받은 회사는 김상열 회장의 장남·차남 회사였다. 이 회사들은 능력이 부족했다. 과거 시행사업 경험도 거의 없고, 관련 인력도 부족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하지만 호반건설의 업무지원·인력지원, 무상 지급보증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시행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향후 공정위의 중흥·대방·우미·제일건설 조사에 있어서도 부당지원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떠한 방향으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국토부로부터 조치해달라는 의견을 받아서 지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벌떼입찰 행위 자체는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이 아닌, 검찰·경찰의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이미 광주경찰청은 올해 2월 중흥건설 대표 등 2명을 해당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벌떼입찰이 의심되는 13개사를 추가 수사의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