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겁과 한국 의료 엘리트
조선의 도사들은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를 찾아 전국의 심산유곡을 헤맸다.
여기서 말하는 삼재는 전쟁, 흉년, 전염병이다. 전염병 때문에 조선조는 상당히 시달렸다.
‘조선왕조실록’의 영조 26년 1월 기사를 보면 전염병 사망자 숫자가 나온다.
‘해주 등 11개 고을에서 45명, 관서는 865명, 영남은 함양 등 6개 고을에서 43명, 호서는 5089명, 경기는 2192명, 호남은 1650명,
관동은 1531명, 강도는 145명, 송도는 132명.’ 같은 해 2월 기사에도 사망자가 연이어 증가하고 있음이 나온다.
‘경기도 3487명, 강도에서 349명, 영남에서 1993명, 해서에서 464명이다.'
3월에는 역병이 크게 번져서 전국 사망자가 10만여 명에 이른다고 기록되어 있다.이후로 계속해서 7월까지
매달 사망자 수가 몇 만 명씩 속출하니까 영조 임금과 대신들은 전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여겼다.
이 시기에 대략 20만~3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여제(癘祭)를 지내는 일뿐이었다. '여(癘)'는 염병, 전염병을 의미한다.
'여제'는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인 여귀(癘鬼)에게 제사 지내는 것을 가리킨다.
당시 조선 인구는 700만명 규모였다. 역병으로 20만~30만 명이 사망한다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 충격이다.
치료법을 모르니까 오로지 역병으로 죽은 귀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나서 혹시나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은 얼마나 공포스럽고 답답하였을까.
조선 말기의 혼란 시기에 김제 모악산(母岳山) 아래에서 강증산이 등장하였는데,
이 강증산의 예언 가운데 주목을 끄는 대목이 바로 병겁(病劫)이다.
앞으로 전염병이 크게 유행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전쟁, 기근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병겁이라고 예언하였다.
'동서양의 전쟁은 병으로 판을 고르리라.' 전염병 앞에 동서양의 차별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전염병으로 인해 동서양의 격차가 줄어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병겁 시대에 대한 대비로는 의통(醫統)이라는 신통력을 갖춰야 한다고 내다보았다.
그동안 한국은 공부 잘하는 인재는 모두 의대로 진학하는 편중 현상을 보였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한국의 엘리트들이 의대로 몰린 탓에 한국 의료진의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버렸다.
거기에다 의료보험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한국 의료 시스템이 이번의 코로나19 전염병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게 ‘의통’이다.♧
♬-초혼(招魂)
첫댓글
그러니요
우리의 의료에 옛 역사를 봅니다
지금의 의료대란을 다시 생각하게도 합니다
우리들의 생명을 그렇게 귀히 여기셨던
우리들의 의료 역사 오늘을 생각하게 합니다
명절 잘 보내시고요
둥근 보름달 앞에 건강의 소원도 빌어 보시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