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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성범죄자정준영
안녕 여시들아
이 글은 야외 클라이밍 영업 글이야.
인생에 미련이 없어도 무조건 살고 싶어지는 운동
죽는다! 라는 충격과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운동
끝마치고 내려오면 내가 무사히 살아 돌아왔구나 피부로 와닿는 운동
야외 클라이밍을 이야기 하려고 해.
스포츠 클라이밍은 다들 알고 있지?
출처 : https://images.app.goo.gl/GfkUzYAKcq3pAqVR6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해 재밌고 생생한 후기를 듣고 싶다면 링크로 들어가서
기자가 체험한 스포츠 클라이밍 기사를 읽어봐(설명을 위한 글이 아니고 진짜 글이 재밌음)
‘클라이밍’이라 하면 대개는 아주 높은 벽에 줄을 매고 올라가는 걸 생각하거나(벽에 개미 아님. 사람 있어요)
영상이든 체험으로든 실내에서 붙는 그리 높지 않은 클라이밍벽을 생각할 거야.
물론 실내에서도 2층 천장을 터서 높은 벽을 만들고 줄 매서 올라가는 곳도 있음
어른용은 아니지만 애들 전용 키즈 놀이터? 키즈랜드 가면 있긴 있어
내가 설명할 것은 클라이밍 중에서도 ‘야외’ 클라이밍이야.
야외 클라이밍은 크게 2종류로 나눠.
처음부터 클라이밍을 위해 사람이 설계하고 지은 인공 암벽장부터 얘기할게.
하늘에 나무에 딱 봐도 야외지?
보통 15미터를 기준으로 수직벽을 지어놔.
생긴 건 대충 이래.
빨간 돌이 띄엄띄엄 있는 맨 왼쪽부터 스피드, 나머지는 리드라고 클라이밍 중에서도 과목을 나누듯이 종류별로 달라.
스피드 클라이밍은 말 그대로 빠르게 시간 단축을 겨루는 종목이다 보니 초보자가 하기엔 진입장벽이 있어.
다른 벽과 다르게 돌이 한 눈에 봐도 크고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지?
차근차근 한 손으로 잡고 한 발 올리는 게 아니라 저 벽에서 개구리가 폴짝 뛰듯이 점프점프 해서 벽을 올라.
혹시라도 궁금한 여시들을 위해 설명을 대신할 겸 영상 첨부할게.
https://youtu.be/PggA8ki47VQ
어마어마한 속도지?
아마추어는 도내 대회에선 13초로 상 타더라.
근데 15미터를 그것도 공중에서 뛰어가며 십몇초에 타는 건 진짜..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실제로 암벽을 눈 앞에 둔다면 열에 아홉은 미쳤다고 할 거야.
하지만 홀드(돌)의 배치가 정해져 있어서 나름대로의 공식을 따라 연습하면 얼마든지 탈 수 있어.
팍팍팍 차고 올라가는 스피드에 맛 들린 사람은 이것만 내내 타게 되는 중독을 경험할 거야.
그럼 이제 리드 클라이밍에 대해 설명할게.
압도적인 높이 때문에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뒷골이 당긴다는 리드 클라이밍
나는 여시들에게 제일 추천하고 싶은 게 이거야.
사진 보면 경사가 심하게 진 구간도 있고, 약간 기울어진 것도 있고, 바닥과 직각을 이루는 (수)직벽을 볼 수 있어.
아무래도 경사가 심할 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겠지?
수직벽은 내가 운동을 해 본 사람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 누!구!든!지! 할 수 있어.
당연히 높은 벽을 오르는 이상, 안전에 대한 기초교육은 무조건 들어야 하는 거고
처음 리드를 시작하는 여시들은 할 게 없어.
그냥 눈 앞에 있는 홀드(돌)을 손으로 잡고 발을 딛어 올라가기만 하면 돼.
*** : 영상 보면 선수들은 갈고리처럼 보이는 곳에다가 자기 줄 걸면서 가던데?
나 : 그건 선등이기 때문입니다.
선등이란 올라갈 때 자기가 줄을 하나씩 하나씩 걸면서 등반하는 걸 말해.
근데 이건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초보자 여시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을 거야.
줄을 걸면서 올라간다고 했지?
만약에 피치(줄을 걸 수 있는 곳)간의 간격이 5m씩이라 치자.
밑에서 한 번 걸고 그 다음 피치에서 줄을 걸려고 하다가 여시가 손이 미끄러워서 추락했어.
그러면 원래 걸어놨던 곳에서붙터 새 피치까지 5m + 줄을 걸기 위해 여시가 당긴 여유길이 + 추락할 때 여시의 몸무게와 떨어지는 속도만큼 늘어난 자일(줄)의 길이
= 초보자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서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겐 선등을 잘 안 시켜.
그러면 초보여시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선등자가 맨 꼭대기까지 줄을 걸고 내려오면 그 줄을 여시와 결합해서 올라가면 돼.
이걸 후등이라고 해.
후등은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고 눈 앞에 있는 홀드만 잘 잡고 올라가면 끝!
리드 벽이 높긴 하지만 (수)직벽인 경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2주만 지나도 곧잘 오를 수 있어.
그렇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3인 1조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오르는 사람, 밑에서 줄을 잡고 있는 사람, 그 둘을 예의주시하며 여차하면 줄을 잡고 있는 사람을 도와 같이 잡아주는 보조자
로 팀을 짓는 게 가장 안전해.
너무 겁나고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싶다면 올라가기 전에 줄 잡아주는 사람한테 미리 부탁하면 돼.
내가 너무 불안해서 누구 한명이 더 줄에 붙어주면 올라가는 내 마음도 편하겠다고 하면 기분 나빠하지 않고 흔쾌히 들어줘.
만약 나를 못믿어? 내가 못미더워?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멍청한 거야. 내 말 들어도 돼.
그럼 야외 클라이밍의 또 다른 매력인 자연암벽을 소개할게.
자연암벽이란 사람이 만든 인공암벽이 아닌 말 그대로 실제 산 속 바위나 절벽을 타고 오르는 걸 말해.
여기는 청송골에 있는 졀벽인데 실제 산 속 절벽 맞아.
벽의 결부터 다르지?
인공벽은 매끈하고 중간중간 벽끼리 이을 수 있게 나사로 고정시켜 놓는데 한 눈에 봐도 거칠거칠한 자연의 맛..
내가 가장 사랑하는 클라이밍이야.
자연암벽이야 말로 클라이밍에 미쳐 돌아버린 찐 고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
한 번 산 맛을 보면 돌아갈 수 없다고 자부해.
높이는 자연이란 이름답게 산마다 천지차이야.
낮은 건 8m 정도인 것도 봤고 심한 건 20m를 훌쩍 넘기는 것도 봤어.
ㅠ아무것도 없는 맨 절벽에서 어떻게 클라이밍을 하나요ㅠ
당연히 인공암벽장과 마찬가지로 자일(줄)을 걸 수 있는 고리형 나사가 다 박혀 있어.
벽은 자연이 맞지만 사람이 클라이밍을 하기 위해선 누군가가 피치를 계산하고 나사를 뚫어야 하는 게 당연해.
가장 큰 차이점은 인공암벽은 홀드(돌)가 대놓고 이거다 저거다 보이지만
자연은 그딴 게 어디 있어. 잡히는 게 홀드지.
인공돌은 잡는 손가락 갯수와 어느 방향으로 잡아야 하는지 명확한 반면에 자연은 초보자 눈엔 어디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감도 안 와.
그래서 쉽게 접할 수 없다고 느껴.
손바닥만한 큼직하게 툭 튀어나온 홀드? 그런 건 있을 수 없어..
만약 발견하고 좋다고 잡았다가 주먹만한 돌이 바위로부터 뚝하고 떨어질 수도 있어. 그러면 그 즉시 바로 추락하는 거야.
어떻게든 눈을 크게 뜨고 균열이나 바위의 돌과 돌 간의 단차를 발견해야해.
보통은 손가락 반마디~한마디 보다 조금 짧게 나는데 거기다가 발 끝을 올리고 손 끝으로 체중을 버텨.
손가락 한마디만한 균열이나 바위 단차가 있다? 그러면 거기서 햇반 돌려와서 점심 식사 가능.
이 남자가 뒷꿈치를 바위 단차에 올리고 있는데 저것도 넓어봤자 손가락 두마디보다 조금 더 될 걸?
사진 찾다가 본 건데
이런 벽이면 1박 2일동안 매달려서 밤새우기도 쌉가넝ㅠ
자연암벽에서도 줄 잡아주는 건 똑같아.
이렇게 등반자와 줄을 잡아주는 빌레이어가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 목숨줄을 다루는 빌레이어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어야겠지?
리드 클라이밍을 할 때 드는 생각은 와 이거 해내면 간지나겠당 하는 가벼운 마음부터 시작해.
정신 없이 오르다가 밑에서 이거 잡아라 저거 잡아라 알려줄 때 밑을 슥 보면 그제서야 내가 지금 상공에 있구나, 저 개미만한 게 나보다 훨씬 더 큰 사람들이라고?, 자일에서 왜 찌직 소리가 나지?(팽팽하게 당겨져서 그럼. 문제 아님), 나 ㅈ된 거 아녀?, 도랏네 미쳤지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이거 떨어지면 바로 즉사 아님?, 미드소마에 추락씬 생각나고 손발이 벌벌 사지가 후달달 종아리에 긴장성 쥐가 나고 머릿속엔 오로지
이 생각 밖에 안 들어.
나는 첫 도전에 1홀드 1시발 외치고 올랐거든.
살아야지 반드시 살아돌아가서 집까지 무사히 귀가해야지 나는 지금 죽기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살자 살아서 돌아가자
이 생각만 들어.
손에 땀이 왜 그렇게 많이 나는지 다리는 왜 이리 경운기 마냥 달달 떨리는지 얼굴이 사색 됐지만 끝까지 올라가.
그럼 빌레이어가 하강하라고 외쳐.
그땐 두 손 두 발 다 떼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그냥 놓으면 되는데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어떤 사람은 하강하려 마음 먹는 것만 5분 넘게 매달리기도 해.
그땐 빌레이어를 믿고 다 놔버려. 확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텐션을 엄청 세게 줘서 말 그대로 대롱대롱 그 위치에서 매달리는 거거든.
거기서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는 거야.
번지점프 아님.
그렇게 내려오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혼비백산 얼굴로 터덜터덜 몇 발자국 못 걷고 털썩 주저 앉음.
뉴비들 처음 체험하고 오면 다 똑같아. 내려오면 영혼 빨린 시체처럼 혈색 없이 털썩 쓰러짐.
그러다 재미 들려서 고인물 되는 거지.
리드 클라이밍을 하려면 무조건 필요한 게 있어.
*전용 암벽화(종류와 가짓수는 운동화만큼 다양하고 가지각색이야)
맨발? 운동화? 런닝화? 절대 안돼.
발코에 경화고무처리를 해놔서 좁은 지면을 체중 전부를 실어 버틸 수 있거든.
*하네스
이런 거 아니라노ㅠ
어깨와 허벅지 전부를 연결하는 전신 하네스도 있지만 작고 균형 유지가 어려운 유아나 아동이면 모를까..
초등학생이든 성인이든 다 고간을 중심으로 하체에만 하네스를 매.
만약 추락한다고 해도 머리 뒤로 몸이 확 안 뒤집어지니까 안심해도 돼.
이렇게 초크를 담은 작은 가방을 하네스 뒤에 달고 올라가면서 한번씩 손 넣어서 땀을 없애줄 수도 있어.
*자일(줄)
맨 꼭대기 갈고리마다 줄이 걸려 있지? 누가 걸어놓은 거니까(후등) 걸려 있는 자일이랑 하네스랑 매듭 짓고 홀드 잡고 올라가면 돼.
저 줄이 동앗줄이 아니고 탄성이 강한 줄이라 사람이 추락하면 그 무게만큼 매듭이 꽉 조여져서 절대 풀어지지 않아.
매듭만 똑바로 지었다면 절대 줄이 풀리거나 끊겨서 떨어질 일이 없으니까 안심해도 되는데
사람 심리란 게..ㅎㅎ 불안해서 나도 떨어질 때마다 비명 내지르고 욕도 해.
*킥도르
줄 걸어야 살잖아요?
벽에 박힌 나사에 윗부분을 걸고 자일은 아랫부분에 통과시켜 걸어줘.
개패구에 스프링이 있어서 줄을 집어 넣고 통과시키면 찰칵 하고 자동으로 닫히니까 자일만 잘 통과시키면 끝!
*확보기
하강기라고도 하는데 밑에서 줄 잡는 사람이 맨손으로 잡을 수는 없겠지?
빌레이어가 (안전)확보기를 통해서 추락 시 감당할 무게를 제동 걸어주면 원래 세기의 1/n정도로 줄어들어.
이것도 수동/자동으로 나뉘는데 사진은 자동이라서 빌레이어가 손을 다 떼고 있어도 줄이 술술술 딸려 올라가는 일은 없어.
당연히 경험이 많은 사람이 빌레이어가 되겠지만 익숙함에 속아 아주 기초적인 걸 깜빡하는 경우도 있어.
예를 들면 확보기를 거꾸로 착용했는데 등반자는 이미 10m이상 올라가 있는 상태라든지..
그러면 줄이 술술술 딸려 올라가.. 떨어지면 그대로 머리가 깨지거나 불구가 되거나.
며칠 전에 실제로 내가 봤는데 밑에 있는 사람들끼리 아연실색이 돼서 등반자가 당황할까봐 알리지도 못 하고 성인 3명이 맨손으로 줄 잡고 버텼음.
그래서 등반하기 전에 등반자, 빌레이어 둘 다 서로를 확인하는 게 필수야.
나는 쌉고인물한테 확보기 잘못 착용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가 내가 잘못 본 거라 머쓱했었는데 장하다고 칭찬 받았어.
앞으로도 잊지 않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철저하게 확인하면 사고 안 나.
났다 하면 죽는 거지만..
자, 오래 기다렸다.
그럼 나는 야외 클라이밍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 뭘 어떻게 하면 되냐?
1. 실내 클라이밍장에 등록해서 회원이 된 후, 정기 야외등반 모임에 따라 간다.
내가 다닌 암장은 센터장이 정기적으로 야외를 나가는데 그때 가고 싶은 사람도 같이 따라가면 경험 삼아 가 보기에 좋았어.
2. 회원들끼리 야외 타러 간다.
인공암벽장이든 자연이든 단체가 아니어도 2명 이상이면 타게 해줘.
우리집 근처 기준 일일 이용료 3천원도 안 되는 이용료고 야간 개장도 하니까 2명만 있어도 실컷 잘 타고 다닐 수 있어.
그렇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3인 1조가 원칙인 거 잊지 말고.
그래서 달랑 혼자 간다? 관리하는 분들이 허가도 안 해줄 거고 그대로 집 가야 해.
혼자 빌레이도 보고 등반도 할 수 있는 장비가 있긴 하지만 그건 쌉쌉고인물이 주장비 보조장비 세이브장비 이중삼중으로 안전 확보하는 전제 하에 가능이라 여시들이 할 수 있을 가능성은 미미하지.
3. 경험차 한 번만 겪어보고 싶은데?
물론 가능하지만 말처럼 간단하게 저 이거 10분만 탈게요 할 순 없어.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야외 암벽장은 단발성 체험이 가능한 경우도 있어!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 보면 잘 나와 있고 전화 한 통만 해서 물어봐도 알려주실 거야.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울산 울주군에 있는 국제 클라이밍장에서 이런 체험 클래스를 진행했던 걸로 기억해.
다른 곳도 있을 거니까 집 근처 암벽장을 잘 찾아봐.
지금이 딱 시즌 들어갈 때라서 이제부터 야외 나가는 사람들 많아.
올해부터는 나 같은 젊은 여자 클라이머들을 야외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길 바라며..
3시간을 바쳐 이 글을 마침.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