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바람 따라 흐르듯 오늘은 왠지 바람처럼 번개팅 모임으로 도봉산을 가고 싶었다. 집을 나오니 구름이 하늘을 살짝 덮었다. 불볕더위는 구름에 숨어버리고 산행하기 좋은 날씨를 선물로 주신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후덥지근한 날씨는 온몸을 짜증 서럽게 만들고 괴롭힌다. 정신세계까지 혹독한 고문을 준다. 내가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도봉산을 가기에 마음까지 호강시켜버린다. 기쁜 마음으로 잠실역까지 무언가를 설계하며 걸었다. 롯데월드 만남의 장소를 가자 누가 나의 뒷모습을 보고 부른다. 뒤를 돌아보니 서석태 회장님이시다. 산행을 함께 한번 했지만 오랜 세월 사귄 사람보다 더 반가웠다. 잠시 후 한분 두분 모여 여덟 분이 모였다. 오늘은 도봉산의 웅장한 모습과 근엄한 모습을 생각하며 전철을 탔다. 건대역에서 내려 도봉산행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재미있는 이야기에 취해 깐 밖 지나쳤다. 아마 오늘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려나 보다.
도봉산 입구 매표소에 도착하니 기다렸다는 듯 반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내려도 그 비를 맞으며 도봉산 산행을 기어코 강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비를 입고 거기다 우산까지 쓰고 콧노래를 부르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많이 가물었나 보다. 개울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거의 마르고 없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온몸에선 땀이 흐르기 시작하다. 지금 습도가 70%라 한다. 푹푹 찌는 듯한 날씨 산행을 한다는 자체가 무리인 것 같다. 그래서 쉬엄쉬엄 올라가며 오늘은 어릴 적 엄마의 품에 안겨 마냥 즐거워하듯 도봉산 산행을 기쁨으로 승화시켜보자! 도봉산의 크고 넉넉한 품에 안겨 세상의 모든 것 다 잊고 맑고 깨끗한 정신세계를 만들어 보고도 싶다. 제멋대로 자란 울창한 나무는 맑은 공기와 피톤치드를 배출해 마음에 향기를 넣어 기쁘게 해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한참을 오르다 보니 삼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천축사로 해서 마당바위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신선대와 자운봉으로 가는 길이었다. 우리 일행은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를 한참을 망설였다. 글을 쓸 욕심에 먼저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천축사 쪽으로 오겠지 하며 내 생각이 앞서 먼저 걸어 올라갔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일행이 한 분도 보이지를 않고 오르지 혼자 산에 올라가는 것이었다. 이제는 일행과 잠시 순간의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고독을 씹어가며 산을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일행들께 괜스레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혼자서 아름다움에 도취하고 매미 소리 새소리에 넋이 나가 무아지경으로 빠지고 말았다. 눈으로는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귀로는 신께서 내려주신 신비로운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드디어 천축사까지 왔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수백 개의 불상을 모셔놨다. 이곳은 내가 30년 전 사랑하는 집사람과 와보았던 곳이라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천축사 경매를 들렸다. 법당에서는 스님께서 설법 중이시다. 좋은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를 한참을 서서 들었다.
"천축사"에 대해 알아본다 도봉산 천축사에 관해 인터넷의 두산백과에 의하면 대한불교 조계종 직할 교구로 조계사에 속해 있다. 북한산국립공원의 도봉산 선인봉 남쪽에 있다. 673년에 의상(義湘)이 수도하면서 현재의 자리에 옥천암(玉泉庵)이라는 암자를 세웠고, 고려 명종 때 영국사(寧國寺)가 들어섰다. 1398년 조선 태조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렸다 하여 절을 새롭게 고치고 천축사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1474년 왕명으로 중창하였고, 조선 명종 때 문정왕후(文貞王后)가 화류용상(樺榴龍床)을 절에 바치고 불당 안에 부처를 모시는 불좌(佛座)를 만들었다. 그 뒤 여러 번 다시 고쳐 지었으며, 법당 안에는 석가삼존상과 지장보살상을 비롯해 삼세불화·지장탱화·신중탱화가 모셔 두었다. 대웅전·원통전·복운각·산신각·요사채·무문관 등의 건물이 남아 있다. 맑고 깨끗한 석간수가 유명하고 백년 묵은 보리수나무가 샘물 위쪽에 있다
오늘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절 경내를 둘러보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늘 문이 활짝 열려 해님이 방긋 웃는다. 신께서는 오늘도 나에게 기쁨을 안겨주신다. 비는 그치고 따끈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여기저기서 새소리와 매미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합창을 듣는 기쁨은 어디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하다. 아마도 이렇게 신비로운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은 살아서의 천당이 아닌가 싶다. 자연의 신비를 새삼 느끼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당바위까지 왔다. 편편한 바위가 약 100평 정도 깔려있다. 이래서 마당 바위라 하나보다. 등산 온 분께 부탁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일행들은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정상에서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 잠시 헤어진 것이 이리도 그리움으로 변할 줄 몰랐다. 다시 만난다는 희망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행복한 순간이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은 눈을 못 뜨게 하고 등에서 흐르는 담은 등줄기를 타고 내려와 온몸으로 쏟아져 흐른다. 옷 전체가 땀에 젖어 걷기도 힘들 정도로 몸에 달라붙었다. 그래도 정상을 밟아보고 가야 한다는 신념에 또 걷기 시작했다. 조금 전만 해도 해님이 웃으면서 햇살을 보냈는데 갑자기 어두워 지면서 안개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밀려온 안개는 산허리를 휘어 감더니 삽시간에 산 전체를 삼키고 만다. 앞을 10m 정도를 보기 힘들 정도로 어둡다. 인적은 거의 끈긴 상태다. 그래도 정상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마당 바위서부터 계속 이어지는 깔딱 고개는 오직 안전한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참 힘이 든다. 누가 많은 돈을 주며 올라갔다 오라 하면 아마 거절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힘든 산을 왜 올라갈까? 사랑하는 임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또 억만장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뇌리에선 빨리 내려가라고 명령을 내린다. 아니다. 그래도 정상까지 오늘은 꼭 올라갈 것이다. 이것은 나와의 싸움에서 기필코 이겨야 한다. 단지 해냈다는 짜릿한 성취감을 잠시나마 맛보고 싶어서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왼쪽은 신선대가 오른쪽은 자운봉이 남매처럼 나란히 서 있다. 사력을 다해 신선대 정상에 올랐다. 이 기쁨을 무엇에 비교하랴, 나는 오늘 개선 장군이 된 것이다. 이 감격스러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일행을 찾으려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일행은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다만 등산객 4명이 사진을 찍고 있다. 안개가 가려 앞을 10m 이상 볼 수가 없다. 암반이 비에 젖어 너무도 미끄럽다. 안간힘을 써 정상까지 올라왔다. 안개가 앞을 가려 탁 트인 전망을 보지 못하고 내려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뇌리에 깔린다. 그래도 기념 사진은 찍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르는 등산객에게 부탁하니 쾌히 응해준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올라가는데도 안간힘을 다했지만 내려오는 것은 더 힘들다. 비에 젖은 바위는 미끄러워 살얼음판이 되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저세상 사람이 되고 만다. 난간을 해놓은 철봉도 비에 젖어 아무리 꼭 잡아도 미끄러움을 당하지 못한다. 70도의 경사인 정상을 오르고 내리는 것은 비가 올 때는 절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하산하기 시작했다. 시를 한 수 쓰고 싶어 머리에 그려본다. 감격스러운 장면을 모두 담아가고 싶다.
나 도봉산 정상에 홀로 왔노라 웅장한 바위 허리를 휘감은 무서운 안개
엄마 품속 같던 도봉산이었는데 순식간에 무서운 지옥 길로 변했을 때
드디어 산 전체를 삼켜 버리고 마는 성난 네가 이토록 무서운지 나는 지금 알았노라
정신도 몽롱해졌노라 그래도 어디선가 기다리는 동료가 있어 난 이 행복함을 감히 어디에 비교할까?
도봉산의 유래와 환경 현황을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서 알아보았다. "도봉산의 명칭" 큰 바윗길이 산 전체를 이루고 있어 ‘도봉(道峰)’이라 명명하였다는 설과 천축사·희룡사 등의 사찰에서 조선 왕조 창업의 길을 닦았기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조선 왕조의 흥업은 도봉산의 정기 때문이라는 전설이 있다.
"도봉산의 자연 환경" 도봉산은 지질학적으로 고생대부터 화강암의 지반이 융기 및 침식되어 형성되었으며, 지금으로부터 약 2억 년 전 한반도의 지각 변동 사상 가장 격렬했던 중생대 쥐라기의 대보 조산 운동에 의해 형성된 대보 화강암의 돔(dome) 형태의 암벽과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각 봉우리는 기복과 굴곡이 매우 다양하다. 풍화 작용을 받아 바위 표면이 벗겨지거나 떨어져 나간 박리면과 절리면의 발달도 탁월하다. 중생대에 관입한 대보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차별 침식을 받아 돌출된 봉우리가 형성되었다. 서울의 진산인 북한산에 연접해 있고, 최고봉인 자운봉[739.5m]을 비롯하여 만장봉[718m], 선인봉[708m], 오봉[625m] 등이 깎아지른 듯 솟아 있어 장관을 이룬다. 문사동 계곡, 원도봉 계곡, 무수골, 오봉 계곡 등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계곡이 많아 마치 금강산을 빚어놓은 것 같다고 하여 일찍부터 서울의 금강이라고도 불렸다.
"도봉산의 현황" 도봉산은 해발 739.5m, 면적 24㎢이다. 도봉산에는 총 692종의 식물 자원과 포유류 21종, 조류 87종, 양서·파충류 13종, 곤충류 447종을 비롯해 황조롱이·큰소쩍새 등 천연 기념물 7종이 서식하고 있다. 도봉산의 산계는 사패산·만장봉·오봉·우이암을 주봉으로 하여 사패 능선, 포대 능선, 오봉 능선, 도봉 주능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더 위험한 것 같다. 미끄러워 발을 잘못 디디면 엉덩방아를 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상에서 무사히 내려오고 보니 이젠 살았다는 안도의 긴 숨을 토해낸다. 오늘 도봉산 산행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신음했던 짜릿한 순간이었다. 땀으로 목욕한 듯 옷은 땀에 젖어 걷기까지 힘들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려와 보니 함께 한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다. 동료들에게 큰 죄를 짓고 온 것 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