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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세계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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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보적경
불교 경전은 총 8만 4천 권에 달한다고 한다. 동국대학의 불광출판부에서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경전들만 선정해서 '경전의 세계'를 엮었다. 화엄경에 이어서 다루고 있는 것은 '보적경(寶積經)'이라는 경전군(群)이다. 법보를 한 곳에 쌓았다는 뜻의 명칭이며 이 경전들은 주로 왕사성(라자그리하)이 설법장소로 되어 있고 경전들이 만들어진 시기는 서기 원년을 전후한 시기라고 한다.
보적경은 총 120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심을 흐르고 있는 사상은 불교적 예언이라고 한다. 보살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수기(受記)를 받는 것인데, 수기란 언제 어디서 해탈 득도하여 부처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받는 것이라 한다. 수기를 받은 대표적 사례 4가지는 아래와 같다.
석가: 아주 오랜 세월 전에 석가는 성리혜라는 부처들의 나라에서 복염왕자로 살고 있었다. 그 세계의 모든 학술, 예술, 기교를 익힌 어느날 정거천의 권고를 받는다. 근신하며 방일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고 베풀기를 즐기며, 중생을 생각하면 그 사람은 오래지 않아 부처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부처들의 나라라고 했지만 아직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된 그런 나라는 아니었든 모양이다. 그러니까 아직 부처가 되지 못한 복염왕자는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그 말에 왕자로서의 영락을 버리고, 아버지가 지어준 희락성을 떠나 길리의 여래를 만나고 마침내 해탈했다는 이야기다. 석가세존의 현생과 아주 비슷한 과거생이 있었던 것이다.
수마제(須摩提)보살: 수마제 보살은 묘혜(妙慧)보살이라고도 불리는데, 까닭은 아주 어린 나이(8세)에 보살이 되리라는 수기를 받았기 때문이라 한다. 왕사성(라자그리하)에 사는 욱가 장자의 딸인 그녀는 부처님이 계시는 영축산의 정상까지 찾아가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한다. 부처님은 여덟살 먹은 아이에게 일일이 답해주며 6도십선(六度十善)을 설하셨고, 옆에 있던 목련존자가 어린아이가 깨달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돌려보내려 하자 하늘에서는 하늘꽃이 무수히 쏟아지고 땅이 진동하며 비록 어린아이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실천할 수 있을 것을 선포했다 한다. 어린 수마제는 또한 문수사리보살과 함께 법문을 주고받은 후 갑자기 30세의 비구의 몸으로 화했다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내가 성불했을 때는 그 국토에 사는 모든 사람이 황금빛을 띄우리라. 그리고 지금 여기 모인 모든 사람도 금빛으로 빛나라!!"
그러자 과연 그 자리에 모였던 모든 청중이 황금빛으로 빛났다는 것이다.
문수사리보살: 문수보살은 사자용맹뇌음보살을 불성으로 인도했고 그때 청중도 함께 은혜를 입었는데, 사자용맹뇌음보살이 문수보살의 전생이 어떠했는지 부처님께 질문했다 한다. 부처님이 말한 문수보살의 전생은, 과거 70만 아승지 백천항하의 모래수 같은 겁 전에(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뇌음여래라는 부처님의 나라에 보부왕이 있었는데, 보부왕은 8만 4천년 동안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에 진력해서 갖가지 오락기구, 의복, 음식, 궁전누대를 지어 뇌음여래와 보살, 대중을 위해 공경, 공양했고, 8만 4천년을 그렇게 애써 노력하면서도 힘들거나 권태를 느끼지 않았다. 그 보부왕이 바로 현 문수보살의 전생이었다. 문수보살이 성불할 때는 보견(菩見)이라는 부처가 되며 그 정토는 극락세계보다 더 수승할 것이다.
문수보살이라는 사람은 원래 석가세존의 제자 중 한 사람인데, 대승불교에 와서는 무한한 지혜의 상징으로 승격된다.
승만부인: 승만(勝만)부인은 아유사(아유타?)국의 왕비였는데 친정부모의 권고를 받고 불교에 귀의한 여인이었다 한다. 경의 내용은 그녀가 부처님으로부터 장차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주로 승만부인이 신앙을 고백하고 부처님이 그것을 승인하는 형태의 글이기 때문에 설법자는 바로 승만부인 자신이라고 한다. 재가여인의 입을 통해 법이 설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특이하며 유마경과 동일하게 공(空)과 불이(不二)가 설법의 중심테마라 한다.
승만부인의 설법을 기록한 승만경을 비롯해 모든 보적경들은 소승에서 대승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만들어진 것들인데, 승만경에서도 대승사상이 뚜렷이 나타나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일승(一乘)사상과 모든 사람이 불성을 지니고 있다는 여래장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 한다. 또한 승만경의 특징은 그녀가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진리를 수호하겠다는 서원을 했다는 것이다. '올바른 진리는 수호하고 나쁜 법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항복을 받도록' 적극적인 진리수호의 길에 나설 것을 서원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모든 교육의 목적은 올바른 진리의 구현에 있다,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 간직되어 있는 여래의 씨앗에 물을 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한다. 승만경의 본명은 '승만사자후일승대방편방광경'인데, 풀이하면 승만부인이 사자와 같이 우렁찬 목소리로 설법한다는 뜻이라 한다. 그녀가 받은 수기는, 장차 보광(菩光)여래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한다.
21.정토삼부경
불교의 출발은 인간이성의 우월성을 확신하는 이성주의적 인간해석에서 출발했으나 대승불교로 전환하면서는 오히려 인간 이성의 우월성을 포기하고 인간의 유한성을 자각하는 입장에 서는 타력문(他力門)의 교설로 흐른 경향이 있다 한다. 석가세존을 영원불멸의 불타, 즉 비로자나불로 상징화한 것 자체가 그런 경향을 단적으로 보인 것이라 하겠다. 타력문이란 자력에 의한 해탈의 길이 아니라 절대타자에 의한 구원의 길이 있을 뿐이라는 교설이며, 그런 입장에서 형성된 것이 정토사상이라 한다.
무량수경, 아미타경, 관무량수경이라는 정토삼경이 있는데, 네팔어로 된 원전이 있으며 한자로 번역된 것이 3세기였다고 하니까 그 이전부터 정토경이 있었음이 분명하며, '밀교개설'에서는 불교의 정토설은 브라만교에서 수입한 것이라 한다.
정토삼경에서 말하는 정토(淨土)란 아미타불이 이룩한 세계인데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곳으로부터 서쪽으로 십만억의 불토를 지나면(우주의 세계 저너머에?) 극락세계가 있다....그 정토에 태어나는 사람은 축생이나 아귀로 떨어지지 않고, 몸에서 빛이 나며, 못난 이 잘난 이가 따로 없으며, 자신의 전생을 훤히 알고, 타심통을 얻어서 적어도 백천억 나유타 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신족통을 얻어서 적어도 백천억 나유타 세계를 순식간에 왕래할 수 있으며, 번뇌의 근본이 되는 아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극락세계는 정토 중에서도 서방에 있다는 최상의 정토이며 마미타불이 세운 나라다. 아미타불은 석가여래와 몇번의 전생을 통해 같은 나라에 태어났던 존재이며, 이상적 국가를 세우겠다는 48서원을 세워서 그것들을 실천했고, 51묘토(妙土)를 세우는 등, 주로 이상국 건설의 주역이라 한다.
3정토경 중에서 무량수경과 아미타경은 내용이 비슷한데,
1. 화려한 극락세계의 정경묘사.
2. 그곳에는 삼악도(三惡道)가 없고,
3. 아미타불의 광명과 수명은 영원하며
4. 아미타불은 성불한 지 10겁을 지났고
5. 아니타불은 제자가 한량없이 많으며
6. 극락세계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누구나 발원(發願)하고
7. 아미타불의 이름을 듣고 1일 내지 7일간 열심히 부르면 극락세계에 왕생하며
8. 아미타불을 찬탄함은 사바세계나 시방세계의 모든 국토에 있어서 동일하다.
그 다음 관무량수경의 내용은,
아버지의 왕위를 찬탈한 아사세왕의 생모가 아들에 의해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유폐생활의 괴로움을 호소하자 부처님이 나타나 여러 정토를 보여주는데, 아사세왕의 생모 위제희 부인은 그 중에서 서방정토에 태어나기를 염원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우리나라 신라시대에는 정토사상이 우세해서 정토와 관련된 영험에 관한 설화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중 한 예를 들면,
신라 문무왕 때에 광덕과 엄장이라는 두 사문이 친구였는데, 보광은 일가를 이루고 짚신을 삼는 일을 업으로 하며 성불의 일념을 불태웠고, 엄장은 남쪽 산 산자락에 암자를 짛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두 사람은 서방정토에 태어나는 것을 소원으로 삼고, 둘 중에 누구든지 그 나라에 태어날 때가 되면 상대에게 알려주기로 약속하고 성불득도에 정진했다 한다.
어느날 엄장의 창밖에서 소리가 들리기를, "나는 이제 서방극락세계로 왕생하니 그대는 잘 있다가 속히 날 따라 오시요.", 했다 한다. 그래서 방문을 박차고 나가보니 하늘에서는 천악의 소리가 들리고, 광덕의 집으로 뛰어가니 그가 죽어있었다 한다.
광덕이 왕생극락한 것을 확인한 엄장은 광덕의 집에서 광덕의 아내와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밤 동침을 요구하는 엄장에게 광덕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광덕 스님과는 십년을 동거했지만 단 하룻밤도 동침한 일이 없거늘, 이 어인 파계란 말슴입니까? 광덕은 밤마다 단신정좌하며 일성으로 아미타불의 칭호를 외우고, 16관(觀)을 지었는데, 16관이 무르익으면 달빛이 창문으로 들어오고, 광덕 스님은 그 달빛 위에 올라앉아 가부좌하였습니다. 정성이 이와 같으니 어찌 왕생극락하지 않으리요.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옛말과 같이 엄장스님은 동쪽은 몰라도 서방왕생은 안될 것 같습니다..."
22. 유마경
유마경은 승만경처럼 설법자가 부처도 아니고 출가자도 아니며 평범한 재가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다. 유마거사(居士)는 간지스강가에 자리잡은 바이샬리라는 상업도시의 거부였다 한다. 거부였지만 그 정신이 청정하여 많은 가난한 사람, 고통 중에 있는 사람, 병든 사람들을 성심으로 돌보고, 문란한 행위를 하는 자들을 가르치고, 궁전이건 술집이건 가리지 않고 잘못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 바른길로 인도하는 일을 열성으로 행했기 때문에 '청정한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 유마힐을 얻게 되었다 한다.
유마경의 내용은, 은둔적인 자기수양보다는 중생과 직접 부디치는 보살행을 강조했고, 불국토설, 즉 이상적 세계 건설을 주장하며 재가수행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다. 또한 유마경의 사상은 '불가사의해탈법문'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논리적 교설이 아니라 신앙적 실천을 강조한 내용의 글이라 한다.
동국대학의 불교학 교수이신 목정배 선생은 유마경을 해석하면서, "....이처럼 유마경은 부파불교가 자아중심적 교리에 집착하여 권위적인 자세를 취하는 비종교적 활동을 하는 것을 되돌려 사회적 인간적 측면에서 완전하게 내려와 중생과 구원자가 함께 호흡하는 사상을 전개한 대 폭탄적인 선언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유마경의 공관(空觀)을 이해하고 공을 실천적으로 체험한 용수(龍樹)가 '절대의 평등에 들어간다.'라고 한 것은 진리의 거룩한 가르침인 것이다..." 라고 했다.
용수보살은 바로 대승경전들을 용궁에 가서 받아왔다는 비구였다. 그런데 그 용수보살이 유마경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유마경을 쓴 유마힐(비마알라 카르티)이란 사람은 누구였을까?
'비마알라'는 청정하다는 뜻이고 '카르티'는 이름 또는 '명성'이란 뜻의 단어라 한다. 그는 갠지스강 유역의 상업도시 바이샬리의 거부였을 뿐만 아니라 특히 청정한 삶으로 명성을 날린 사람이었다는 뜻인 것이다. 그가 실재했던 인물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한다. 유마경은 희곡형태의 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마경이 만들어졌을 시기를 기원후 1세기 정도로 잡는 것이 맞는다면, 그 시기는 예수님과 도마가 인도에서 선교한 시대와 거의 같다. 그런데 도마행전에는 인도의 제일가는 거부가 왕의 배들을 책임지는 선장이었으며 그의 아내와 딸이 마술에 걸려있을 때 도마에 의해 구제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마거사는 누구였을까? 혹시 도마가 전도했다던 그 선장이 아니었을까?
도마가 전도한 선장도 인도 제일의 갑부였다 했는데, 이는 유마거사의 인적사항과 비슷하다. 아마도 배를 이용한 무역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유마거사는 갠지스 강변의 도시 바이샬리에 산다고 했으며 바이샬리는 인도 제일의 상업도시라고 했다. 미스데우스 왕의 선장이 인도 제일의 갑부라면 그도 인도 제일의 상업도시에 살았을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은 그 살았던 시대가 비슷하다. 그리고 유마거사의 행적과 사상은 불교보다는 기독교에 더 가깝다.
불교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어느 기독교인이 유마경을 읽는다면, 이는 틀림없이 도마가 전도한 바로 그 선장임이 틀림없다고 직감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사도 도마가 갑부 선장의 집을 점거한 마귀를 몰아낸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가사의한 기적들의 연속이었다. 사도 도마가 선장의 아내와 딸을 점거한 마귀를 쫓아낼 때는 소문을 듣고 몰려온 군중이 구름 같았다고 한다. 유마경의 내용 중에는 특별히 불가사의적인 신비를 소개한 에피소드가 많다. 그래그런지 유마경을 가리켜서 '불가사의 해탈법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유마거사 주변에서 수많은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벌어졌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인도 제일가는 갑부의 집에서 연속적인 기적의 사건들이 벌어졌으니 그 소문은 삽시간에 온 도시에 퍼졌을 것이다. 또 유마경의 내용처럼 실제적으로 유마거사와 불교 제자들 사이에 열띈 토론이 벌어진 적도 있었을 것이다.
유마거사가 병에 걸렸을 때 불교계의 인사들이 마음놓고 문병할 수 없었다고 한다. 상업도시 바이샬리의 제일가는 갑부였으니 서로 다투어서 문병을 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 인사들이 문병을 꺼렸다는 것은 유마경의 내용이 그만큼 이단적이었다는 증거인 것이다. 유마경의 내용은 불교의 용어들을 빌려 설법한 기독교적 사상이기 때문이다.
23. 미륵경
미륵경은 미륵상생경, 미륵하생경 등의 경전이 따로 있는데, 이들은 기원후 5백년 경에 나타난 무착이란 사람이 미륵보살에게서 들은 법문을 글로 옮긴 것이라 한다. 미륵보살에 관한 기원은 아함경이 최초이며, 원래는 석가세존의 한 제자가 미륵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그런데 세존께서 어느날 미래불이 미륵이란 이름으로 출현할 것이다, 라고 말씀하자 미륵이란 제자가 자기가 그 미래불이 되고 싶다고 서원했으므로 세존이 그에게 미래의 성불 수기를 주었다 한다. 수기를 주었다는 것은 그가 미래불이 되리라는 예언을 주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미륵불에 대한 전생의 이야기도 만들어졋는데, 미륵불은 세존보다 42겁이나 앞서서 발심하였으나 세존이 9겁이나 앞서서 성불할 수 있었던 것은 십사(十事)로써 대정진을 행하였기 때문이라 한다.
미륵경의 중심사상은 말세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정토가 구현되는 용화세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정법시대 5백년, 상법시대 1천년, 그 후 미래불이 오시기까지를 말법시대라 하고 말법시대의 끝에 가서 인류가 극도로 악화되면 큰 재변이 일어난다. 이 재변을 겪고 나면 인류는 몇 만분지 일만 남게 되고, 그제서야 인류는 반성하고 십선을 닦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 인류의 반성을 인정해서 용화세계가 구현된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륵부처가 도솔천으로부터 이 땅에 오시고, 복덕이 증진되고, 수명이 연장되며, 오곡이 풍성하고, 금은보화가 쓸데 없게 된다.
말법의 시대에 대해서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한 것이 지장십륜경의 세계다. 말법의 시대가 지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열반에 들지 않고 중생을 계도하기 위한 보살행을 계속하겠다고 서원한 지장보살에 관한 경전이 지장십륜경이다. 이 경전은 부처님이 월장경(月藏經)을 설법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월장경의 내용 중에 아래와 같은 것이 있다 한다. 부처님이 한 말씀이다.
말세에는 태양도 달도 그 빛을 잃고 별들의 위치도 바뀐다. 흰 무지개가 태양을 꿰뚫는 것 같은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면, 대지는 진동하고 물은 말라 버리고, 때아닌 폭풍우가 인다. 농작물은 완전히 결실을 맺지 못하고, 물 웅덩이가 있는가 했더니 어느새 가뭄이 들어 말라붙고 땅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다. 아사자가 끊이지 않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어찌할 줄 모르게 된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다투고, 국민들은 위정자와 대립한다. 겨우 마련한 먹을 것들도 독이 있는 것 같아 맛이 없어진다. 고약한 병들이 잇달아 번지고, 거리 전체가 불타 폐허로 되어 버린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죽이고 죽음을 당하게 되며, 그 틈을 타서 적국이 침범한다. 사원은 파괴되고 스님들도 죽는다....
부처님이 이렇게 월장경의 이야기들을 마쳤을 때 지장보살이 나타나 자신이 그 말법시대를 책임지겠다고 한 것이 지장십륜경의 세계다.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은 미래의 나쁜 세계'에서 벌어질 나쁜 일들에 관해서 낱낱이 설하고, 그 시대에는 자신이 염라왕이 되기도 하고, 옥졸이 되기도 하며, 필요하다면 지옥에도 드나들며 교화를 펼 것이라 다짐한다.
(동국대 '불광출판부'간 '경전의 세계'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