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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설악산배움터 원문보기 글쓴이: 이주상
# 준비과정
1. 첫 회의
6월 12일 화요일 오후 4시 30분,
배움터에 오신 정준교 선생님이 등산학교에 관심있는 부경, 한솔, 예진, 지혜 네 명과 만났다.
아이들 각자 자기 소개를 하고 정준교 선생님도 당신 소개를 하셨다.
아이들에게 정준교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려주고 싶어
예전 수해 났을 때 강건너 사람들을 구하셨던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해진 채 선생님을 바라본다.
3학년인 한솔, 지혜, 예진이를 감안해 비선대, 대승령 코스를 추천하셨다.
선생님 의중은 난이도도 적당히 있는 대승령 코스를 권하시는 듯 했다.
등산학교 새로이 참가하는 예진, 지혜, 한솔이에게
각자 맡을 과업팀(산행대장, 물품대장, 의료대장, 기록대장)을 설명했다.
예진이와 지혜가 아주 적극적이다.
남은 한 주간, 장소를 정하고 장소에 대해 찾아본 후
각자 과업을 맡기로 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다음 만남은 내일 오후 4시 30분.
2. 두번째 만남
6월 13일 수요일 오후 4시 30분,
학교에서 일찍 마치고 온 지혜가 4시가 되자
"선생님, 어제 얘기한 대로 4시 30분에 등산학교 회의 하는 거 맞죠?" 묻는다.
적극 나서는 모습이 참 예쁘다.
오후 4시 30분, 아이들과 모였다.
오늘은 한솔이가 빠졌다.
아버지 의견인지, 본인 의사인지 모르겠지만 망설이는 듯 하다.
첫번째 장소. 정준교 선생님께서 대승령을 추천하신 이유
(비선대는 평지, 대승령은 힘들어도 해볼만한 경치가 있다)를 설명하니 대체로 수긍한다.
아니, 오히려 적극 도전해보겠다는 모습이다. 대견해라.
지혜 "괜찮아요! 어차피 산에 가는 거잖아요!"
예진 "경치가 멋있으면 되요!"
나머지 안건들을 의논했다.
1) 등산학교 과업팀 역할 짜기
각자 역할을 설명하고 원하는 과업팀을 지원받았다.
조금 겹치긴 해도 가위바위보 하며 조정했다.
각자 역할을 잘 맡아주기를 진지하게 부탁했다.
(1) 산행대장
전체 코스 잘 알고, 함께 하는 사람들 챙겨주는 사람. 맨 뒤를 지키기. [조부경]
(2) 의료대장: 약품을 챙겨가서 다친 사람이 있을 때 도와주는 사람.
사람이 늘어났을 때(8명 이상일 때) 맨 뒤의 산행대장과 약을 나눠 가지고 다닌다.
두번째로 걷는 사람. [안지혜]
(3) 물품대장: 다른 사람 준비물을 확인하고 챙겨오도록 얘기해주는 사람.
세번째로 걷는 사람. [손예진]
(4) 기록대장: 맨 앞에서 걸어가며 산행 내용을 글과 사진(혹은 그림)으로 남기는 사람
[김한솔], [이주상]
2) 산행코스 조사 : 대승령
산에 다녀오기 위해 무얼 조사해야 할지 물으니 의견이 쏟아진다.
손을 든 차례대로 이야기 듣는데 적극적인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흐뭇하다.
예진 "선생님, 높이는 얼마나 되는지도 알아야 해요!"
지혜 "특징이랑요, (그 코스의) 좋은 점이 뭔지 찾아봐야죠"
부경 "(소요)시간요!"
아이들이 찾아봐야 한다고 한 걸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 소요시간, 특징(좋은점), 풍경, 동식물(꽃), 위치, 역사, 이야기, 높이(?m), 등산지도
"언제 할까?" 물으니 내일 찾아보잔다.
자연스럽게 다음 만남은 내일 오후 4:30으로 정해졌다.
3) 의료대장 역할: 의약품 구입
"산에 갈 때 그러지 않아야겠지만, 만약에 다친다면 어떻게 다칠까?"
물으니 의견이 다양하다.
벌레에 물릴 때, 긁혔을 때, 살갗이 벗겨졌을 때...
그 상황에 맞는 약품이 뭐가 필요할지 구급약통을 가져와서 정리했다.
지금 있는 약품들과 부족한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 적었다.
없는 것들은 출발하는 날 챙겨 사기로 했다.
(1) 챙겨야 할 약품 목록
- 면봉, 밴드, 연고, 소독약, 핀셋, 가위, 붕대, 테잎, 버물리(물파스), 지혈제
(2) 사야할 약품 목록
- 면봉, 붕대, 소화제, 두통약, 소독솜
4) 준비물 목록 점검
등산학교 경험이 있는 부경이가 기존 일지를 가져왔다.
무엇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해줬다.
동생들이 물어보면 부경이가 답하고, 내가 부족한 만큼 설명을 더했다.
운동화, 배낭, 음료수(물),
간식(초코바, 사탕, 사과나 딸기 같은 과일, 빵, 초콜릿, 과자 중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작은 수첩, 필기도구(연필, 지우개),
잠바, 추리닝 바지, 카메라(배움터 것), 우비(대신에 걸칠 잠바), 지도
5) 출발시간
정준교 선생님과 대승령 들어가는 입구(장수대)에서 만날 시간을 정했다.
오후에 내려올 것을 감안해 09:00에 배움터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늦잠잘 수 있는데 일어나야 한다며 잠시 실망하는 듯 하던 지혜가
"괜찮아요! 알람 맞추면 되요. 산에 가는 건데요!" 한다.
실망보다 기대가 큰 표정을 보니 그 모습이 참말로 예쁘다.
3. 아이들의 자료 조사
6월 14일 목요일 오후,
학교 다녀온 부경이는 산행지도를 달라더니 산행지도에서 대승령을 찾는다.
산행지도 보는 법을 익힌터라 소요시간을 손가락으로 가리켜가며 본다.
집에 가며 "선생님, 저 산행지도 가져가도 되요? 좀 더 보게요." 묻는다.
그럼, 물론이고 말고.
지혜, 예진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김동광, 임영주 선생님과 함께 대승령 관련 자료를 조사한다.
소요시간, 대승령의 특징과 볼 만한 장소, 역사(유래)를 찾더니 활동일지에 적는다.
조금만 거들어도 적극 나서는 아이들이 참 고맙다.
# 산행 당일
비올 것 같다던 기상예보는 예상을 벗어나 참으로 화창한 날이다.
오전 8시 50분, 배움터에 도착하니 셋 다 벌써 와있다.
"할머니가 선생님 두 분이니까 선생님들 드실 것 까지 싸주셨어요"
예진이와 나와 정준교 선생님이 먹을 김밥까지 싸왔다며 보인다.
부경이 어머니께서도 김밥 두 줄을 먹으라고 건네주신다.
말씀없이 슬쩍 건네시는 어머니, 참 고마우시다.
지혜가 약품을 챙겼다.
가방 한 칸을 약품으로 차곡차곡 담는 모습이 예쁘다.
장수대 입구로 가니 곧이어 정준교 선생님이 도착하셨다.
버프를 둘러쓴 모습이 참말로 산악인이다.
정준교 선생님께서 등산로 입구 맞은 편에 지금도 남아있는 장수대 유래를 설명해주셨다.
지금보다 훨씬 길이 험하고 좁았을 무렵인 옛날 이야기가 재미나다.
"산에 왔으니 들어가기 전에 여기 인사드리고 가자."
정준교 선생님이 앞장서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 관리사무소로 들어가신다.
이 지역 산악인으로 정준교 선생님 모르는 분이 없으니 들어서며 환영받는다.
아이들이 "안녕하세요~" 인사드리니 반갑게 맞이하신다.
"몇 학년이니?" "어디서 가는 거야?" "오늘 날씨 맑은데 너희 참 좋겠다."
말씀거는 관리소 선생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들어선 입구에 다람쥐가 반긴다.
아이들과 등산로 입구에 사진으로 붙어있는 스트레칭 순서를 보며 몸을 풀었다.
기록대장 맡은 예진이가 지혜와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는다.
"와, 멋있다." "예쁘다, 저 나무."
감탄할 줄 아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가.
"선생님, 저 풀은 하트 모양이에요."
하트 모양 좋아하는 예진이는 닮은 풀만 찾으면 내게 이야기해준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정표를 만났다.
정준교 선생님이 이게 무엇인지 설명해주셨다.
'설악 11-01'에서 11은 대승령 코스라는 걸 뜻하고 01은 시작 기준 500m 마다 있단다.
즉, 11-02 면 출발지점 기준 1km 까지 왔다는 의미란다.
지혜가 이정표 옆면 '해발 590m'가 무슨 뜻인지 여쭈었다.
선생님이 설명해주시니 "아~" 하며 알아듣는 모습이 곱다.
그 후로도 지혜와 예진이가 걷는 중간 중간 정준교 선생님께 궁금한 점을 여쭈니
중간 무렵 왔을까, 선생님께서
"내가 너네한테 알려주려면 박사까지 공부해야겠네" 하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곁에서 듣는 나도 배우는 게 많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 가지가 부러진 나무,
나무에 번개가 쳐서 탄 것처럼 갈라진 나무,
살갗이 조금 벗겨진 듯 연갈색 속살이 보이는 황금소나무,
족히 100살은 넘어보이는 엄나무,
산에 피는 꽃 마타리,
가래나무, 참나무가 무엇인지 알려주시는 선생님 말씀... 곁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운다.
"타이거가 뭔지 아니?" 정준교 선생님이 묻자
"네, 호랑이요!" 하며 아이들이 대답한다.
"그래, 내가 타이거 스텝이 뭔지 알려줄게." 하며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신다.
보폭 자체도 계단이나 오르막에선 1/2로 줄이고
한 발 한 발을 내딛을 때 일직선이 되도록 오르면
다리에 무리가 덜 가서 내려올 때까지 지치지 않고 올 수 있다고 하셨다.
대승령 폭포가 정면에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날이 가물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는 없어도 전망대 자체의 풍광이 근사하다.
구름의 그림자가 산에 드리워져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겨드랑이 밑으로 바람이 스쳐지나간다.
산행을 하니 아이와 걸으며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특히 지혜와 그랬다.
주상 "아기 좋아하니? 지혜는"
지혜 "네, 아기는 예쁘고 화도 잘 안 내잖아요. 저는 아기로 돌아가고 싶어요."
주상 "우와! 지혜한테 그런 말 처음 듣네. 아기가 되고 싶은 이유가 따로 있어?"
지혜 "네, 아기는 화가 나도 (남을) 금방 이해하잖아요."
남을 잘 이해하고 싶어 아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지혜 이야기는
원통초등학교로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
친구 관계로 어려울 때 힘들었다던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선생님, 근데 생각해보니 왕따당한 게 고마웠어요.
그 덕분에 제가 파티쉐라는 꿈을 찾았잖아요."
라는 지혜 말에 순간 머리가 띵했다.
처음 꿈으로 생각했던, 가수 라는 꿈이 직업 특성상
다른 사람의 비난이 많아 힘들 거라는 주위의 염려에 마음을 접은데다
친구들이 따돌림하는 어려움까지 겪으며 무척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지나 '파티쉐'라는 꿈을 갖게 됐노라 고백하는 지혜.
10살에 역경을 맞은 아이가 그 덕에 자기가 꿈을 새로이 찾았다고 고백하는 이 말.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혜의 성숙한 이 모습에 놀라고 감탄할 수 밖에.
감동이란 이런 순간에 찾아오나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선생님, 꿈이 파티쉐긴 하지만 안 된다고 해도 괜찮아요.
만약 안 되더라도 저는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어서 가까운 사람하고 나누고 싶어요."
중간에 나타난 나무 한 그루에 '푸름이'라는 이름을 지어
물티슈에 적어 붙이곤 한아름드리 나무를 끌어안는 예진이, 지혜.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이 정말 실감나요. 정말 달았어요."
하는 지혜 이야기가 얼마나 예쁜지.
아이들과 돌아오는 길,
올라오며 이름붙힌 푸름이를 다시 만났다.
"푸름이에게 붙힌 이름, 우리 마음에 간직하고 이 종이는 산을 위해 가져가는 게 어때?"
묻자 예진이, 지혜가 "네, 그래요." 하고는 "소원 빌고 가요." 한다.
각자의 요리라며 큰 돌과 작은 돌을 쌓고는 소원을 비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아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도했다.
"무슨 소원 빌었는지 물어봐도 되니?" 묻자 예진이가 이렇게 말한다.
"네, 그럼요. 저는 첫번째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었구요.
두번째는 배움터가 언제나 세워져있도록 해달라고 했고요,
세번째는 영원한 친구가 생기게 해달라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제 꿈이 만약 가수가 되지 않더라도 다른 꿈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뒤이어 지혜가 말하길,
"저는요, 내가 아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해달라고 빌었구요,
내가 힘들고 어려워도 같이 있을 수 있는 친구가 있게 해달라고 했구~
이 세상의 모든 산들이 푸름이(나무) 처럼 쑥쑥 자라게 해달라고 했고,
음.. 마지막으로 내가 파티쉐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소원들이 하나같이 참 좋다. 나는 너희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앞서 내려가던 부경이는 이따금 동생 지혜, 예진이가 엉덩방아 찧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큰 목소리로 뒤돌아 보며 "괜찮아?" 하고 묻는다.
산행대장 역할 중 가장 큰 역할인 동료를 챙기는 것 만큼은 잊지 않는 게 고맙다.
"예진아, 너가 보폭이 좀 넓구나. 멀리뛰기 같은 운동하면 잘 하겠다."
정준교 선생님이 예진이 손 잡고 함께 내려오며 예진이 걸음걸이를 보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이 계시니 아이가 잘 하는 운동 부분이 잘 드러난다.
내가 무슨 수로 알아보겠는가...
장수대 입구 관리사무소까지 내려오자 배움터 운영위원장 나영희 약사님 전화가 온다.
아이들 맛있는 것 사주고 싶으시단다. 고마우신 분...
아이들이 가자고 하는 롯데리아에 가서 활동일지를 쓰며 마무리를 했다.
어떤 활동 이후 마무리 모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조촐하든 성대하든 파티같은 분위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1. 등산하면서 새로이 알게 된 점이나 가슴에 남는 점
예진: 산에서 다람쥐 보고, 산 위에서 점심 먹는 게 뿌듯하고 좋았다.
부경: 대승폭포 물이 없었지만 내려오는 모습이 즐거웠다.
지혜
: 지금까지 올라간 게 큰 일 한 것 같고 정준교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게 기억난다.
황금소나무, 마타리 식물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
비록 조금 힘들었지마 여러 식물, 폭포와 경치도 보고 대승령까지 갔다오니 뿌듯하다.
2. 내가 자랑스러웠던 순간
예진
: 대승령에 올라가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니깐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지혜
: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끝까지 대승령이라는 목표에 도달한 게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다
부경
: 동생들이 다칠 상황에 괜찮냐고 물었던 모습과 과자, 사탕을 나눠주는 내가 자랑스럽다
"살아가다 어려운 순간을 만나더라도 오늘 산을 오르던 그 마음으로
힘든 고비를 넘어서면 분명히 기쁨이 있을 거라 생각하길 바래.
나는 너희들이 바르게 자랐으면 할 뿐이야."
단순히 산을 오르내리는데 그치지 않고
아이의 삶의 철학을 산으로 일깨우시려는, 정준교 선생님 말씀이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