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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섬과 파도가 있다. 모든 군상을 바다라 한다면 개개의 사람은 섬이요. 너울너울 밀리고 쓸리는 관계는 파도일까. 본디 존재는 고독하고 외로운 것이라 더욱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 같은데, 팬데믹 이후 고독과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결국은 혼자 살아가야할 것임을 들여다보았을까.
가는 사람은 가는 대로, 남은 사람은 남은 대로, 각각은 홀로의 몫을 감당하며 빛과 그림자를 묵묵히 내어가겠지. 그런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자정리! 소원하다기 보다 불이 확 꺼져버린 느낌. 지지고 볶고 예 지쳐가기 보다 떨어져 있으니 평온한 관계의 역류. 이도 시절인연이라면 어쩔 수 있겠나? 그저 흐르는 강물을 보며 세월을 낚듯 기다림을 달아야지. 안달할 것은 없다. 바람은 홀로 입김을 분다고 일어나는 게 아니니. 사회 경기도 침체되었고, 내 일도 바빠졌다. 그렇게 내 흐르는 시간과 인연에 두리 뭉실 맡겨 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멀리서 북을 치는 고수가 있었다. 사랑의 법을 명하듯 전하는 북소리다. 생활이 전장은 아니지만 사기진작의 북 소리. 부랴부랴 한밭제다 이덕주님께 전화를 걸었다. 마침 5월 18~19일이 비어있단다. 이도 참 인연이로고. 예년 같으면 벌써 예약되어 있었을 것 같은데. 삼신황차 주우림님께 숙소와 만약의 찻잎을 부탁해 놓는다.
바람이 제대로 일기 시작하였다. 찻잎 가격은 그때 되야 알 수 있겠고. 아무리 안 모여도 20명은 되겠지. 시간이 흘러가건만 숙박지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안 되겠다. 좀 숙박비를 더 주더라도 넓고 좋은 곳을 빨리 구하자. 공지를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 2월 생일다회 때 후원받은 30만원이 있거든. 40만원에 토요일밤 1박지로 명산민박 2층 독채와 1층 방 1개를 예약하고 공지한다.
좀 늦은 감은 있어도 날짜는 미리 예고했었기에 차이는 없겠지. 한밭제다 한 솥에 3kg이라 했으니 20명이면 4개조 녹차잎은 3×4=12kg. 발효차는 홍차계열 10kg, 황차계열 10kg 씩 20kg로. 그럼 찻잎은 총 32kg으로 1kg당 2만5천원이라지만 20명이 오면 그런 대로 맞겠지. 어림하며 예약하였다. 한 주가 지나고 제다가 임박하는데 15명에서 더 오를 기미가 없다. 1인 체험비가 1일 2만원으로 우리는 2일이기에 4만원. 더군다나 금요선발대도 남녀 비율이 비슷 많이 온다. 그래서 다시 명산민박에 20만원으로 금요일밤도 예약을 한 상황인데, 이러다간 체험비와 숙박비, 찻잎비용만으로 회비를 웃돌겠네. 법명스님, 고수사랑님, 무학대사님이 보태주시는 후원비로도 안되겠다. 다시 한밭제다 이덕주님께 녹차잎 9kg, 발효차잎 16kg, 총 25kg으로 긴급 변경하였다.
이런 내 속의 짠내와 쩐내는 일단 뒤로 금요일 5월 17일 밤 9시 제다 선발대가 모였다. 참나무님이 화엄사 구층암에 차를 빚고 있었는데 통닭 세 마리로 선발대를 맞아주신다. 그렇게 반가움을 지글지글 지폈다. 저마다 한병씩 가져온 와인을 권하고 따르니 와인파티가 되었다. 술술 넘기는 이가 있으면 그냥 분위기에 차차 젖는 이가 있어 이것이 차곡차곡이라며 술을 잘 먹는다고 못먹는다고 서로 탓함 없이 있는 그대로 과하지 않게 나누는 멋! 역시나 만나니 참 좋구나~~~
그대 茶酒 - 차곡차곡
이채구
그대 오시라
한 잔 들게
별 것 없어도
달달한 목넘이가 별미러니
빈 잔 하나
차차 스미다
한 잔 남실
술술 오르러니
너 나 없이 우리고 우리다
달 보드레
밤하늘 노을은 더욱 붉고
잔잔이 어둠도 민화속으로 취한다.
그 사이 무지몽매님이 온다 하였고, 늘푸름님이 생일다회에 이어 후원해주셨고, 아란도이스크라님의 찬조가 있었다. 어랏, 이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 좀 풀어두어도 좋겠구나. 토요일 아침 한밭제다에 가서 발효찻잎을 확인하다가 6kg을 더 수매했다. 이미 15kg 먼저 시들리고 있는 것은 다 홍차계열로 가고, 새로 6kg은 황차계열로 빚어보자는 즉각적 계획이다. 이로써 홍차와 황차의 변별력을 더 가지자는 셈이다. 하여 뒤늦게 다시 6kg 찻잎을 더 옥상에 시들리게 되었다.
다우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시들린 찻잎을 1차 유념하는데 5월 중순도 다 지난 시기여서인가. 잎에 진기가 작다. 이러다간 이도 저도 아닌 茶가 되겠다. 예전처럼 비비고 널고 비비고 널고 해서는 맛이 안 나올 것 같다. 첫 유념을 좀 더 진하게 하기로 하고는 바로 비닐 봉지에 담아 햇볕에 띄우기로 한다. 그리고 황차용 6kg 찻잎은 시들린 후 바로 2층에 가서 2개의 솥을 달구어 살청에 들어갔다. 첫 덖음을 하고 유념을 하니 좀 더 진기가 배어나온다. 이를 그대로 비닐에 담아 이도 햇볕에 띄우기로 한다. 그리고 찻자리. 또는 찻잎을 따고픈 님들은 차밭에 가서 뜨거운 태양 아래 여린 찻잎의 숨결을 맡는다. 1시간 반이 지나고 2차 유념이다. 이제야 제대로 진기와 색깔 향이 나온다. 혼자 하면 노동이요 함께 하면 수다 속 재미 아니던가. 그래도 15kg은 이 인원으로는 벅찬 듯. 하여 유념기에 돌리고 수다로 털어주며 다시 비닐 속에서 햇볕으로. 황차용 6kg는 유념기 없이도 우리들의 수다만으로
2차 유념해서 이것도 비닐 속에 햇볕 아래로.
점심도 무학대사님 덕에 연잎밥으로 해결하니, 선발대 n/1 식비가 회비에 더해진다. 그렇다면, 쉬신다고 못 가신 님께는 미안하지만 사성암 입장권도 회비에서. 이미 스님이 수박을 사오셨고, 왕소금님이 막걸리를 사왔고, 무학대사님이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음료를. 또한 무지몽매님이 영광 막걸리를 사오시고, 고수사랑님이 인절미 ... 등 우리의 제다 2박3일은 푸짐했다.
돼지고기 수육거리와 야채 종이컵 일회용 식기와 젓가락 숟가락 155,640원; 미역 10,000원;
오이 마늘 24,400; 쿠킹호일 4,500원; 쌀 10kg 24,000 촌두부 10,000원;
사성암입장권 23,800원
점심 후 나가서 돌탑과 사성암을 둘러 돌아오니 오후 4시 30분.
먼저 황차류 6kg도 수다 속에 풀어주고 주물러선 유념기에 돌리고 다시 풀어선 2층 솥에서 마무리 덖어주고 보온방바닥에 천에 감싸 띄우기. 다음 홍차류 15kg 찻잎을 수다 속에 풀어주고 주물르고 유념기로 다시 수다로 풀어선 보온방바닥 천에 두툼히 널고 감싸 띄우기. 그러고 나니 6시가 다 되어간다. 바로 그 사이 익혀둔 연잎밥에 악양 막걸리를 반주로 해서 저녁을 먹는다. 양치하고 7시까지 2층에 모이면 되니 그 전까지는 자유시간이라 했다. 한 10분의 자유시간이 있었을까 한다.
7시에 2층 솥과 유념탁자에 모인다. 그 전에 각 조를 나누는데 각 조는 3개조에 5명씩 노동강도가 빡빡하다. 원망도 있고 푸념도 있고 걍 묵묵히도 있다. 그렇게 이덕주님의 안내와 설명 속에서 각각은 녹차의 맛과 향 속에 땀 삐질삐질 짜내며 물들어 가듯이 茶에 스며든다.
숙소는 쌍계사 쪽에 먼데 어쩌나? 다들 열정적인데 어느 누구를 보내야 할까? 내가 갈 수밖에 없다. 대략 끝날 시간을 감안하여 뒷풀이 수육거리를 삶으러 갔다. 가다가 두부도 사고, 콩나물을 사려다 미역국이 아직 많이 남았다니깐. 드립커피가 한 잔 보여 수육에 그것을 들이붓고, 가져온 찻잎 한 줌도 넣고 4kg 수육용 돼지고기를 팔팔 삶아가다가 김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아주 작게 불조절 해놓고, 한밭제다로 가려 마당에 내려오는데, 전화가 온다. 녹차가 건조기에 들어갔다고. 발효차잎은 어떻게 하냐고?
‘이렇게 빨리!!! 대중의 원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당연히 발효차잎도 녹차잎 옆 칸에 들어가야 한다고. 동시에 들어가도 되냐고? 어쩔 수 없다고. 매년 그래왔다고. 알았다고. 통화가 끝나고 그래도 가봐야지 싶어 가고 있었는데 다시 전화가 온다. 다 잘 건조기에 널어 넣었다고. 뒷 정리도 깨끗이 잘 해놓고 숙소로 출발한다고. 가던 길을 돌아 다시 돌아와 뒷풀이 자리를 배치한다.
너도 나도 역할과 일을 맡아 함께 준비하니 착착이다. 수박에 영광 막걸리에 악양 막걸리가 밀린다며 남은 소곡주와 샴페인 삼신황차 우림님이 준 차를 포트 한가득 달여 차는 차대로 각각의 술은 술대로 두 테이블 한가득 호강하는 입술 속에 저마다 배가 뿌듯하였다. 실컷 양껏 떠들고 마셨는데 대부분 2박을 보내서 그런가 자정전에 방으로 들어간다. 알아서들 체력 비축 하시는구나. 좋은 현상이여. 그 밤에 바삐 가봐야 한다는 무지몽매님을 배웅하고 나도 잠자리로.
잘 자고 눈이 떠지는데 4시 30분. 더 잠이 들지는 않는다. 형제봉에 올라가볼까 하는데 혼자서는 의미가 없고. 미리 얘기를 해놨어야 했는데 해돋이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며 씻고 나와 결산을 해본다.
수입 : 2,520,000
14명 × 110,000 + 1명 연잎밥 50개 + 생일다회후원금이월(늘푸름 마음거울 임나리 차맛좋아) 300,000 + 법명 90.000 +
고수사랑 190,000 + 늘푸름 200,000 + 아란도이스크라 100,000 + 토요일 연잎밥 점심 100,000
지출 : 2,267,340
체험비 16명×40,000 + 숙박비 600,000 + 찻잎 31kg × 25,000 +
장보기(155,640+24,400+24,000+4,500+10,000+10,000+23,800)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만으로 수입 지출을 보니 252,660원이 남는다. 그렇다면 일요일 점심 한끼를 같이하고 회비로 계산해도 될 것 같고, 한밭제다 茶도 사서 나누고, 부대시설(보온방) 이용료나 봉지값을 더하여 좀 더 인심을 써도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다 하기에는 애매하기도 하지만 일단 얼개를 그려놓았다.
그러고 있자니 아침 6시. 한 분 두 분 일어나 씻는다. 금깨비님이 뒷풀이 자리를 정리하고 설거지를 묵묵히 하시는데, 이런 뒷정리들이 참 쉬운 게 아님을 알기에 더욱 돈독한 시선이 맺혀진다. 그 모임의 길고 짧은 생명력이란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뒷자리 정리를 서로 얼마나 잘 나누고 배려하느냐이다. 이런 것들은 잔일이기에 내세우기도 그렇고, 그냥 하자니 늘 하는 사람만 하는 것도 같고 당연해지고 만다는 것이다. 역할분담이나 업무분장을 일일이 지시하는 것도 부담스런 부분이라 솔선하는 아름다움에 늘 기대어 왔는데 이런 분들이 모임을 이어지게 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있고 늘 감사하고 있다.
7시. 연잎밥이나 백반에 미역국 동치미 김치로 아침 식사를 하였다. 간밤에 일찍 들어가서 잠을 바로 자는 줄 알았더니 코로나 이후 몇 년만의 외출 외박인지 깊고높은 산자락 그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그냥 잠이 들지 않았는지 새벽녘까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다우들은 아직 깊은 밤이라 깨우지를 못하였다. 한밭제다 이덕주님은 너무 일찍 오지 말고 꼭 9시 이후에 보자 하셨다는데, 지금 형제봉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딱 그 시간이라 다 함께 형제봉에 올라가면 더 멋지련만.
형제봉에 올라가니 8시. 해돋이가 아니더라도 지리산 산정상에서 바라보는 멀리 능선과 운해는 참 멋지다! 내려와 한밭제다에 오니 9시 20분. 건조기에서 먼저 황차잎을 내어 옥상으로 햇볕으로 마무리 건조 및 맛내기. 홍차잎을 내어 역시 옥상으로 햇볕을 쬐며 마무리 건조 및 맛내기. 녹차잎을 각 조대로 내어 세 개의 솥에 마무리 열처리하며 맛내기.
10시 20분 경 마무리된 녹차를 각 조별로 갈무리하고 밀봉. 라벨을 붙이고 날짜를 쓰고 밀봉하는데도 인력이 솔찬히 든다. 특히 발효차를 갈무리하여 밀봉하는데 잎이 부스러질라 성긴 모양이 깨지지않게 봉지에 담자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렇게 모든 제다된 차를 밀봉하고 보니 벌써 12시가 넘었는데. 아쉽게도 시음할 시간과 여력이 부족하다. 2층을 정리하면서 나눔하는데 한밭제다의 녹차와 발효차 소포장된 것을 1인당 1개씩 나눔하고 부대시설 이용료와 봉지값으로 토탈 8만5천원을 더 쓰고 나니, 167,660원. 점심값이 조금 모자란다. 나누고 남은 茶들을 5,000원에 가져가시라 하며 부추겨 팔고, 남길 건만 남긴 다음에라야 미흡한 내 모습을 알았다. 함께 참여하며 음으로 양으로 이 다회를 북돋아주신 님들에 대한 사례가 없었음을...! 참여를 못하고 후원을 해주신 다우들에 대해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2박3일 바로 곁에서 함께 하며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다우들의 후원을 어느새 당연시 여기고 있었지 않은가? 반성하게 된다. 법명스님 고수사랑님 무학대사님 왕소금님 곁에서 살림도 살펴주시고 부족한 손도 채워주시고 함께 바람을 일으켜 2024년 차맛어때 수다차를 제다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여간 그렇게 해서 대략 12만5천원이 들어오고, 다회비가 292,660원이 되었다. 허기진 배를 인절미로 때웠지만, 다들 기진맥진. 시음을 못하고 그 한 잔의 감흥을 나누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다. 제제님은 근처에 있던 부군의 차를 타고 먼저 인사하였고, 동재나경맘님은 13시 20분발 서울남부터미널 버스를 타기 위해 화개터미널에서 바로 내린다. 그리고 남은 다우들은 그 근처 혜성식당으로. 참게탕 국물로 피곤함을 풀고 허기진 배를 채우고 계산하니 225,000원이다. 남은 67,660원으로 택배를 부치고 내년 라벨스티커를 제작하면 되겠다.
2024년 5월 17일 숙박과 18일 점심 ~19일 점심까지 2박2일 차맛어때 지리산 제다 결산
총 합계 내역은 수입 – 지출 = 0 남거나 적거나 하지 않고 제로로 수렴되었음을 보고합니다.
보이고 안 보이고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늘 그 마음 함께 해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2024년 5월 22일 수요일 밤 산울림 dream -
차맛어때
이채구
차 한 잔
맛과 멋이 그리는
어 울 림
때때로 인연은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만사 깊은 기도 탑돌을 얹듯
세상 밖 무지개를 거닐듯
https://youtu.be/vRfnK-7uqzs?si=lkCdljQ7t_L4d5Ju
첫댓글 산울림
살림 잘 했네^^
수고 많았어요^^
울림
너무 감사해요
찬찬히 보니 손에 땀이~~
난 맘과 몸 편히 놀고 왔건만~~
이제 눈망울이 맺히네^^
고생 많으셨어요 덕분에 제 인생 처음 제다 3종 세트를 즐겼어요 맛있는 밥 술 차 베풀어주신 다우님들께도 감사해요
수고많으셨습니다.
첨 뵌 다우님, 오랫만에 뵌 다우님 그리고 지난해에 뵈었던 다우님들 모두 방가웠습니다.
개인적인 여건상 모든 일정 동행하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ㅎ 후기가 올라와 있었네요. 차 시음 후, 후기를 읽습니다. 차맛을 보며 정말 정성들여 만들었구나! 싶었어요. 황차는 그렇게 제다가 되었군요. 찻잎이 솥에서 덖음이 더 되어서 그런지 부드럽고 향도 좋고 맛납니다. 다른 차들은 더 말해서 뭣하리! 올해의 제다실습다회도 성공적입니다. 모두 차 만드시느라 수고가 많으셨던 제다다회, 감사히 차 잘 마십니다~^^
처음 읽는 후기와 여저보니 감동입니다.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드립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