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지역엔 푸른색 가로등 달아요”
■청소년 사회참여 발표대회
유해업소 규제, 흡연예방 등 정책대안 제시
“공공정책 이해하고 참여방법 익히는 계기”
“학교출입문에서 직선거리로 몇m라고 수박겉핥기식으로 규제해서는 안됩니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내놓는 정책보다는 지역 내의 사회단체와 학부모 모임에서 청소년의 이동선을 파악해 가이드라인을 선정해야 합니다.”
학교 주변 유해업소를 제한하기 위해 용남고 정치외교동아리 ‘IPOD’ 학생들이 구상한 정책 아이디어다. 육·해·공 삼군본부가 모여 있는 계룡시의 특성상 숙박업소나 유흥업소가 많다보니 등하굣길이나 학원가에서 이런 업소를 접하는 일이 다반사.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들은 3개월여 간의 조사를 거쳐 학교보건법을 개정하고 유해환경 감시단 확대 등의 방안을 내게 됐다.
이같이 청소년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6일 고려대에서 제2회 청소년 사회참여발표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프로젝트 시티즌’ 프로그램은 미국의 시민교육센터가 개발한 교육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공공정책을 감시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고안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정부의 지원 아래 이 프로그램을 초·중·고 공교육 내의 정규 교과과목으로 채택해 한 학기동안 학급 전체가 하나의 사회이슈를 선택해 정책을 개발하고 결과를 정책 당국에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3~7월 77개 모둠 443명의 청소년들이 제출한 사회참여활동 결과 중 예비심사를 거친 16개 모둠의 정책 아이디어가 이 자리에서 소개됐다. 청소년들이 참여한 활동의 영역은 진로교육, 아르바이트 문제부터 미혼모, 성폭행, 공정무역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성폭행 문제에 대해 서울한성여고 노참이 등 5명은 가로등 색 바꾸기와 호신용품 공동구매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푸른색을 보면 세로토닌이 분비돼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고 붉은색을 볼 때보다 맥박수가 20회 줄어든다는 실험결과가 있는 만큼 우범지역의 가로등 색을 푸른색으로 바꾸고 야간순찰 성과금제 등을 통해 밤거리 치안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청에 직접 민원을 신청하고 구청, 경찰서 등에 문의하며 학교에 호루라기와 후추 스프레이 공동구매를 실시했다.
이들 학생들은 제안에 그치지 않고 직접 기관과 담당자를 찾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거제중앙고 학생들로 구성된 팀 ‘안단테’는 청소년 흡연을 줄이기 위한 행동방안으로 정의화 국회의원을 만나 청소년흡연 규제에 대한 법적 허점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담배 판매소 21곳을 찾아 판매자들에게 청소년들에 대한 판매 금지 서명을 받고 경찰서를 찾아 단속 상황을 파악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온라인에서 각종 교육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개인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학교에 식별번호를 부과하고 입학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 용인시자원봉사센터 ‘쏘셜백신’팀 학생들의 아이디어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회의 원고를 심사한 천희완 대영고 교사는 “청소년들의 제안 중에는 공공 정책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것들이 있었다”면서 “학생들이 이번 참여활동을 통해 공공정책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올바른 참여의 방법을 체험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러한 사회참여발표대회를 확대해 많은 학생과 교사가 이 대회를 통해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