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연꽃이며 갈대, 줄 등이 우리를 즐겁게 반긴다. 한껏 여유롭게 걷는데 가장자리를 검은색으로 두르고 몸통은 옥빛을 띤 나비가 앞장서서 날갯짓한다. 잠시 내려앉아 쉬는데 위로 왜가리가 하얀 날갯빛으로 회색빛 하늘을 흩어 뿌린다. 첫 번째 갈림길을 만났다. 정양레포츠공원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그냥 걷기로 했다. 징검다리가 나왔다.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어머니 모습이 귀엽다.
밝은 소리와 이별하자 하얗게 꽃피운 개망초 무리가 곳곳에 가냘픈 몸매를 바람에 의지한 채 한들한들 춤을 춘다. 늪 언저리를 걷는데 기암절벽 사이로 움푹 들어간 곳이 나온다.
'장군 주먹 바위'다. 전설에 따르면 신라와 백제가 정양늪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할 무렵 이른 아침 신라 장수가 진지를 둘러보다 첫 번째 왼쪽 발자국이 바위에 남았는데 현재는 위치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장수가 정양리 하회마을 뒷산 참능먼당 바위에 오른발이 디디며 생긴 발자국이 남아 '장군발자국바위'라고 한다. 이때 몸이 미끄러지면서 늪에 빠질 위험에 처하자 손을 뻗어 주먹으로 바위를 짚으면서 위기를 모면했는데, 그때 주먹으로 짚은 자국이 '장군 주먹 바위'라 불린다고 한다.
기암절벽에 마치 손으로 붙잡듯 긁은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내 초등학교 다니기 전 겨울, 진주 가마못에서 썰매타며 놀다가 얼음이 갈라져 물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 손톱으로 둥둥 떠다니는 얼음조각을 붙잡고 밖으로 빠져나온 당시가 떠올라 살며시 손으로 붙잡듯 긁어보았다. 지금도 간혹 당시를 떠올리면 간이 철렁했다는 어머니는 무심히 그저 앞만 보고 저만치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