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고백하기 위해선
유승록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작자 미상 ‘열두 사도’ 이콘, 14세기 경.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놀라운 기적들과 권위 있는 말씀에 열광하며 구름같이 밀려들던 군중들, 한때는 예수님을 모셔다가 억지로 왕으로 삼으려고까지 하였던(요한 6,15 참조) 그들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예수님 곁을 떠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 중에도 많은 이들이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라며 군중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문에 싸여 불평했던 것처럼(요한 6,41-52 참조) 그렇게 투덜거리며 예수님을 버리고 떠나갔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영원한 생명의 빵이라고 하신 것과 당신의 살과 피를 먹는 사람만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는 가르침(요한 6,26‐58 참조)을 제자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 예수님의 질문은 억지로라도 열두 제자들을 붙들어 두려는 의도보다는 떠나고 싶으면 떠나도 좋다는 그런 느낌마저 듭니다. 예수님께서는 많은 이들로부터 지지와 환호를 받는 것보다 당신을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여기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질문은 열두 제자들이 일시적인 군중심리에 끌려 당신을 따르거나, 아무런 믿음의 결단과 실천 없이 당신을 따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추종하는 제자들이 당신을 올바로 알아보고, 당신을 믿고, 그 믿음을 고백하고, 그 믿음에 합당한 실천을 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떠나고 싶으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대해 열두 제자들의 대표로 시몬 베드로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요한 6,68-69)
시몬 베드로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지니고 계신 예수님께 대해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신뢰를 표현하였습니다. 비록 그 순간 전부를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적으로 예수님 말씀을 받아들이고 추종하는 믿음을 고백하였습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에 비추어 우리의 신앙을 성찰해 봅니다. 신앙의 첫 출발은 여러 계기와 이유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신앙의 목표는 놀라운 기적도, 현실적 배고픔을 해결하는 빵도, 인간적 친교도 아닙니다. 그런 것들도 신앙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긴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우리 구세주로 믿고 고백하는 신앙의 목적은 그분께서 지니신 영원한 생명의 말씀에 있습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시편 34,9 참고) 오늘 화답송의 후렴대로 영원한 생명의 말씀에 맛 들이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믿음을 선물하시고 그 믿음의 성장을 도와주시는 분은 예수님이시지만 그에 합당한 우리 편에서의 노력도 언제나 함께해야 합니다. 예수님 말씀에 맛 들이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오랜 인내의 시간과 충실함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믿음은 성장하고 마침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신앙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묻고 계십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 이 질문에 대한 정직하고 진지한 성찰이 신앙의 목적을 분명하게 해줄 것이고, 예수님 말씀에 더욱 맛 들이도록 우리를 격려할 것입니다. 그 결과 오늘 복음의 사도 베드로처럼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라고 항상 진실하게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