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전(前) 이장 부부의 한전 송전탑 지원금
유용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밀양대책위의 입장>
- 한전은 종료된 반대 집회 피해를 이유로 현장에서 4km나 떨어진 표충사에 3억9천만원 지급 약속
- 이 돈으로 A마을 합의 대표 주민이 표충사 법인 통장을 개인 통장으로 이체
- 거액의 공기업 자금을 개인에게 사기당한 것인지, 마을 합의를 주도한 대가로 지급한 이면 보상금에 사찰이 동원된 것이지, 지역 내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음.
1.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형사 1단독(이승호 판사)은 지난 5월 24일, 밀양송전탑 지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단장면 A마을 전(前) 이장 ㄱ(69) 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부인 ㄴ(63) 씨에게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2. 단장면 A마을은 2013년 10월, 밀양송전탑 13차 공사가 대규모 공권력을 동원하여 시작되어 전국적인 이슈가 되어있을 무렵, 현장 투쟁이 가장 활발하던 곳이었으나, 당시 이장으로 마을 투쟁에 앞장서던 ㄱ씨 부부가 중심이 되어 돌연 합의로 돌아서면서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고, 합의 과정에서 마을 내에서 큰 논란이 있었다.
3. 밀양대책위와 해당 마을 주민들, 지역 주민들은 ㄱ씨 부부가 입건된 직후부터 내내 한전이 왜 3억9천만원이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경과지에서 멀리 떨어져 사실상 밀양송전탑과 무관한 표충사에 지원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해왔다.
4. 이번 판결에서 밝혀진 지급 경위는 다음과 같다.
○ 2014년 3월 경, 한전 직원 B씨가 “반대 주민들이 표충사 입구에서 지속적으로 반대 집회를 개최하여 표충사에 피해가 가니, 한전이 표충사에 특별지원사업비를 지원하겠다”는 말을 ㄱ 이장에게 전함.
○ 이 말을 듣고 ㄱ씨가 당시 표충사 주지 스님을 소개함.
○ 2014년 3월 20일, 한전과 표충사 사이에, ‘한전에서 사찰 보수, 행사개최 등 공익성 사업을 하는 목적으로 3억 9,0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가 작성되고, ㄱ씨가 표충사 주지스님으로부터 지원금 지급 업무에 대한 위임을 받음.
○ 3년 4개월 뒤인 2016년 7월 19일, ㄱ씨가 허위의 도급계약서와 견적서를 작성하여 한전에 선급금 지급을 요청.
○ 2016년 9월경, 표충사 종무원 담당자에게 당시 표충사 신도회 회장이기도 한 ㄱ이장의 부인 ㄴ씨가 ‘한전에서 송전탑 관련 5개 마을 위로금이 지급되는데, 법인 통장이 필요하여 표충사 명의 계좌를 개설하여 주면 위로금을 받아 그 중 일부를 보시금으로 모아주겠다’라는 취지로 법인 통장과 인감을 전달받음.
○ 2016년 10월 5일, 한전 담당 직원이 표충사 법인 계좌로 지원금 명목으로 2억 8,219만 원을 송금함.
○ 2016년 10월 7일, ㄱ씨는 이중 2억 8,200만 원을 자신 명의의 계좌로 이체함.(고발 이후 전액 반환함)
5. 한전과 표충사 사이에 체결된 ‘3억9천 지급 합의’의 의문점
① 있지도 않은 반대 집회를 근거로 3억9천만원을 지급
○ 한전이 ㄱ 전 이장에게 “표충사 입구에 반대 주민들의 집회가 있어서 표충사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2014년 3월은 이미 반대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표충사에서 4km 가량 떨어진 바드리 입구에서 모두 철수한 상태였음.
○ 2013년 10월 1일 공사재개부터 바드리 입구에서 반대 주민 및 연대자들의 활동이 있었으나, 대부분 바드리 공사 현장으로 진입하는 임도에서 이루어졌으며, 실제 표충사에 피해가 갈 만한 것은 레미콘 차량이 바드리 입구 도로를 통해 현장으로 진입하면서 발생한 충돌로 10월 24일, 10월 29일 이틀간 표충사로 통하는 도로에 일시적으로 있었던 교통 정체에 불과함.(‘밀양송전탑 반대투쟁 백서’ 참조)
② 형평성 문제
○ 밀양송전탑 공사 당시, 표충사와 같은 조건에 있었던 밀양 지역 사찰, 성당, 교회 등 종교기관에도 피해 보상이 지급되었는지는 한전의 확인이 필요하나,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짐.
○ 실제 송전탑 경과지인 부북면 장동마을은 25세대임에도 마을보상금은 1억5천만원에 불과하며, 송전탑 피해와도 아무 관계 없는 표충사 입구 4km 근방 도로의 집회를 근거로 종료된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에 3억 9천만원의 거액을 지원한 것은 납득할 수 없음.
③ 한전 특수사업보상내규 상 표충사에 지급할 근거 없음.
○ 한전이 ‘송변전시설주변지역 지원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행하는 직접 보상 외에,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공사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급하는 간접 보상 형식의 지역 및 마을 지원을 규정하는 ‘송변전설비 건설 관련 특수심의위원회 내규’에 의하면,
○ 1조 ‘목적’에서 ‘지역주민의 협조를 대가로 시행’해야 할 근거는, 한전이 표충사에 관한 한,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찾을 수 없으며,
○ 표충사에 대한 3억9천만원의 보상은 위 5조 1항에서 규정하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으며, ‘경영에 특히 유리하다고 판단’할 근거도 없고 ‘사업추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없다.
○ 또한, 내규에 따른 ‘운영세칙’에서도 2조 1항 ‘특수한 조건의 보상은 민원 발생 및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 내 토지소유자들이 지정하는 공익성 기관 단체에 시행한다’고 되어 있는 바,
○ 1심 선고를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한전이 표충사에 지급한 보상금은 경과지 토지 소유자들의 지정이 아니라 한전이 ㄱ씨를 통해 표충사에게 그 뜻을 전하여 지급한 것이므로 이 또한 해당사항이 없다.
④ 합의서 작성과 지급 시기의 격차
○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한전과 표충사 간의 3억9천 보상 합의서가 작성된 시기는 2014년 3월이지만, 실제 ㄱ씨가 한전에 선지급금을 요청한 시기는 그로부터 3년4개월이 지난 2016년 7월이다.
○ 한전과 표충사의 합의는, 내규에 따르자면, 3억원 이상의 경우 ‘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지원의 적절성과 사용계획을 검토하여 명목을 갖추었을 때 지급하게 된다.
○ 따라서, 대개 합의서 체결 직후 사업이 추진되며, 제출한 계획서에 의해 지급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무려 3년 4개월이 지난 뒤에 지급금이 요청된 것은, 한전의 지급 근거도 설득력이 없으며, 합의 명목으로 알려진 ‘문화재 보수 등’ 명목 또한 그다지 긴요하지 않았음을 의심케하는 것이다.
5. 결국, 한전이 위 내규에 의해서 지급한 것이 아니라면, 한전의 자체 '경영상의 판단'으로 3억9천만원을 표충사에 지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6. 만약, 한전의 내규에 의한 것이었다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내규 위반'이며, '경영상의 판단'이었다고 하더라도 형평성, 규모의 적정성(집회 몇 번으로 인한 4km 떨어진 도로의 교통 정체에 3억 9천만원이라면), 그리고 이 돈이 결국 ㄱ씨 부부의 사기에 동원되었다면 한전 직원의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6. 이번 밀양지원의 1심 선고는 이러한 납득할 수 없는 한전의 지급 경위에 대한 소명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며, 제기되는 여러 합리적 의심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가 매우 부실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
7. 4억에 가까운 공기업 자금을 송전탑 건설과 그 피해와도 무관한 사찰에 선뜻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3년 4개월동안 기다려주었다가 사기를 당하고 만 한전은 호구집단이란 말인가?
8. 한전은 이번 사안에 대해 자체 감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마땅하며, 밀양대책위 또한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이후에도 계속 노력할 것임을 밝힌다.
9. 밀양송전탑 경과지에는 이와 같이 ‘돈’으로 얽혀 있는 비리와 갈등이 송전탑이 완공된 지 4년이 지나도록 사그라들기는커녕 마을의 분란과 갈등을 구조화하는 요소로 주민들을 지금껏 괴롭히고 있다. 정부의 철저한 진상규명의 의지가 매우 절실하다.
2018년 5월 29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2018 0529 단장면 A마을 전 이장 부부 한전 보상금 유용사건 1심 선고에 대한 입장.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