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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청사우(乍晴乍雨)
잠시 개었다 비 내리고 내리다 다시 갠다는 뜻으로, 세상 인심이 이와 같다는 말이다.
乍 : 잠깐 사(丿/4)
晴 : 갤 청(日/8)
乍 : 잠깐 사(丿/4)
雨 : 비 우(雨/0)
출전 : 김시습(金時習)의 시 사청사우(乍晴乍雨)
이 성어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의 시 사청사우(乍晴乍雨)에 나오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乍晴還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잠시 개었다가 비 내리고, 비오다 다시 개이나니, 하늘의 이치도 이러할 같을진대 하물며 세상인심이냐.
譽我便應還毁我
逃名却自爲求名
나를 칭찬하는가 하면 어느새 나를 헐뜯고, 명예를 마다하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는 구나.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관여하리, 구름이 가고 오는 것을 산은 다투지 않네.
寄語世人須記認
取歡無處得平生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잘 기억해 두시게,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이 없다는 것을.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은 아주 멋진 짝을 이룬 명구(名句)라 한다.
작가나 시에 대해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비유해 세상 인심을 꼬집는 시이다.
칠언율시(七言律詩)이며, 제목은 '잠시 개었다 또 비가 내린다'라는 뜻이다. 매월당(梅月堂)은 김시습은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일에 격분하여 책을 태워버리고 출가한 뒤 전국을 방랑하면서 끝까지 절개를 굽히지 않아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 시는 날씨처럼 변덕스러운 세상 인심을 한탄한 작품이다. 금세 개었다가는 다시 비가 쏟아지고, 쏟아지는가 싶다가는 다시 개는 날씨처럼 세상 인심이라는 것도 조변석개한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명리에 초연한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도리어 더 명리를 욕심내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인심은 이러하지만 자연은 꽃이 피든 지든, 구름이 오든 가든 그저 스스로 그러할 뿐이다.
그리하여 지은이는 세상 사람들에게 명예와 부귀의 헛됨을 경계하도록 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노래하고 있다.
사청사우(乍晴乍雨)
乍晴乍雨(잠시 개었다가 다시 비오다)
金時習(김시습)
乍晴乍雨雨還晴
개었다 비 내리는가 하면 비 내렸다가 다시 개이나니
天道猶然況世情
하늘의 도리도 그렇거늘 하물며 세상인심이랴.
譽我便應還毁我
나를 기리던 사람이 문득 나를 헐뜯고
逃名却自爲求名
명예를 피하던 사람 도리어 공명을 구하더라.
花開花謝春何管
꽃이야 피든 지든 봄이 무슨 관계이며
雲去雲來山不爭
구름이야 가건 오건 산은 다투지 않네.
寄語世人須記憶
세상 사람들이여 모름지기 기억하시라.
取歡無處得平生
한평생 기쁨 얻을 곳 아무데도 없나니.
(註釋)
*乍(사): 잠깐/갑자기
*晴(청): 개다/비가 그치다
*乍晴乍雨(사청사우): 갑자기 개었다 또 갑자기 비가 오다/개었다가 비오는 변덕이 심한 모양
*還(환): 돌아오다/또, 다시/도리어
*天道(천도): 천지자연의 도리
*猶然(유연): 오히려 그렇다
*世情 세정: 세상 사람들의 인정
*譽(예): 기리다/칭찬하다
*便應(변응): 문득/응당히
*還毁我(환훼아): 도리어 나를 헐뜯음
*逃(도): 달아나다/도망치다
*逃名(도명): 명예로부터 도망하여 구하지 않음
*求名(구명): 명예나 명성을 구하다
*謝(사): 사례하다/시들다
*花謝(화사): 꽃이 떨어지다
*春何管(춘하관): 봄이 어찌 주관할 것인가/봄의 주관이 아니라는 반어
*爭(쟁): 다투다
*寄(기): 부치다/보내다
*寄語(기어): 전하여 말함
*取歡(취환): 기쁨, 즐거움을 취하다
(構成 및 韻律)
7언 율시로 平起式평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庚韻, 晴, 情, 名, 爭, 生字이다.
(作者)
김시습(金時習)은 조선 초기의 학자이고 문인이며 생육신의 한 사람이다. 본관은 강릉이고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 동봉(東峰)이며, 법호는 설잠(雪岑)이다. 유교와 불교의 사상을 두루 섭렵하였고 탁월한 문장으로 일세를 풍미하였다.
삼각산 중흥사에서 공부하다가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몰고 왕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통분하여 책을 태워버리고 중이 되어 설잠이라 하고 전국으로 방랑의 길을 떠났다.
1465년(세조11) 경주 남산에 금오산실을 짓고 입산하여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지었다. 만년에 방랑에 나섰다가 1493년 충남 부여의 무량사에서 죽었다.
(評說)
잠시 개었다가 다시 비가 오다.
변화무쌍한 하늘처럼 인간도 세속적인 명리(名利)와 득실에 따라 세태(世態)가 무상하게 변한다고 하면서 무위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작자의 인생관을 나타낸 시(詩)이다.
개었다가 다시 비가 내리는 변덕스러운 천도(天道)와 마찬가지로 세태인정도 무상하게 변하는 것을 말했다.
이어서 나를 칭찬하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나를 헐뜯는가 하면, 명예를 피하던 사람이 어느 날 명예를 다시 구한다고 하면서 부연 설명하고 있다.
봄은 꽃이 피거나 지거나 관심 밖으로 그냥 자연에 맡겨 놓고 있을 뿐이고, 구름이야 산위를 지나거나 말거나 산은 그저 구름이 흐르는 대로 맡겨 놓은 채 원래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한마디 던지는데, 인생이란 어느 한곳에 뿌리를 내려 득의(得意)할 만큼의 기쁨을 얻을 곳은 이 지상에는 평생 없다고 하였다,
결국 저 대자연처럼 유유히 순리대로 살아가는 곳에 삶의 즐거움이 있는것이라고 세인에게 충고하고 있다.
이 마지막 구절이야말로 어느 한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자신에 대한 유랑의 변명이 아닐까?
김시습은 1435년(세종 17) 서울 명륜동에서 태어났는데, 유학에 매진하겠다는 의미에서인지 이름을 논어(論語)의 첫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즉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不亦說乎(불역열호)”에서 시습(時習)이란 이름을 지었으며, 또 그의 자인 열경(悅卿)도 논어 구절의 說(열/설; 기쁘다 열/말하다 설)에서 따왔다고 한다.
집안이 한미하였으나 재주가 뛰어나 어린 시절부터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세살 때 외조부에게 시(詩)를 배우면서 시(詩)를 지었는데, 다음과 같았다.
桃紅柳綠三月暮(도홍유록삼월모)
복사꽃 붉고 버들 푸르니 삼월도 저물었는데,
珠貫靑針松葉露(주관청침송엽로)
솔잎의 이슬방울을 푸른 바늘로 구슬처럼 꿰었네.
또 다섯 살 때 세종 임금을 알현하고 시(詩)를 지어 좌중을 감탄시켰다고 하는데, 이때 세종이 하사한 비단을 혼자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학업에 전념하고 있는 그에게 극적인 변화가 생겼는데, 이것이 바로 계유정란(癸酉靖亂;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사건)이다.
당시 그는 삼각산에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가 이 소식을 듣고 책을 불살라 버리고 중이 되어 방랑생활을 하게 되었다.
한편, 작자는 일찍이 산수에서 노닐면서 시(詩)를 지으며 세월을 보냈다. 그래서 스스로, 벽어산수 노어시(癖於山水 老於詩; 산수에 몰두하여 詩로 늙었다)라고 하였다.
한번은 산길을 가다가 흥이 일어 즉흥적으로 詩를 지었는데, 이것이 바로 산행즉사(山行卽事)이다.
兒捕蜻蜓翁補籬(아포청정옹보리)
아이는 잠자리 잡고 노인은 울타리를 고치고 있는데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작은 개울 봄물에는 가마우지 멱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푸른 산 끝난 곳에 돌아갈 길은 먼데
橫擔烏藤一箇枝(횡담오등일개지)
검은 등나무 가지하나 꺾어 등 뒤에 비켜 메네.
*蜻蜓(청정; 잠자리), 籬(리; 울타리), 鷺(로; 해오라기), 鶿(자; 가마우지), 歸程(귀정; 돌아가는 길), 擔(담; 메다), 藤(등; 등나무), 箇(개; 낱/물건을 세는 단위)
등나무 지팡이 하나 등에 둘러메고 홀가분하게 나그네 길에 올랐다. 푸른 산길에서 만나게 된 산촌 사람들의 한가롭고 정겨운 생활을 그림처럼 그렸다.
작자는 세상과 화합하지 못하고 평생을 떠돌았는데, 이러한 방랑벽이 무제(無題)라는 7언 율시 첫 연인에 나타나 있다.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하루해가 다하도록 짚신 신고 발 가는 대로 다니는데,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산 하나를 다 지나가면 또 산 하나가 푸른 모습으로 나타나더라.
사청사우 (乍晴乍雨)
조선 초 문인, 학자 김시습(金時習)은 수양대군의 단종 왕위 찬탈에 반발해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은둔하다 승려가 되었다.
세상일이 참 뜻 같지 않다. 그때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는 피곤하고, 무심한 체 넘기자니 가슴에 남는 것이 있다.
김시습(金時習)이 ‘잠깐 갰다 금세 비 오고(乍晴乍雨)’에서 노래한다. “잠깐 갰다 비가 오고 비 오다간 다시 개니, 하늘 도리 이러한데 세상의 인정이랴. 칭찬하다 어느새 도로 나를 비방하고, 이름을 피한다며 외려 명예 구한다네.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봄과 무슨 상관이며, 구름 가고 오는 것을 산은 아니 다툰다네. 세상 모든 사람들아 모름지기 기억하라, 평생을 얻는대도 즐거움은 없다는 걸.”
乍晴還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譽我便應還毁我, 逃名却自爲求名.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寄語世人須記認, 取歡無處得平生
세상 인심을 가늠하기 어렵기가 종잡을 수 없는 날씨보다 더하다. 나를 칭찬하던 사람들이 돌아서면 더 모질다. 거기에 취해 내로라하던 시간이 참담하다. 혼자 고상한 척을 다 하더니, 알고 보니 탐욕의 덩어리였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세상에 대한 환멸만 는다.
하지만 이런 것은 모두 내가 바라고 기대한 것이 있어서다. 꽃이 늦게 피거나 일찍 시든다고 봄이 안달을 하던가? 구름이 오고 가는 것에 산이 성을 내던가? 이래야만 하고 저래서는 안 되는 잣대를 자꾸 들이대니 삶이 피곤해진다.
날씨 따라 마음이 들쭉날쭉하고, 상황을 두고 기분이 널을 뛰면, 정작 큰일이 닥쳤을 때 감당이 안 된다. 이러면서 기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나 그런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색(李穡)의 ‘진관 스님이 와서 당시(唐詩)의 말뜻을 묻다(眞觀大選來問唐詩語義)’란 시는 이렇다. “진관 스님 찾아와서 당시를 묻는데, 비 오다가 개는 사이 산속 시간 옮겨갔네. 초당에 부는 바람 청신함 뼈에 저며, 조금 깊이 들어앉아 서재 장막 내린다네.”
眞觀釋子問唐詩, 乍雨乍晴山日移.
風入草堂淸到骨, 差夫深坐下書帷.
바깥 날씨는 비 오다 갰다를 반복해도 두 사람의 대화는 조분조분 이어진다. 진진한 얘기를 이어가려고, 볕 나면 발을 걷고 바람을 쐬다가, 비 오면 발을 내려 깊이 들어앉는다. 아무 걸림이 없다.
▶️ 乍(잠깐 사, 일어날 작)는 회의문자로 칼로 물건을 가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乍(사, 작)는 ①잠깐, 잠시(暫時) ②언뜻, 별안간(瞥眼間) ③차라리 ④바로, 마침 ⑤겨우, 근근이(僅僅-: 어렵사리 겨우) ⑥처음으로, 비로소, 그리고 ⓐ일어나다(작) ⓑ일으키다(작) ⓒ쪼개다(작) ⓓ공격하다(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잠깐 잠(暫), 잠깐 유(臾)이다. 용례로는 음력 8월을 달리 이르는 말을 사량(乍涼), 궁중 무용 춘앵전에 나오는 춤사위의 하나로 소매자락을 퍼뜩 나부끼게 하는 동작을 사번(乍飜),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잠깐 갬을 사청(乍晴), 미처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만큼 짧은 동안을 졸사간(猝乍間), 잠시 개었다 비 내리고 내리다 다시 갠다는 뜻으로, 세상 인심이 이와 같다는 말을 사청사우(乍晴乍雨) 등에 쓰인다.
▶️ 晴(갤 청)은 ❶형성문자로 夝(청), 晴(청), 晴(청), 甠(청), 暒(청), 殅(청)과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 푸른 하늘)으로 이루어졌다. 구름이 걷히어 해가 보이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晴자는 ‘개다’나 ‘맑다’, ‘개운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晴자는 日(해 일)자와 靑(푸를 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소전에서는 夕(저녁 석)자와 生(날 생)자가 결합한 殅(갤 청)자가 ‘개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殅자는 비가 그친 뒤 모습을 드러낸 달(夕)과 땅 위로 올라오는 풀(生)을 함께 그린 것으로 날이 개고 있음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러나 해서에서부터는 푸르고 맑은 날이라는 뜻을 담은 晴자가 ‘개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晴(청)은 청천(晴天)으로 ①개다 ②맑다 ③(마음이)개운하다 ④눈물이 마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볕 양(陽),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그늘 음(陰), 흐릴 담(曇), 비 우(雨)이다. 용례로는 맑게 갠 하늘을 청천(晴天), 하늘이 개어 맑음을 청명(晴明), 화창한 날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청람(晴嵐), 맑고 명랑함을 청랑(晴朗), 맑게 갠 천기를 청기(晴氣), 날이 갬과 비가 오는 일을 청우(晴雨), 하늘이 개고 날씨가 화창함을 청화(晴和), 맑게 갠 날에 오는 우박을 청박(晴雹), 날씨가 맑고 상쾌함을 청쾌(晴快), 하늘이 개어서 보기가 좋음을 청호(晴好), 일기의 밝음과 흐림을 청담(晴曇), 날씨가 개어 따뜻함을 청훤(晴暄), 맑은 날의 햇빛을 청휘(晴暉), 하늘이 상쾌하도록 맑게 갬을 쾌청(快晴), 저녁 때에 갠 날씨 또는 그 하늘을 만청(晩晴), 날씨가 반쯤 갬을 반청(半晴), 흐린 날과 갠 날을 음청(陰晴), 맑게 갠 가을날을 추청(秋晴), 날씨가 썩 산뜻하게 갬 또는 그런 날씨를 호청(好晴), 오랫동안 계속하여 오던 비가 새로 갬을 신청(新晴), 맑게 갠 봄날을 춘청(春晴),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잠깐 갬을 사청(乍晴), 갠 날에는 밖에 나가 농사일을 하고 비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일하면서 틈나는 대로 공부함을 이르는 말을 청경우독(晴耕雨讀), 갠 날에는 좋은 경치를 보이고 비 오는 날에는 기이한 경관을 보인다는 뜻으로 산수의 경관이 언제나 좋음을 이르는 말을 청호우기(晴好雨奇), 갠 하늘의 구름과 가을 하늘의 밝은 달이라는 뜻으로 마음속이 맑고 깨끗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청운추월(晴雲秋月),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게 갠다는 뜻으로 병이나 근심이 씻은 듯이 없어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운권천청(雲捲天晴),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개어 맑음을 이르는 말을 우과천청(雨過天晴), 잠시 개었다 비 내리고 내리다 다시 갠다는 뜻으로, 세상 인심이 이와 같다는 말을 사청사우(乍晴乍雨) 등에 쓰인다.
▶️ 雨(비 우)는 ❶상형문자로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모양을 본떴다. (우)란 음은 宇(우), 羽(우) 따위와 관계가 있고 위로부터 덮는다는 뜻이 닮았다. 부수(部首)로서는 비 또는 구름, 기타 기상(氣象)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고대 중국은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농업을 매우 중시했었다. 농업의 성공 여부는 날씨와도 직결된다. 그래서인지 한자에는 날씨와 관련된 글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雨자는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한자가 생성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날씨와 관련된 글자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갑골문에 나온 雨자를 보면 하늘에 획이 하나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 점이 찍혀있었다. 이것은 구름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雨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날씨나 기상 현상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雨(우)는 ①비 ②많은 모양의 비유 ③흩어짐의 비유 ④가르침의 비유 ⑤벗의 비유 ⑥비가 오다 ⑦하늘에서 떨어지다 ⑧물을 대다 ⑨윤택하게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흐릴 담(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볕 양(陽), 갤 청(晴)이다. 용례로는 비가 온 분량을 우량(雨量), 비를 몸에 맞지 않도록 손에 들고 머리 위에 받쳐 쓰는 물건을 우산(雨傘), 1년 중에 비가 가장 많이 오는 시기를 우기(雨期), 눈과 비를 우설(雨雪), 비와 이슬을 우로(雨露), 비가 올 듯한 기미를 우기(雨氣), 비가 오는 날을 우천(雨天), 비 맞지 않도록 차림 또는 그 복장을 우장(雨裝), 비가 내림 또는 내린 비를 강우(降雨), 밤에 내리는 비를 야우(夜雨), 줄기차게 많이 오는 비를 호우(豪雨), 오랫동안 계속해 내리는 음산한 비를 음우(陰雨), 오래 오는 궂은 비를 음우(霪雨), 갑자기 많이 쏟아지는 비를 폭우(暴雨), 식물이 자라나기에 알맞도록 내리는 비를 자우(滋雨), 장마 때에 오는 비를 장우(長雨), 몹시 퍼붓는 비를 능우(凌雨), 세차게 내리는 비를 강우(强雨), 알맞은 때에 내리는 비를 감우(甘雨), 보리가 익을 무렵에 오는 비를 맥우(麥雨),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를 풍우(風雨), 천둥소리가 나며 내리는 비를 뇌우(雷雨), 산골짜기에 내리는 비를 계우(溪雨), 비가 온 뒤에 솟는 죽순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일시에 많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을 우후죽순(雨後竹筍), 바람 불고 비오는 것이 때와 분량이 알맞다는 우순풍조(雨順風調), 비올 때의 경치도 매우 기이하고 갠 후의 경치도 좋다는 우기청호(雨奇晴好), 비와 이슬이 만물을 기르는 것처럼 은혜가 골고루 미친다는 우로지은(雨露之恩)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