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연하의 아내가 쓰러져 저세상으로 떠났는데 남편은 치매 때문에 아내가 사망한지 인지하지 못한 채 일주일을 보내다 역시 세상을 등졌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근처 자택에서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된 할리우드 레전드 진 해크먼(95)과 클래식 피아니스트였던 벳시 아라카와(65) 부부의 사망 원인이 7일에야 공식 확인됐다고 현지 언론과 영국 BBC가 보도했다.
아라카와는 감염된 설치류에 노출돼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HPS)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봤다. 해크먼의 사망 원인은 관상동맥질환으로 지적됐다. 알츠하이머 질환은 그의 죽음에 일조했을 것으로 봤다.
부부가 주검으로 발견됐을 때 아내 옆에는 셰퍼드 반려견이 목숨을 잃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당국은 반려견이 한타바이러스를 옮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아내의 마지막 생활반응은 지난달 11일 파머스 마켓과 약국, 반려견 가게에 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로 확인됐다. 그녀는 이른 저녁에 귀가했다. 해크먼의 심장박동기 데이터를 봤을 때 그는 같은 달 18일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보안관 애던 멘도사는 해크먼이 집안에 부인의 시신을 그대로 둔 채 있었던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다. 뉴멕시코주 법의학실 수석 검시관 헤더 재럴은 해크먼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부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아라카와의 시신은 욕실 바닥에서 발견됐고, 욕실 옆 부엌 조리대 위에는 처방 약병과 약들이 흩어져 있었다. 해크먼의 주검은 부엌 옆 작은방에서 발견됐다. 두 사람의 시신에는 모두 외상 흔적이 없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생분해도 이뤄졌고, 미라화 조짐도 눈에 띄었는데 그만큼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점을 알려줬다.
수사 초기에는 사망 원인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의심됐다가 독성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일산화탄소 중독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