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단상 (斷想)
이 미 화
아침공기가 상쾌하지만 꽤 쌀쌀하다.
창밖 정원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소나무가 시린 겨울을 보내는 것이 안쓰러웠는데, 한동안 없었던 새소리가 한시름 놓으라는 듯 아침을 깨운다.
안빈낙도(安貧樂道)에 젖어든 나뭇잎들도 서로 손바닥을 내밀며 환호하는가 싶다.
잔인한 사월은 새 생명을 시샘하는지 때 아닌 눈이 내려 앳된 싹들이 충격에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더니 금방 털어내고 하늘을 본다.
하늘과 땅이 가장 가까운 달이 오월이 아니던가?
하늘이 부르는 빛에 화답하며 생명들이 합창이나 하는 듯 앞 다투어 일어선다. 하늘은 여린 생명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귀여울까. 짝짓고, 이사하고, 여행하는 새 생명들이 오월의 따뜻한 품에서 잔치를 벌인다. 해거름 지는 노을빛에도 하늘과 땅에 있는 강력한 생명들은 손을 놓지 않고 밤을 새우겠지.
어느 해 축복의 오월, 어머니가 운명하셨고, 딸이 결혼을 했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어머님께 고해성사를 하듯 죄송한 마음을 고백한다.
어머님이 말기 암에 치매로 중환자실에서 투병을 하셨을 때 딸의 결혼 날이 잡혀 있었다. 한 달에 큰일을 겹쳐서 치루는 것은 상극으로 알려져 있는 양식이 아니던가.
노심초사 딸의 혼사를 치룰 때까지 어머니가 견디어 주시기를 바라며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소생할 수 없는 생명의 안타까운 슬픔보다 초상과 결혼이 겹치지나 않을까를 더 걱정한 것이 해가 갈수록 죄송함으로 깊어진다.
몇 번을 임종을 보는가 싶어 부산까지 오르락, 내리락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꺼져가는 생명 앞에 지쳐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죽음을 앞둔 사람 앞에서는 모두가 타인이라는 것을 그때 어머니에게서 보았다. 영원히 오해의 늪이 풀리지 않는 연대관계로 고독끼리의 친근으로 남겨진 유산이 되었다. 애써 고독하지 않으려고 얼마니 애를 쓰셨을까? 견디기 힘든 고립감에 정지된 시간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사유(思惟)하는 것은 별 수 없이 오해의 연대 속에 내 삶도 흘러가고 있음이다. 어머니의 운명은 고독을 받아들이는 타협을 하신 평화로운 적요처럼 음력 사월 말일에 맞으셨다.
며칠을 지나고 어머님 기일과 달을 피해 딸이 결혼을 했다. 죽음과 생명이 공존하는 것이 자연법칙이던가?
연인들은 결혼을 갈망하고 가족들이나 주변사람들은 결혼을 축복한다. 오월의 신부가 아름답다는 말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생명이 가장 활발하다는 말이 아닐까?
속절없는 몇 해가 지나도록 딸이 태기가 없자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불현듯 자식걱정에 눈이 어두워 어머님의 안타까운 운명을 너무도 태연히 보낸 죄책감이 멍석이 내 몸을 말아오듯 옥죄어왔다. 자신도 모르게 절에 가면 절에 엎드려 두 손을 모으고, 교회 종소리가 울리면 주기도문을 외면서 어머님께 용서를 빌며 조아렸다.
많은 일들이 있고, 여전히 살아보겠다면서 이리저리 분주하기는 여전하게 시간 속에 세월이 흘렀다.
또 오월이 온다. 달력에는 어머니 기일에 동그라미 쳐져있고, 딸의 결혼 기념일 표시가 외손녀 백일사진으로 표기되어 있다.
사랑이란 매혹의 세계를 거치면서 가족이라는 서사의 세계는 순간의 사랑이 이어진 연이다. 감정을 초극하는 인내심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머물 수 있게 하는 것은 여자만이 짊어진 운명이 아닐까? <봄날은 간다.>여자에게 전성시대가 깊어지면 사랑이라는 묘약의 효력도 시들해 진다는 흔한 표현 인성싶다.
자신의 이데올로기라는 페턴은 남들과 다른 고유성을 갖고 싶어 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증오와 경멸, 피로와 욕망 속을 통과한 것을 돌아보고 싶지는 않다.
시집이라는 연을 맺고, 어머니의 흐름에 마음을 실어 같은 여자의 삶을 설정해 놓고, 이해하며 힘든 터널 같은 삶을 통과해왔다. 그렇지만 아무도 앞으로 있을 고독을 견디도록 도와줄 수는 없다. 지금 내 영혼은 어떻게 존재하다가 사유(思惟)에 의해서 운동되어 질 것인지. 유전자와 연관되어있는 생명이라면 죽어도 살아있음은 아닐까? 작년 가을에 잎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잎이 돌아왔다.
오월의 빗줄기가 넓은 유리창을 타고 흐른다. 격렬하게 사랑하며 새움을 틔우는 소리로 푸르름이 창을타고 꿈틀거린다.
첫댓글 사랑이란 매혹의 세계를 거치면서 가족이라는 서사의 세계는 순간의 사랑이 이어진 연이다. 감정을 초극하는 인내심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머물 수 있게 하는 것은 여자만이 짊어진 운명이 아닐까? <봄날은 간다.>여자에게 전성시대가 깊어지면 사랑이라는 묘약의 효력도 시들해 진다는 흔한 표현 인성싶다.
자신의 이데올로기라는 페턴은 남들과 다른 고유성을 갖고 싶어 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 푸른 오월의 단상 " 감상 잘하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요.^^
아이고 ! 가슴이 찐하게 저려옵니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 머물게 하는 여자만의 운명인걸 어찌할꼬? 5월의 단상을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오월달이 잊을 수 없는 달로 기억되시겠습니다.
선생님? 이젠 슬픔이나 죄책감은 털어내 버리시고 행복해 하시면 좋겠습니다.
따님이 낳은 예쁜 손녀딸을 보고 행복해 하시는 선생님을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서 웃으시며 보고 계실테니까요.
감상 잘 하고 갑니다.
''시집이라는 연을 맺고, 어머니의 흐름에 마음을 실어 같은 여자의 삶을 설정해 놓고, 이해하며 힘든 터널 같은 삶을 통과해왔다. 그렇지만 아무도 앞으로 있을 고독을 견디도록 도와줄 수는 없다. 지금 내 영혼은 어떻게 존재하다가 사유(思惟)에 의해서 운동되어 질 것인지. 유전자와 연관되어있는 생명이라면 죽어도 살아있음은 아닐까? 작년 가을에 잎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잎이 돌아왔다.''
가슴이 짠하게 시려옵니다. 저도 여자이기 때문일까요.....잘 읽고 감상 잘 하고 갑니다.
" 노심초사 딸의 혼사를 치룰 때까지 어머니가 견디어 주시기를 바라며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소생할 수 없는 생명의 안타까운 슬픔보다 초상과 결혼이 겹치지나 않을까를 더 걱정한 것이 해가 갈수록 죄송함으로 깊어진다.
몇 번을 임종을 보는가 싶어 부산까지 오르락, 내리락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꺼져가는 생명 앞에 지쳐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