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을 겨냥한 실버주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7일부터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SK건설의 그레이스힐이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에 들어간다. 앞서 지난 7월 초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신성건설의 아너스밸리가 분양 중이다.
이들 주택은 도심형 실버주택이라는 점에서, 임대방식이 아니라 소유권이 넘어오는 분양방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에 앞서 지난 2002년 유승종합건설이 서울 외곽인 파주시 통일동산에서 유승앙브와즈란 브랜드로 분양했었다.
이들 실버주택은 일반아파트의 경우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에서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만 20세 이상이면 분양받을 수 있고 청약통장 가입과 무관해 청약자격 제한도 없다. 업체들도 이런 점들을 내세우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분양받는 데는 60세 이상 노인이 살게 하기 위해 분양받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등의 별도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것은 실버주택이 일반 아파트와 다르기 때문. 엄밀히 말하면 노인복지법 상의 유료노인복지주택이다. 올해 주택법 개정으로 주택사업계획승인 대상이 아니라 건축법 대상이다.
때문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노인복지법에서 정하는 별도의 노인복지 관련 시설이 들어서는 것 외에는 외관상으로는 일반 아파트와 별다를 게 없다.
분양방식에서도 별다른 규제가 없다. 다만 신청자가 모집 가구수를 초과할 경우에는 부양의무자가 없는 자, 주민등록법상 연령이 많은 자, 배우자와 함께 입소하는 자 등의 순으로 순위를 정해두었다.
하지만 입주 후가 문제다. 노인복지법에는 입소자(실제 거주자)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배우자는 60세 미만이어도 된다. 노인용 주택이기 때문에 60세 미만의 자녀와 동거가 안된다.
분양받은 사람이 거주하든, 임대 들어 사는 세입자든 상관없이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은 만 60세 이상이어야 하는 것이다.
분양권 전매나 매매 차익을 생각할 경우 이 같은 거주자 자격 제한을 염두에 둬야한다. 실제로 실버주택 신청자는 상당수 부모를 위해서나 본인이 거주하려는 실수요자들이다. 아너스밸리(22∼42평 164가구)의 경우 현재 60% 가량 계약됐는데 업체 관계자는 “투자목적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실버주택 수요가 높지 않아서인지 입주한 유승앙브와즈의 경우 현재 시세가 분양가보다 오히려 1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인근 K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실버주택이라는 점이 시세에 작용하는 것은 없고 일반적인 주택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가격이 약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에는 주인이든 세입자든 상당수가 만 60세 미만으로 실버주택 거주자에 대한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는 말도 나온다.
유승앙브와즈의 시세 약세에 대해 일부에선 도심 외곽에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60세 이상 노인들 가운데 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또 자녀와 가까이 있으려고 하기 때문에 외곽은 꺼린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버주택시장이 더욱 커지면 모를까 아직은 도심형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체 입장에선 일정한 수요를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으로서 관심을 가질 만하지만 실버주택이 주택투자대상으로 자리 잡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