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못 버티겠어요 이건 아닌거 같아요

[서정빈 (위드더볼)]

"아닙니다!"

"예!"

"도대체 왜 여기서 드리블을 하다가 뺏기냐고!"

"야, 너는 왜 인사를 똑바로 안하냐?"

"그렇게 해서 절대 프로 못간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듣기만한다.

아무말런 말도 못하고 그저 듣기만하려는 상태는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왜?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듣기만하는게 다행일까.

"말을 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바뀔게 없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더 축구가 더 싫어지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그렇게 마음의 문은 더 굳게 닫는다.

자신을 지도하는 선생님께서 "축구 실력에 대한 지적과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열려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훈련은 교실에서 수업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학생과 선생님은 공통된 과제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한 곳으로 에너지를 쏟아내야한다. 최고의 집중상태를 90~120분 정도 진행되는 시간동안 발휘하기 위해 최선의 휴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래야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에게 어떤 부분을 개선 시키기 위함인지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도전, 실행하면서 격차를 줄이고 개선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훈련중에 전달되는 이해할 수 없는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비난과 질타"는 '운동하기 싫다', '운동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진다' 등과 같은 상황이 나타난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부모님께 듣기 싫은 소리를 들었을때 밥맛이 뚝 떨어지는 것처럼. 충분한 영양소가 공급되야할 시기에 식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것처럼 축구 또한 마찬가지로 한창 기술,체력, 심리적으로 다듬어지고 경험해야하는 시기에 축구에 대한 지적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발언은 아무리 강인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에너지도 서서히 갉아 먹을 수 있다.

조금씩 정신적으로 데미지가 쌓이고 순간 돌이켜 봤을때 이미 혼자 다시 일어서기 힘든 상태에 빠져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선수생활을 했을때 1년 유급을 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동연령대 선수들과 훈련을 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한살이 많으면 더 나은 기량을 보여야한다는 것이 기본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훈련 때마다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단 하나의 실수, 특히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도 나오면 굉장히 창피한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생각하는 것만큼, 아예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혼자 심각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실수를 했을때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혼자 만들어낸 고통과 압박감이다.

훈련을 마치고 감독, 코치님께 모여 이야기를 듣고 인사를 드려야하는 시간.

'너는 매일 새벽운동도 나가고 야간 개인 훈련때도 쉬지않고 나가던데 도대체 뭘하고 들어오는거냐? 성실하다고 성공하는게 아니야. 생각을 좀 해라, 그정도 훈련량이면 대표팀에 발탁되야하지 않겠어?'

지금까지 했던 훈련에 쏟은 시간이 떠오르면서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많은 양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지만 본훈련에 에너지를 쏟아붙는 선수보다 못하는 것은 분명 노력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바랬던것이 있다면 알려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말을 해주고 따로 불러서 '이런 훈련이 있고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시도 해보는게 어떻겠니' 라고 알려줬으면 했다. 용기내서 다가가려고 시도 해보는건 어땠을까 나중에 떠올려봤지만 눈도 잘 마주치려고 하지않았던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과제였다.

선수들은 이럴때 어떻게 대처를 하는게 좋을까?

지도자의 선수가 무기력해지도록 만드는 언행에 대한 대처방안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번째는 내가 받아들이는 태도를 바꿔야한다. 상대가 바뀌길 바라는 것은 스스로 불행을 만나겠다는 다짐밖에 안된다. 사람의 언행은 오랜시간 쌓이면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깨달음을 얻어서 개선하고자 노력 (책, 사람과 대화 등) 하지 않으면 절대 단번에 달라질 수 없다.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노력하려고 다짐했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야들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당장의 것에 집중하는 수 밖에 없다.

두번째는 기간을 정해두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준비한 뒤 팀을 떠나는 것이다. 받아들이고 도전해보려고 마음먹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게 삶이다. 어디 생각했던 것처럼 단숨에 이뤄진다면 누가 어려움을 겪고 살아갈까. 계속 반복되는 듣기 싫은 목소리,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만약 자유로워졌다면 발전하기를 포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저 익숙해지기만 했을 뿐이다. 이렇다할 노력은 하지 않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가장 위험한 상황을 마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서 동기, 열정을 잃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소중한 시간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이렇게 살면 크게 후회할 날이 찾아온다.

부정적인 환경에서 벗어나는것이 재도약의 발판이 되어줄 수 있다. 시간을 두고 다음 행선지에 대한 정보 수집을 시작하자.

두번째를 선택하기 앞서 한가지 꼭 알아뒀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절대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하거나 못 견디고 떠나버린 겁쟁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절대 겁쟁이가 아니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능력의 기본도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곳, 잠재력을 이끌어내지못하고 이끌 수 없는 곳에서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어린 나이에 극복하기 힘든 과제다. 미련없이 떠나고 새출발을 시작하자. 이 또한 삶의 큰 배움이고 경험이다.

세번째는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다.

어제의 나와 싸워 스스로에게 인정받아라. 증명해보는 것이다.

이게 가능해지면 주변에서 인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첫번째 방법과 두번째 방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일단 단숨에 상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을 정해 딱 이악물고 견뎌보는 것이다. 떠나더라도 도전해보고 떠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이후 몸담게 될 팀에서 느낄 자신감부터 다르다. 극복하려고 도전하는 과정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모른다. 이런 경험은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피하지말고 부딪쳐보기를 바란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 위해서는 "행동"이 꼭 필요하다. 당장 전달되는 부정적인 피드백에 얽메이지 않기 위해서 대답을 크게 하면서 소리를 치거나 박수를 강하게 3번 정도 치고 다시 '재집중' 을 통해서 에너지 상태를 유지 시키는 것이다. 한번 딱 해보는게 쉽지 않을 뿐이지 눈 딱 감고 한번만 시도해보면 다음에 입을 열고 행동하는 것은 쉽다. 그렇게 재집중 패턴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 처했을때는 정신, 신체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라서 자꾸 뭘 넣으려고하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가볍게 여행을 다녀오거나 함께 산책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꼭 가져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의 정신상태는 더이상 견디지 못하게 되면서 최악의 경우 축구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힘든 시간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면 다른 곳에서 나타나주기를 바라지말고 스스로 용기내서 찾아보기를 바란다.

주변에서 역할도 중요하다. 찾을 의지나 힘이 없어보인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삶 자체다. 도전하는 과정에서 인생을 배우게 된다.

지금 겪고 있는 힘든 과정이 절대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기 급급한게 아니라 삶 전반에 걸쳐 반복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처음 어떻게 극복하고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

"축구선수로 성공, 실패가 인생의 성공, 실패가 아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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