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여성노동자대회 노동시국선언문]
'여성/페미니스트 노동자 시국선언 : 존재와 연대, 그리고 투쟁'
폭주 기관차를 멈춰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자들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외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OECD 1위의 성별임금격차, 최악의 유리천장 지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절반의 여성노동자가 비정규직이며 이들의 월 평균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 한다. 불안정한 고용과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우울을 낳고, 장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은 번아웃으로 여성노동자를 몰아넣는다. 여성에게 강요된 돌봄노동은 여성의 그림자 노동을 강요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가로막는다.
자본은 이러한 여성노동자의 마지막까지 짜내어 막대한 이윤을 축적한다. 정부는 이러한 끔찍한 현실을 살아내라 강요하며 차별의 결과를 여성의 모자란 능력 때문이라 탓하고 이를 세뇌시키고 있다. 노동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지금보다 더 긴 장시간 노동과 강화된 노동의 불안정성, 더욱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의 삶을 옥죄려 하고 있다.
반면에 오염배출 기업에 대한 형벌 폐지 등 환경과 소비자 안전, 시장질서 등에 관한 법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저들은 자본과 결탁하여 식인 자본주의를 확장하며 가부장제 강화를 향해 달려간다. 이 간악한 카르텔은 정의에 대한 무지, 노동의 착취, 자연에 대한 수탈,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그 어떤 것에도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 그저 욕망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그러나 그 길의 끝에는 공멸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폭주기관차를 멈추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성별임금격차 해법은 모든 개인이 노동자, 돌봄자, 시민으로서 인정받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은 2021년 성별임금격차가 2020년보다 더 벌어졌다고 발표하였다. 남성노동자 임금 대비 여성노동자 임금은 2020년 66.6%였으나 2021년 65.8%로 오히려 내려앉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시장의 악화가 여성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는 위기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성별임금격차는 노동시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의 총합의 결과이자 다시 원인이다. 요즘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능력을 표출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상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많다.
아직까지 집안의 문제가 생기면 남성의 휴가와 휴직보다는 여성의 휴가와 휴직을 강요한다. 돌봄노동은 아직까지 여성의 몫이라는 편견 탓에 아이 있는 여성은 직장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성과 남성 모두가 한 개인으로서 노동자이자 돌봄자,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평등과 존중이 일상화된 세상에서만 성별임금격차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노동의 사각지대를 없애라!
회사는 퇴직금을 주기 싫어 11개월로 계약을 끊고,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23개월 계약직 직원을 구한다. 그러면서 "그래도 경력단절된 여자들이 이런데 많이 오니까 사람 못 채울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말한다.
넘치는 능력을 갖고도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채용된 여성들은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고 더 좋은 자리로 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한다. 하지만 더 나은 일자리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계약 만료로 다른 질 나쁜 일자리로 옮겨가는 일이 반복된다. 괴롭고 힘든 일이다.
5인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마저도 일부밖에 적용받지 못 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 해 어떤한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 한다. 재능 있고 노력하는 여성들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소모품처럼 쓰이고 버려진다.
노동권에는 그 어떤 사각지대도 없어야 한다. 고용형태가 차별의 이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차별을 가리는 도구로 악용되어서도 안 된다. 여성노동자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와 노동권 사각지대 없는 일하는 모두를 위한 노동법을 원한다.
모두가 존중받는 안전한 일터를 원한다!
여성노동자는 안전한 일터를 원한다. 많은 일터에서 여성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대하고 내빈접대는 여성에게 요구한다. 이런 성차별적 괴롭힘은 문제로서 인식되지 않지만 여성들은 이로 인해 이직을 고민하고 우울을 호소한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외모평가와 통제, ‘여자가 어디, 장난으로 한번 그런 건데, 여자가 나긋나긋해야지’라는 말이 허용되고 여성을 당연하듯 하대하는 조직문화는 결국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으로 이어진다. 여성노동자를 ‘반찬값이나 버는’ 사람으로 치부하여 채용에서부터 발생하는 수많은 차별관행, 성희롱과 성폭력을 앞세워 여성노동자의 일터를 위협하는 젠더폭력이 사업장 내 만연하다.
모든 사람을 이성애자로 전제한 문화 속에서 정체성을 숨겨야만 하는, 퀴어 노동자가 겪는 차별과 배제는 어떠한가. 노동자가 위협 받으며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는 사회는 마땅히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폭력과 차별 없이 아무도 배제되지 않는 일터, 모두가 존중받는 안전한 일터를 원한다.
연대는 차별보다 강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다. 하지만 시민들은 헷갈린다. 대통령을 뽑은 건지 검찰왕을 뽑은 것인지. 맨날 압수수색하고 누군가를 죄인으로 만들고, 국민 복지가 그렇게 아까운지 복지 예산을 다 깎아 버리고 있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나라에서 어떻게든 노동자 권리를 깎아내려고 하는 행태에 분통터진다.
다짜고짜 노동조합 사무실에 가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압수수색을 하고, 부패집단으로 몰아간다. 노동조합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권리이다. 이 기본적인 권리를 마치 불온세력의 증거인 양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않겠다. 우리가 단결한다면 이 어두운 시대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엎어라, 뒤집어라!
연대는 차별보다 강하다.
억압과 착취는 정의로운 분노를 이기지 못 한다.
성평등한 노동세상. 여성노동자인 우리가 만들 것이다.
2023. 3. 4
'나의노동 시국선언문' 작성에 함께한 여성노동자 일동, 여성노동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