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설주와 김정은의 모습. 리설주가 '돼정은'을 혐오하는 눈으로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2012년 대선을 전후로 국내 좌익 진영에 의해 ‘논란거리’가 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댓글’이 실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를 지지하는 ‘팬클럽’ 결성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등 국내 매체들은 지난 16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에서 열린 원세훈 前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에서 원세훈 前원장 변호인의 주장을 일제히 전했다.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원세훈 前원장의 변호인은 “2012년 7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의 존재가 처음 공개된 뒤로 국내 언론을 통해 리설주에 대한 보도가 과도하고, 이를 지지하거나 ‘팬클럽’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어, 활동 자제를 촉구하라는 지시를 (심리전단에) 내리고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원세훈 前원장의 변호인은 “(심리전단은) 리설주 팬클럽 형성이나 우상화, 미화를 막으려고 리설주 이슈를 당시 (런던) 올림픽 등 다른 이슈로 분산시키는 활동을 전개했다”면서 이 같은 사실은 검찰 공소사실에는 없는 내용으로 ‘대북 심리전’을 수행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원세훈 前원장 변호인은 ‘대선 개입’과 관련한 댓글 활동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前원장 변호인의 주장이 눈길을 끄는 것은 실제 리설주가 한동안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됐기 때문.
2012년 7월 25일 北선전매체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라고 언급했고, 이튿날인 7월 26일 국정원은 “리설주가 1989년생으로, 2005년 인천 아시아 육상선수권 대회 때 한국에 온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국내 언론들은 리설주가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 2004년 금강산 남북공동행사에 참여했었다는 추측성 보도를 내놨다. 국정원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지만, 언론과 일부 국민들은 리설주가 대구에 왔을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큰 관심을 가졌다.
일각에서는 서른 살도 안 된 나이에 권좌를 장악한 김정은을 우습게 보다 이미 부인이 있다는 이야기에 조금씩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북한 정권과 체제에 우호적인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리설주까지도 찬양했다.
국정원 심리전단이 국내에서 이런 ‘리설주 현상’을 막고자 했다는 주장은 당시 상황을 상기해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한편 이번 재판을 받은 원세훈 前원장은 2012년 12월 당시 심리전단을 통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었다.
원세훈 前원장은 상고(上告)를 제기,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갔고,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되돌아와 재심을 받게 됐다. 그 또한 2015년 10월 보석 결정이 나면서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