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한화경기 티비중계를 본 후 야구를 더 보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쳐 홀홀단신 잠실로 향했습니다. 곽채진과 김영수가 나올거라고 예상했는데 롯데는 이정훈 선수가 등판했더군요.
4~5점 이상으로 승부가 갈리는 타격전을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원사이드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롯데는 올 시즌들어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주었지요. 시즌 종료시까지 오늘과 같은 경기를 한번 더하긴 힘들정도로 폭발적인 타력을 선보였습니다. 제가 8회까지 보고 나왔는데 그때까지 20안타에 12득점이었습니다.
오늘 두산의 모습을 보니 정말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 말고는 달리 그들을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더군요. 지난 몇년간 그들의 경기력은 리그 상위권이었고 관중들의 응원파워는 8개구단중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경기력의 하락은 물론이고 응원단이 외야로 옮겨감에 따라 경기 내내 응원에서 엇박자가 났습니다. 잠실구장에서 항상 울려퍼지던 두산 응원단의 활력넘치는 함성이 귀에 익숙했던 저로서는 매우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경기였습니다.
베어스는 1회 김동주의 솔로홈런으로 기분좋은 출발을 했고 2회에 6점을 실점하긴 했지만 곧바로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으면서 경기를 대등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찬스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전상렬이 내야플라이, 정수근이 짧은 외야 플라이, 장원진이 1루땅볼로 물러나면서 득점에 실패, 결과적으로 승부의 추를 그대로 놓아버린 셈이 되어버렸죠.
6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쿨바는 변화구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고 장원진은 이미 안타제조기의 모습을 완전히 상실한 듯 했습니다. 또한 홍성흔은 부상결장중이고 홍원기는 유격수수비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으며 8개구단 최고의 중견수라는 정수근 마저도 타구 판단에 여러번 실패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즈와 진필중, 레스와 콜마저 빠져나가 베어스의 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남아있는 멤버만으로도 어느정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몇년간 보여주었던 끈끈한 뚝심과 조직력은 아직 남아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오늘 베어스는 주력선수도 없고 조직력마저 상실한 그야말로 최약체의 모습이었습니다. 정수근과 김동주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방망이를 돌리는 선수도 없을뿐더러 이재영 선수마저도 직구 스피드가 많이 떨어졌더군요. 2번째로 등판한 김태구 선수가 빠른 종속의 직구를 선보이면서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긴 했지만 점수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별다른 부담이 없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완벽한 믿음을 심어주긴 이릅니다.
롯데의 경우 오늘 경기에서 타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긴 했지만 정말 답이 안나오는 라인업이더군요. 라인업 전체가 전반적으로 젊고 빠르다는 장점은 있지만, 경기 자체를 승리로 이끌만한 파워나 조직력은 솔직히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명 이상의 훌륭한 타자가 보강되지 않는다면 최종순위가 7위 이상 올라오긴 힘들것 같더군요.
작년까지의 두산은 비록 경기에 지더라도 야구장에 있는 것 만으로도 즐겁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로 선수들보다도 더 조직력이 넘치는 그들의 응원단 때문이었죠. 하지만 응원단이 외야로 옮기고 송단장이 떠나면서 베어스의 응원은 정말로 허접해졌습니다. 응원만으로도 상대팀을 주눅들게 만들던 모습은 결코 찾아볼 수 없고 숫적으로 열세인 롯데 응원단에게 오히려 밀리더군요. 물론 경기에 패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응원단을 다시 내야로 옮겨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상 뒤에 투명한 보호대를 설치하던가, 아니면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갈때는 단장이 경기장을 주시한다던가 하는 조치를 취해서라도 다시 내야로 복귀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L응원방식, 가족단위의 관람객을 근거로 들며 응원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만 확성기와 앰프, 막대풍선을 이용한 내야에서의 응원은 그 나름대로 국내 프로야구의 독특한 특색임과 동시에 장점일 수도 있으니까요.
첫댓글 단장도 바뀌고 요금도 바뀌었으면...
응원단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