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다. 후기들을 보니 감쪽같이 각질이며 피지가 제거되어 매끄럽게 된다고 적혀있었다. 물론 그 말들을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으니 후기들을 올렸으리라.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간이 더딘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드디어 6시 반. 평소엔 좀처럼 칼 퇴근을 하지 않지만 오늘은 어서 사용을 해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요 근래 내 피부는 지독한 홍역을 앓은 사람처럼 변하고 있었다. 곰보 투성이가 된 사람처럼 모공이 넓어져 그 안에 검은 피지들이 가득하다. 아무리 딥 클린징을 하고 좋다는 팩을 해봐도 피부는 여전했다. 와중에 생활고에까지 시달리다보니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병원을 찾아가 본다거나 뷰티 샾을 찾아간다는 건 내겐 꽤나 사치스러워 보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쇼핑몰 싸이트에서 단돈 2000원짜리의 이 타월을 알게 된 것이다. 후기들을 보니 이 타월로 얼굴을 닦아만 주면 각질과 피지들을 말끔히 제거해주고 그 후에 세트로 판매하는 용액을(내 생각엔 [아스트리젠트:모공을 조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가 아닐까 한다) 발라주면 모공을 조여주면서 피부를 매끄럽고 하얗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관리자가 관리를 해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로 단 한 명도 후회를 안 한 것인지 후기들 중에서 불평의 말은 한 마디도 찾지 못했다. 타월과 용액을 세트로 구입하는 비용은 겨우 5000원. 시중에선 기름종이 하나 값도 채 안 되는 가격이다. 가격란에는 배송비 무료, 세금만 받습니다 라는 문구가 선명한 빨간 색으로 되어 있었는데, 세금을 포함해서 두 개 가격이 5000원이라니 설사 허위 후기들이었더라도 아깝지 않을 만한 가격이 아닌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막 보일러를 켜서인지 선뜻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자 물을 약하게 틀어 놓고는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사실, 이 담배만 피지 않았어도 피부가 이렇게 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난삼아 배워 본 담배가 인이 박혀선 도저히 끊을 수가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담배는 여자들의 피부를 서서히 나빠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 확 상하게 만든다더니...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피부 좋다는 얘기를 지겨울 정도로 듣던 내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오인 될 만큼 변하게 되었다. 피부가 이렇게 그 사람의 인상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담배 한 개피가 필터 가까이까지 타 들어가자 그제 서야 물 위로 올라오는 김이 보였다. 손가락 끝을 넣어보니 적당히 따뜻한 수온이 느껴졌다. 얼른 타월을 물에 살짝 적셔 가볍게 물기를 짜내곤 얼굴을 살살 문질렀다. 뭐가 변하긴 하는 건지... 하긴 딱 한번 썼는데 효과가 나타나면 우리나라 화장품 회사들은 다 망했을 테지. 주의사항에 나와 있는 대로 가능하면 살살 문질러주고는 용액을 발랐다. 빨리 효과를 보기 위해서 듬뿍 바르고 싶었지만 주의사항에 절대 정해진 용량만큼만 바르라고 강조가 되어 있길래 혹시나 부작용이 생길까봐 약간 부족하다 싶은 만큼만 덜어 정성껏 발랐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서는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보다 꽤 이른 시각이었지만 피부가 재생된다는 밤 11시경엔 무조건 수면을 취하란 말에 별 수 없이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넉넉한 수면 덕인지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때문에 오늘은 커피를 새로 내려서 모닝 담배와 함께 즐길 여유까지 부리게 되었다. 커피를 마시다 문득 택배박스가 보였다. 아! 맞다! 나는 얼른 화장대 앞으로 가 얼굴을 보았다. 이건 정말이지 기적처럼 얼굴이 깨끗해져 있었다. 아직은 아주 살짝 T존 부위의 피지들이 보였지만 단 하루만에 이 정도로 변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난 기쁜 마음에 출근을 서둘렀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으니까. 정신 없이 준비를 하고(와중에 화장은 꽤나 공들여서 했다) 출근을 하자 예상대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오늘 선 보러 가나?
-와~ 오늘 분위기가 장난이 아닌데?
-정은씨! 어제 뭐 했어? 이뻐 보인다~
난 준비 된 배우처럼 '뭘요'로 일관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기분은 이미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출근부터 순조롭자 하루일과가 온통 순풍에 돛단 배 같았다. 그 날도 어김없이 퇴근 후에 타월과 용액으로 피부를 관리하기 시작했고, 나의 이런 생활은 한 달 남짓 계속 되었다. 이제는 찾아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모공은 축소되었고(축소 된 것이 아니라 아예 사라진 것 같이 보였다), 더군다나 피지 같은 건 내게 있어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쯤 되자 자연스럽게 타월과 용액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더불어 11시전 취침도 어느새 잊혀져 갔다. 만약 또 다시 피부가 상하게 될지라도 언제 건 타월과 용액을 사용하면 되니 말이다.
그러나 채 일주일도 안 지나서였다. 자다가 미칠 듯한 가려움에 잠을 깨게 되었다. 얼굴이 간지럽기 시작한데 딱히 어느 부위가 간지러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전체가 간지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일어나 불을 켜고 거울을 봤지만 좀 전에 내가 손바닥으로 치고 긁적거린 흔적으로 불긋불긋 해진 것 외에는 어떤 이상도 없었다. 결국 한참을 고생하다가 얼음물에 적신 수건을 얼굴에 덮고서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 내 얼굴에 어디 있는지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 모공들 속에서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벌레들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한 두 마리가 아닌 얼굴 전체의 모공 속에서 말이다. 그것들은 마치 밥을 달라고 부리를 들어 고개를 한껏 들어올린 새 새끼 마냥 모공 위로 한껏 얼굴을 (?)들고 있었다. 그리곤 징그럽게도 온 몸을 꼬아가며 흔들거리고 있었다. 난 그것들이 혹시 입에라도 들어갈까 비명조차 제대로 못 질러보곤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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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난, 그때의 충격으로 외부와의 어떤 접촉도 하지 않고 있다. 몇 차례의 수술로 내 얼굴에 기생하고 있던 그 것들을 다 없앨 수 있었지만 그 후유증으로 피부의 상태는 곰보 투성이가 되어 버렸고, 대인 기피증까지 생겼다. 물론 그로 인해 매일 컴퓨터를 벗삼아 이렇게 글이나 끄적거리고 있게 되었지만 말이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것들의 정체는 기형화된 <모낭충>이었다. 모낭충은 보통 0.4mm정도로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피부에 기생하고 있지만 어느 회사에서 모낭충의 알을 보관할 수 있는 타월을 개발하기에 이르렀고, 그 타월을 사용하면서 모공 속으로 들어가 부화를 하게 되는 모낭충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피지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는 점차 피부화 되간다고 한다. 그 피부화 되는 과정에서 모공의 크기에 맞게 자신의 형태를 변형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용액은 처음에는 모낭충의 먹이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피부화 된 모낭충이 배가 고파 밖으로 나오는 일을 억제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내 스스로 용액을 중단함으로써 채 피부화 되지 않은 그것들이 배가 고프다고 들고 일어선 것이리라. 그 회사는 이 타월과 용액을 개발하여 이제 막 문을 연 쇼핑몰에 상품을 전시하게 되었고, 폭발적인 인기로 상품이 품절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에는 이미 그들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혹시 당신도 그런 타월과 용액을 쓴 적은 없는지? 혹시 있다면 절대 사용을 멈추지 말기를 권한다. 그러다 다 써 버려서 더 이상의 용액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면 그것은 당신의 운명일테지...
<모낭충>여드름진드기라고도 한다. 몸길이는 암컷 약 0.4mm, 수컷 약 0.3mm이다. 체형은 대체로 길쭉하다. 좁은 몸통 앞쪽이 가슴이고 그 아랫면에 3마디로 된 짧은 걷는다리 4쌍이 있다. 나머지는 모두 배 부위인데, 가로고리가 여럿 있지만 관절은 없고 끝으로 가면서 좁아진다. 암컷은 배 앞쪽에 생식문이 열려 있고, 유생은 둘째 및 셋째 걷는다리 사이에 두 갈래로 갈라진 생식기가 있다.
사람의 눈꺼풀이나 코 주위, 외이도(外耳道), 머리 등의 피지선(皮脂腺)과 모낭에 기생하는데, 병원성은 없고 여드름의 원인과는 관계없다. 사람 외에 개·말·소 등에 기생하는 다른 종도 있으며 이들 종은 병원성이 강하다.
개나 돼지의 경우에는 탈모와 피부 발적(發赤)을 일으키며, 특히 개의 모낭 안에는 200여 마리씩 기생하여 모낭충증을 일으킨다. 가축 이외의 포유류에도 기생하여 해를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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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가입하고 처음 써 보는 글이네요.
요새 나라사정도 어지럽고 작게는 저희 회사 사정도 장난이 아니라네요
일은 손에 안 잡히고 어렵다는 직원들 사정을 들으면서
때맞춰 이주일 전인가 -_- 주문한 소포가 왔습니다.(이제서야 오다니)
직원들 눈빛은 아직까진 살만한가보군 하는 눈빛이더라구요 ㅠ0ㅠ
그래서 채 열어보지도 못하곤 슬그머니 가방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렇게 기다리던 물건인데도 곱게 안 보이더라구요.
얼마전에 카페 글 보다가 파우더에 대한 공포글을 본 적이 있는데
비슷한가 걱정도 됩니다. 사실 이 글에 나오는 타월을 제가 진짜로 샀거든요
1500원짜리를.. 오늘 퇴근하면 써 볼 요량인데 혹시 잘못되면 다시 글을
올리지요...
잘 읽었습니다. 헌데 전무가적인 견해로는 그 타올을 쓰지않으시는게 좋을 것 같군요. 피부에는 일정 각질이 존재해 주어야 하는데 마이크로 초극세사라는 타올로 인해 피부에 번현상(화상)이 일어날수 있거든요.물론 그 화상이라는 것은 전혀 아픔이 느껴지지않습니다.그때문에 많이 사용하다보면 피부가 두꺼워집니다
첫댓글 헛.. 얼굴이 왠지 가려워지는 느낌이.. 나두 요즘 피부가 안좋아져서 각직제거제 하나 사려고 하는중인데... 이런.... 겁이나서 못사겠네요.. ^^;
>.< 잼있당.. 난 이런 류의 소설이 조아용~~~~~~~~~~~~~~~~~~
(__) 감사합니다... 어찌나 두근두근하면서 올린것인지... 여전히 두근두근..
헉....나두 가금 간지러운데....이런....모낭충이 얼굴 가득?????으악!!!!!!!!징그러~~~잘 읽었습니다.
헉_;; 저 타월 내가 쓰는걸 말하는듯한_;; 잘 읽었어요_ 으흠_ 맙소사..
아... 저 어제 첨으로 써봤는데요, 호오~ 효과가 좋은데요? 1500원으로 이정도면 좋네요 ^^* 한달 뒤에 모낭충이 기어 나오려나...-_-
님 글 올리셨네요^^ 얼굴이 근질거려 둑을뻔했어요~~ㅠㅠ
헉..;;;
괜히 얼굴이 근질거립니다. 으흐..
오늘 하루종일 얼굴이 간지러웠는데_-_ 모낭충 무섭지요, 저희 강아지도 모낭충에게 호되게 당했답니다;
우잉.... 예전에 모낭충 없애는 비누 광고에서 울 나라 사람들의 80%가 모낭충 감염자라고 했던걸 읽고 거짓말 이러고 말았는뎅.. 갑자기 생각나서 찝찝해지는... 넘 잘 쓰셔서 갑자기 제 피부가 찝찝해지는 현상이.. ㅜ.ㅜ
모낭충이 진짜 있는 거였어요?? 아우 무서워!!!!!
사람 뱃 속에도 벌레 있는데 얼굴에 벌레 있으니 좀 찝찝하네. ^^; 아무튼 잘 읽고 갑니다 ^^
으... 읽고 나서 근질근질...
천국으로 가는 일곱계단님... 저 결국 인터넷으로 모낭충 제거 비누 찾고 난리 났습니다 담달 용돈 타면 사야 겠어요 왠지 저 있을거 같아요.. ㅜ.ㅜ
^^ 어머 아니예요 바다에 내리는 비님 너무 걱정 마세요 ^^
잘 읽었습니다. 헌데 전무가적인 견해로는 그 타올을 쓰지않으시는게 좋을 것 같군요. 피부에는 일정 각질이 존재해 주어야 하는데 마이크로 초극세사라는 타올로 인해 피부에 번현상(화상)이 일어날수 있거든요.물론 그 화상이라는 것은 전혀 아픔이 느껴지지않습니다.그때문에 많이 사용하다보면 피부가 두꺼워집니다
아으~ 상상이 막 되는 것이.... 끔찍!! ㅡㅡ;;;
징그럽다 그런거 정미ㅏㄹ 실화예요??근데 처음 치고 잘쓰셨는데??
잘읽었습니다 흐 끔찍
이거 읽구 3일만에 다시 왔는데 제목만 봐도 얼굴이 근질거려여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