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슬픔을 아니/ 惠庵 박 상 국
호수에 달이 빠지면, 호수가 그리움을 앓는다는 걸 넌, 몰랐지
밤새도록 등불 들고 가는 물속 삼천리(三千里)
눈 섶 달이 초승달이고, 초승달이 하현달이지만 그래도
시시때때, 마음 닿는 것이 달라
기울다 기울다 상현달이 되고 만월이 되어, 박꽃으로 피는 걸
넌, 몰랐지.....
야사(夜思)한 밤 오동꽃 짙게 피면, 접동새
강물 위에 울음 떨구고, 아카시아 꽃 허들어지면 뻐꾹새가
창가에 내려와 가슴 여미게 하였는데
넌, 슬픔을 아니
장대 끝 기다림 묶어두어, 고추잠자리 바람 위 비행하며, 그곳
떠날 수 없었던 것을, 넌 몰랐지.....
아가는 배가 고파 엄마를 기다렸고, 엄마는 젖이 불어 젖몸살
앓는 것이 사랑이란 걸
넌, 몰랐지.....
오늘은 어제를 잃고, 어제는 오늘을 기다린 것이 삶이란 걸
허나 오늘 속에 내일이 또 숨어 있었어,
넌 바보야!
그런데 똑똑한 척했고, 넌 똑똑 했지만 바보처럼 세상에 짐을
풀어, 등신이 되고 말았어,
슬픔을 몰라 기쁨을 가질 수 없었고, 기쁨을 가지지 못해
슬픔이 어떤 것인지 몰랐던 거야!
벽속에 사는 도깨비는 뿔이 있어, 그 뿔로 뚝딱하면
세상 모든 것이 변할 것이라 믿지만, 깨어보면 허상(虛像)이듯
잡히지 않는 허망함에 영혼을 던지지 마!
사유(事由)는 존재의 가치가 있을 때 아름답고, 향기로운 거야!
이제 슬픔을 알았으니, 슬픔 속 미움도 자리를 비울게야!
야사(夜思)한밤 오동 꽃 짙은 향내에 울던 접동새도
아카시아 꽃 허들어진 창(窓)을 열던 뻐꾹새도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을게다
호수에 달이 빠지면 호수는 그 그리움으로 어리는 걸 보았지...
넌, 기쁨을 볼 거야! 오늘 슬픔을 알았응께-
[블로그] 혜암의 시 향기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반추라고 생각한다.
혜암 4詩集/ 그대 나루에 앉아 붉은 해 지는 것 보았다/ 중에서
2008. 9. 19 出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