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의 교훈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강론>(2023. 12. 1. 금)
(루카 21,29-33)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루카 21,29ㄴ-33).”
당시 그 지역에서는 ‘여름’이 추수철이었습니다.
성경에서 ‘추수’는 ‘심판’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라는
말씀은, 종말과 심판의 날이 되면 누구든지
그날이 되었음을 저절로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저절로’ 라는 말은 누가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 정도로 명확하고 생생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여기서 ‘이러한 일들’은 좁은 뜻으로는, 이 말씀 앞에 있는
‘우주적인 표징들’과 ‘예수님의 재림’을(루카 21,25-27) 가리키고,
넓은 뜻으로는 ‘종말 전의 재난들’을(루카 21,8-24) 가리킵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라는 말은,
“종말의 날이 시작되었다.” 라는 뜻입니다.
<가까이 왔다는 말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표징들, 또는 재난들을 ‘언제’ 보게 될까?
그런 일은 ‘언제’ 일어날까? 이미 일어났고, 이미 보았습니다.
지난 이천 년 동안 인류는 수없이 많은 재난들을 겪었고,
오늘날에도 겪고 있습니다.
표징들도 마찬가지인데, ‘회개하라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는 표징들을 수없이 많이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습니다.
‘여름’은, 즉 ‘종말의 날’은 이미 시작되었고, 지금 우리는
‘종말이 완성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라는 말씀은,
종말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늦기 전에 당장 회개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이 바로 그때다.” 라는 것을
자주 강조하셨습니다.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요한 4,23).”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죽은 이들이
하느님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렇게
들은 이들이 살아날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요한 5,25).”
사도 요한도 “자녀 여러분, 지금이 마지막 때입니다.”
라고 말합니다(1요한 2,18).
‘종말이 완성되는 날’은 언제인지 모르는 먼 훗날이 아니고,
‘이제 곧 닥칠 날’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뒤로 이천 년이나 지났다는 이유로,
종말이나 재림에 관한 말씀을 아무 긴박감 없이,
그저 늘 듣는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말씀으로만 생각하기가
쉬운데, 지나간 날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남아 있는 날들이
짧다는 뜻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주님께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 라고 말합니다(2베드 3,8).
이 말은 시편 90편 4절을 인용해서 한 말인데,
시편 90편은 ‘종말과 심판’을 묵상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는 시편입니다.
“당신께서는 인간을 먼지로 돌아가게 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아, 돌아가라.’ 정녕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야경의 한때와도 같습니다.
당신께서 그들을 쓸어 내시면, 그들은 아침잠과도 같고,
사라져 가는 풀과도 같습니다(시편 90,3-5).”
이 찬미가는, 시간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라는 것과
하느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인간은 허무하게 사라지는
먼지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천 년, 이천 년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시간입니다.>
여기서 ‘먼지, 아침잠, 풀’이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이유에 연결됩니다.
예수님은 인간들이 먼지나 아침잠이나 풀처럼 허무하게
사라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즉 인간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려고 오신 분입니다.
복음서에 있는 ‘종말과 심판’에 관한 예수님 말씀들은,
“먼지처럼 허무하게 사라지지 말고 영원한 생명을 얻어라.” 라고
호소하시는 ‘사랑의 말씀들’입니다.
<그 생명을 얻는 방법은 ‘믿음’과 ‘회개’입니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라는
말씀에서 ‘이 세대’는 그 당시의 세대가 아니라
지금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사람들, 즉 우리를 가리킵니다.
‘모든 일’은 종말과 심판입니다.
그래서 이 말씀은, 종말과 심판의 날이 곧 닥친다는 뜻입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씀은, 종말과 심판에 관한 말씀을
포함해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들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여러분은 썩어 없어지는 씨앗이 아니라 썩어 없어지지 않는
씨앗, 곧 살아 계시며 영원히 머물러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통하여 새로 태어났습니다.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머물러 계신다.’ 바로 이 말씀이
여러분에게 전해진 복음입니다(1베드 1,23-25).”
믿기를 거부하는 자들과 회개하기를 거부하는 자들은
종말과 심판의 날에 먼지처럼 허무하게 사라지겠지만,
믿고 회개한 사람들은 그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참된 신앙인은 종말, 재림, 심판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다립니다.
- 송영진 신부님 -
첫댓글 그 생명을 얻는 방법은 ‘믿음’과 ‘회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