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탄수화물 섭취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수년 전부터 유행 중인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문가들은 살 빼는 데 장기적인 효과가 없으며, 일부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탄수화물 기피 현상이 심해지자 최근 개정된 2020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에서는 처음으로 탄수화물 최소 섭취량인 '평균 필요량' 100g을 설정했다.
'저탄고지' 부작용
탄수화물, 섭취 안 해도 정말 괜찮을까?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저탄수화물식이’는 탄수화물로부터의 에너지 섭취 비율이 45% 미만인 경우를 말하며, ‘초저탄수화물식이’ 또는 ‘케톤식’은 탄수화물로부터의 에너지 섭취 비율이 10~20%인 식단을 말한다. 하루 탄수화물을 20~50g만 섭취할 때도 해당한다.
저탄수화물 식이가 살 빼는 데 도움은 되지만 한계는 있다. 저탄수화물 식이와 고전적인 저지방 식이를 2년간 비교한 결과, 체중 감소의 효과와 관련된 질병의 위험 감소 효과는 유사하다고 보고 됐다. 그러나 최근 11개의 무작위 연구의 메타분석에서 저탄수화물 식이는 체중 감소, 혈액 내 중성지방 감소와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 증가와 같은 효과가 나타났지만, LDL콜레스테롤의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장기간 지속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저탄수화물식이를 하면 지질의 섭취가 증가하게 되는데, 지질 중에서도 포화지방산의 섭취 증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초저탄수화물식이에 대한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근거 높은 자료가 없는 것도 한계다. 무엇보다 다이어트는 건강을 유지하면서도 ‘장기간’ 지속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장기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탄수화물은 적어도 하루 100g은 먹어야 하며, 적정 섭취 기준은 한국인의 경우 총 에너지의 55~65%를 섭취하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100g 이상 섭취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뇌는 탄수화물을 주 에너지로 사용하는데, 공복이나 단식 등 포도당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지방산을 연료로 사용한다. 지방산은 완전하게 산화되지 못하고 케톤체를 만들게 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케톤체가 체내 축적되면 체액이 산성이 되고, 심하면 혼수상태까지 일으킬 수 있다.
탄수화물 적정량
꼭 먹어야 하는 탄수화물 100g 어느 정도?
탄수화물의 하루 최소 섭취량은 밥 한 공기와 식빵 4조각을 거뜬히 넘어간다.
최소 섭취량인 탄수화물 100g은 알기 쉽게 햇반 큰 공기 300g짜리가 탄수화물 100g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밥공기로 따지면 1공기하고도 3분의 1공기를 더 먹는 것이다. 식빵으로 따지면 하루에 4장은 먹어야 하는 양이다. 물론 탄수화물이 밥, 빵에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과일이나 일부 채소에도 들어있으므로 탄수화물 제한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뇌 활동 등을 생각한다면 한 끼에 밥 3분의 1공기 혹은 식빵 한 장은 먹어야 한다. 기억해야 할것은 하루 100g의 탄수화물은 꼭 필요한 양이지 ‘권장섭취량’은 아니라는 점. 탄수화물은 총에너지의 55~65%를 섭취하라고 권장한다.
탄수화물 섭취량과 섭취 방법
한국인은 총에너지의 55~65% 섭취해야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채소의 섭취도 함께 겸해야 한다.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르면 탄수화물은 총에너지의 55~65%를 섭취해야 한다. 정확한 비율을 맞춰 먹기란 쉽지 않다. 특별할 것 없이 흔히 구내식당 메뉴와 같이 ‘다양’하고 ‘적절히’ 섭취하면 된다는 것이 영양 전문가들의 의견. 한 끼에 남자는 밥 한 공기, 여자는 3분의 2공기를 섭취하고, 고기 60~80g 혹은 생선 한 토막 같은 단백질 반찬, 나물 반찬 2가지 정도챙기면 된다. 국, 김치는 기호에 따라 첨가하면 된다. 다만 국을 먹을 때는 밥을 말아 먹으면 빨리 먹게 되고 국물을 통한 나트륨 섭취도 증가하게 된다. 건더기 위주로 국물은 한두 숟가락 떠먹으면 된다.
한식 백반으로 먹지 못한다면 전체 열량을 기준 삼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적절히 분배해서 먹으면 된다. 여기에 채소도 추가로 섭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파스타를 먹는다면 탄수화물이 많은 파스타 면과 함께 고기·생선·해산물 같은 단백질 식품을 추가 토핑해서 먹고, 샐러드도 같이 먹어야 한다. 큰 대접에 산더미처럼 담긴 국수를 김치하고 먹는다면 밥 두 공기를 김치하고만 먹는 것과 같다. 이때는 국수 양은 국그릇 정도에 담길 정도로 줄이고 두부, 계란, 나물 반찬을 같이 먹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 종류
당 지수를 고려해 질도 따져야 한다.
탄수화물을 얼마나 먹을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것을 먹을지도 중요하다
탄수화물은 질도 따져야 한다. 이때 당 지수를고려하면 좋다. 탄수화물 주요 공급원은 곡류, 감자류, 과일류, 당류 등이다. 탄수화물은 같은 양이라도 혈당을 높이는 정도가 다르다. 이를 당 지수(GI)로 표시하는데, 당 지수가 70 이상으로 높은 식품을 섭취하면 혈당이 빠르게 증가하고, 인슐린 분비 증가와 체내 지질의 산화가 억제된다. 결과적으로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 분비 자극을 유도하여 체지방을 증가시킨다. 동맥경화도 가속화된다. 우리나라 성인에서 당 지수와 당부하 지수가 높은 식사를 하면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가 높다는 연구도 있다.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양뿐만 아니라 당 지수를 고려해 섭취해야 한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