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북 고창에 있는 선운산을 갔다. 산이야 사계절 내내 늘 오르는 것이지만 올해는 유독 가을이 떠나기 전에 하나의 산이라도 더 오르기 위해 애를 썼다.
겨울산은 한 달만 지나면 만날 수 있지만 가을산은 내년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산행에 조급증을 내는 것은 아니기에 무리한 일정을 만들 필요는 없다.
얼마전에 선운산을 다녀 왔다는 후배가 지금쯤 단풍은 다 졌을 거라고 했다.
단풍잎이 전부 떨어졌더라도 잎이 모두 진 늦가을 산도 좋긴 하다. 올해 유난히 늦게 온 가을이었고 가을 내내 기온이 높았던 탓에 나는 아직 단풍이 있을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 일찍이거나 늦는 일이 있을 뿐, 꽃 피고 잎 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
나는 그 순리를 따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면 족하다. 선운산은 사계절 다 특색이 있어 좋지만 모처럼 가을산을 만끽하고 왔다.
선운산은 지리산 만큼은 아니지만 굉장히 넓다. 그래서 온전히 일주를 하려면 프로 산꾼들도 8시간 이상 걸린다. 우리는 이날 절반쯤으로 줄인 길을 걷기로 했다.
지도에 빨간 줄 노선이다. 선운사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석상암, 마이재, 수리봉, 참당암, 소리재, 낙조대를 거쳐 천마봉에 오른 후 도솔암에서 선운사로 돌아 오는 원점 회귀 코스다.
할배들의 가을 나들이, 올해 마지막 가을을 즐기기 위해 단체로 선운사 단풍 구경을 나온 모양이다.
은행잎은 대부분 지고 단풍만 남아 있었다. 사진 속 노란빛은 전부 단풍나무다. 단풍하면 빨간색을 떠올리지만 노란 단풍도 나름 운치가 있다.
선운산은 원래 도솔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선운사 일주문 현판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산행에 앞서 먼저 선운사 경내를 잠시 둘러 보기로 했다. 주변이 아직 단풍으로 가득하다.
선운사 경내의 늙은 감나무, 잎은 모두 졌으나 홍시들이 늦가을 햇볕을 마음껏 쬐고 있었다.
선운사 대웅보전.
모과나무도 있다. 여기도 잎은 지고 열매만 남았다.
일단 마이재를 거쳐 수리봉을 제일 먼저 올랐다. 이곳을 예전에는 도솔봉이라 했는데 언제부터 이름이 바뀐 모양이다. 수리봉이 선운산의 최고봉으로 높이는 336미터.
수리봉에서 참당암으로 가는 길의 조망은 이렇게 이어진다.
선운산 포갠바위다. 두 개를 포갠 것처럼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마당바위 소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가졌다. 이곳 또한 조망이 너무 좋아서 간식과 커피맛이 꿀맛이다.
포갠바위를 지나면 참당암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내가 꼽는 선운산 최고 단풍길이 이곳인데 대부분 지고 끝물로 남은 단풍이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참당암 도착, 이 암자도 예전의 고즈넉하고 아담했던 풍경을 잃어 아쉬웠다.
참당암을 뒤로 하고 소리재 방향으로 오른다.
소리재 오르는 길은 완전히 단풍이 졌는데 몇 곳에서 이런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소리재를 지나 낙조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용문굴이다. 예전 인기 드라마였던 대장금 촬영지로 유명하다. 장금이 엄마 무덤이 놓인 돌탑이 보인다.
용문굴에서 본 바깥 풍경이다.
용문굴에서 나와 낙조대 가는 길에서 본 능선 풍경이다. 사방을 둘러 보면 선운산이 굉장이 깊고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낙조대에서 배맨바위 쪽으로 가는 등산로는 막혀 있었다. 며칠 전부터 산불방지로 금지 구간이 되었다. 전국의 모든 산이 이맘 때쯤부터 산불 때문에 통제 구간이 많아 지는데 선운산도 그럴 것이다.
이곳이 낙조대다. 올라 갈 수는 없고 바라만 봐야 한다.
낙조대에서 조금만 더 가면 천마봉에 닿는다. 그리 높지는 않은데 조망이 천 미터급 산 못지 않게 좋다.
천마봉에서 조망한 풍경들.
보는 이를 취하게 만드는 멋진 풍경들이다.
도솔암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올려 다 본 천마봉. 깍아 지른 절벽 오른쪽 위가 천마봉 정상이다.
천마봉에서 내려와 도솔암 방향으로,,
도솔암 마애불이다.
거대한 부처님 얼굴이 인자하기 그지 없다. 주변에 있는 단풍은 가을빛으로 불 타고 있었다.
도솔암 주변에도 불타는 단풍들로 넘쳐 난다.
신기하게 11월 하순임에도 아직 파란 단풍이 있었다. 이 나무는 언제쯤 물이 들려나?
도솔암에서 내려오다 만난 소나무 장사송이다. 수령 600년이 넘은 천연기념물인데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 모습이 특이했다.
장사송 옆에 있는 진흥굴이다. 바깥에서는 좁게 보이나 들어 가서 보면 무지 넓다.
진흥굴에서 본 바깥 풍경.
소원을 비는 돌탑 주변에도 단풍들로 장관을 이뤘다.
이제 선운사 주차장으로 가는 하산길이다.
이렇게 예쁜 길과 단풍나무를 연달아 만나니 마지막까지 눈이 바쁘다.
선운사 마지막 단풍이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선운사 녹차밭에서 본 선운산 봉우리. 어느 봉인지는 잘 모르겠다.
선운사 앞 계곡에 서 있는 단풍나무들, 이들도 예쁘게 단장한 자기 얼굴을 물에 비춰 보고 싶었던 것일까.
오전에 제대로 못 봤던 선운사 단풍을 다시 만난다. 산행 전날인 22일이 소설이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만난 해도 드물다.
선운사 입구에 있는 선운산가비, 총 산행 시간 휴식 포함 5시간. 오늘 산행 끝,,
첫댓글 나보다 젊은 형
고만 약 올리기?~~~ ㅎㅎ ㅋㅋ
ㅎ 골드훅 선배님,,
그래도 선배님은 산행 아닌 이 카페 곳곳에서 다른 것을 즐기면서 멋진 날들 보내는 걸 보면 저도 부럽답니다.
평화로운 일요일밤 되세요.ㅎ
나보다
더 멋지게 가을을 담는 현덕님
현덕님과 가을풍경
너무 멋져요
감히
누구도 담을수. 없을만큼요
그리고
하늘에서 바람타고 온 가을아!
너~ 참 예쁘다~^^
하경님, 일요일 밤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어제의 멋진 풍경이 아직도 아른거리네요.
올 가을이 유난히 늑장을 부린 덕에 이런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지 싶네요. 산과도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실감한 하루였습니다.
이왕 간 김에 두루두루 둘러보고 찍은 사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올렸답니다. 하경님이 기쁘게 구경하셨다니 올린 보람이 있네요.
이런 산행기가 또 이어질지도 몰것네요.ㅎ
선운사 작년 꽃무릇도 아닌 단풍도 아닌 어중띤 10월에 다녀왔는대 단풍이 정말 아름답네요
사진과 함께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갱자님도 선운사를 다녀 오셨나 보군요. 10월에 가셨으면 단풍은 아직 덜 들었을 때였을 겁니다.
선운사가 꽃무릇으로도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봄에 가면 벚꽃도 참 예쁜 절이데요.
올해 선운산은 늦게까지 단풍이 있어 제겐 참 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공감해 주신 갱자님 감사합니다.
사진이 예술입니다 ..
노랑단풍나무 처음 보네요 .
멋진 풍경 잘 봤습니다 ^^
다빈님, 그냥 휴대폰으로 막 찍은 사진입니다.ㅎ 보정도 색칠도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그대로 올린 것이구요.
저도 어제서야 선운사 노란 단풍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좋은 날들 되세요.ㅎ
선운산이 엄청 넓군요..
등산은 감히 할 생각도 못 해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오래전에 선운사 꽃무릇 볼려고
다녀온적 있고,
그 후로도 선운사만 다녀 온적있어요..
스위트리님 안녕하세요.
저도 어제 산 능선을 오르면서 선운산이 넓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답니다.
그전에는 산 타는 것에 몰두하느라 지나쳤던 풍경을 어제는 느릿느릿 곳곳을 바라봤기 때문일 겁니다.
이날도 선운사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산에서 만난 등산객은 그리 많지 않더군요. 산행은 그냥 보너스고 선운사만 걸어도 절반 이상 본 셈이라 생각합니다.
건강하세요.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볼 수 있는
선운산 산행기를 올려 준
아우님 덕분에 눈 호강을
잘 했다우
아직도 감기 기운이 남아있어
오늘도 하루종일 집에서
자다 깨다 하면서 지냈네요
체력이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명산 같습니다
몸도 성치 않으신데 이렇게 다정한 댓글까지 주시고 정담 선배님의 톡수방 사랑을 알 수가 있습니다.
선운산은 그리 높지 않아서 코스를 짧게 하면 왕복 3시간으로 충분히 즐기고 내려 올 수 있는 산으로 보이데요.
감기는 그저 휴식이 최고입니다. 따끈한 유자차나 생강차 같은 것도 드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네요. 모쪼록 얼른 감기 물러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ㅎ
갈까말까~~~
망설입니다 ㅋㅋ ~~~
이달 말까지도 단풍은 있을 듯하지만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내년에도 가을은 오니 그때 날 잡아서 가도 될 테구요. 골드훅 선배님은 분명 오래 살 겁니다.ㅎ
@유현덕 왜 내가 오래 살아야 하나요?
@골드훅 ㅋㅋ
선운사 단풍은 유명하지요.
아직도 고운 단풍이 많이 있어 반가우셨죠..
늦가을에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즐거움도 좋으셨겠습니다.
산정상에서 바라보는 장쾌한 파노라마가
가슴 벅찬 풍경입니다.
맘껏 산행 하실 수 있어서
부러워요.
샤론님, 선운사까지 오셨군요.^^
네, 저도 어제 이렇게 단풍이 많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답니다. 첫눈 온다는 소설이 지난 시기에 이런 단풍 보기 정말 힘들거든요.
맑은 날씨에 단풍빛도 고왔지만 진짜 발 밑에 낙엽 밟는 소리가 걷는 내내 오감을 일깨우게 했답니다. 살아 있음에 대한 무한 감사를 하며 걸었지요.
공감해 주신 샤론님 평온한 밤 되세요.ㅎ
선운산 풍경에 취하실만 히네요
산행하시며 아름다운 단풍 경치을 잘 찍어
올려놓으신 사진들을 감상하다보니
등산을 좋아하는 저도 가보고 싶은데
설명꺼정 자세히 해 주셔 더 맘에 와 닿네요ㆍ
덕분에 산행한 기분으로 잘 보고 갑니다ㆍ
등산을 좋아하신다니 인희님 더 반갑습니다.ㅎ
사진만 올리면 쉽고 빠르겠지만 그냥 보는 사진보다는 설명을 곁들이면 도움이 될까 싶어 이렇게 한답니다.
이날 선운산 풍경을 폰에만 담은 게 아니라 눈에도 담고 가슴에 담고 왔으니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인희님이 함께 산행한 것처럼 느끼셨다니 산행기 올린 보람이 있네요.
언제나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선운산 다녀오셨군요.
선운사는 여러번 가보고 도솔암까지도 올라 가 보았는데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그곳의 풍광은 더 좋겠지요.
가보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 어디를 가든 만추의 풍경이 황홀합니다.
우리동네는 은행잎이 가로수인데
거리마다 노란 단풍잎이 황금비처럼 흩날리고 있습니다.
가을산에서의 행복한 모습인 유현덕님 모습과
선운산 골짜기 골짜기 사진, 그리고 글 잘 보았습니다.
아하~ 린하님도 선운사를 여러 번 가셨고 도솔암까지 올라 가셨다면 님의 선운산 사랑은 98점입니다.ㅎ
산 좋아하는 린하님도 아시겠지만 산은 올려다 볼 때 느낌 다르고 내려다 보는 느낌이 다르기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처럼 대답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도 아직 가을이 조금 남은 듯하네요. 날씨는 겨울로 달음박질 하는 11월 끝자락인데 아직 노랑물이 덜 든 은행나무도 있더라구요.
들꽃 같은 소녀 감성 소유자이신 린하님, 남은 가을 잘 마무리 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