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민일보 고하승＞ 박지원과 선데이서울

[일송정은]

박지원과 선데이서울

편집국장 고하승

씨름판 천하장사 출신의 이만기 교수가 영화배우 김지미 씨와의 스캔들을 해명했다.

지난 3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이만기 교수는 김지미 씨의 집에 드나들었다는 루머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선데이서울에 기사가 나왔었다. 김지미의 집에는 가본 적도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나중에 진짜 김지미씨의 집에 드나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나와 닮았다"며 "그 분이 현재 울산 MBC에서 카메라 감독을 하고 계신다. 어느 날 울산 MBC에서 방송을 하는데 그 분이 나를 불러 '예전에 김지미 집에 드나든다는 사람이 나요'라고 말하더라. 알고 보니 김지미의 조카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당시 "허위기사를 실은 잡지사에 허위보도로 소송을 하려 했으나 '드나든다'가 아니라 '드나든다더라'라고 보도해 허위보도가 성립되지 않았다. 결국 소송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필자는 ‘빵~’하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저격수로 나선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 간의 '박태규 진실 공방'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와 박근혜 전 위원장이 수차례 만났다'고 주장한 박지원 원내대표를 지난 21일 검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박지원 위원장 측은 박근혜-박태규 접촉에 대해 복수의 인사가 진술한 내용도 있고, 증언해 줄 제3자의 진술이 담긴 녹취록도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증거 공개에 대해서는 “그런 자료가 있더라도 왜 지금 그걸 내놓겠느냐”고 거부하고 있다.

그동안 야권은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녹취록으로 재미를 봤던 추억이 있다.

선데이서울이 '드나든다'가 아니라 '드나든다더라'라고 보도해 재미를 보았던 것과 같은 수법이다.

사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단한 정보망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와 박근혜 전 위원장이 수차례 만났다'고 주장하는 제 3자의 진술이 담긴 녹취록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그 진위여부정도는 쉽게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박 원내대표가 그 진위여부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 봤을까?

어쩌면 해 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결과 그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마치 로비스트 박태규 씨와 무슨 관련이나 있는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다면, 그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

물론 박지원 원내대표가 사실이 아님을 알거나,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알고도 의혹을 제기했다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선데이서울이 '드나든다'가 아니라 '드나든다더라'라고 보도해 빠져 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박 원내대표가 제 3자의 진술을 사실로 믿었다고 주장하면, 형사처벌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즉 박 원내대표가 ‘제 3자의 진술을 사실로 믿었다고’고 발뺌하면 그만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박 원내대표는 이런 점을 노리고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무차별 공세를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선을 앞두고 상대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사실이 아닌 말을 단순 반복함으로써 사실인 듯 국민에게 각인시키려는 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만일 그런 녹취록이 있다면, 지금 공개해 그 진위여부를 공개적으로 판단 받아야 한다. 녹취록 진실여부에 대해 검증받을 시간조차 주지 않고 대선 막바지에 공개할 경우, 나중에 그것이 ‘가짜’라는 게 판명되었어도 이미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일 것이다.

그 때 가서 “나는 그것이 진실인 줄 알았다”고 발뺌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론 대선 주자는 그가 누구든 마땅히 그의 과거행적, 도덕성, 자질 등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그러나 검증은 어디까지나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네거티브로 판을 흔들려는 더러운 음모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유권자가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그나저나 선데이서울 수법이 만연하는 정치풍토가 언제나 개선될지 정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