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10) - 6‧25 74주년에 즈음하여 내일(6월 25일)로 6‧25 전쟁 74주년을 맞는다. 참혹한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엄중한 상황, 위정자는 물론 국민 모두 이 땅의 온전한 평화와 번영의 확보와 유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략과 경륜을 갖추고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우연의 일치인가, 6‧25를 며칠 앞둔 지난 주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공식 방문하여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포괄적 전략동반자협정을 체결하면서 한반도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정학적 중요지역으로 부상하였다. 과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복잡 미묘한 한반도정세를 지혜롭게 풀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모두 머리를 맞대고 난국타개에 온 힘을 모아야 하리라. '너는 전략으로 싸우라. 승리는 지략이 많음에 있느니라.(잠언 24장 6절)' 엊그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들과 손자가 6‧25 참전용사 묘지의 국기달기 행사에 참석한 사연을 보내왔다. 결혼에 즈음하여 서울 현충원의 무명용사묘역에 기념식수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곳을 찾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공덕을 기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은 터라 더 반가운 일, 우리 모두 나라와 겨레 위해 목숨 바친 국내외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크나큰 사랑에 깊이 감사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참전용사 묘지의 국기달기 행사에 참석한 손자의 모습
수도권의 꽤 큰 교회가 십 수 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 참전용사를 초청하여 보은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 일이 고맙게 여겨졌다. 지난주 영상예배를 통하여 그 교회 담임목사로부터 이 일에 앞장서게 된 경위와 취지를 소상하게 설명 들으며 정부나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을 민간단체에서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고 훌륭하여 크게 박수를 보냈다. 이에 관하여 그 담임목사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언론에 기고한 내용은 이렇다. ‘이제 보은할 시간도 얼마 없다 16년 전, 필자가 섬기는 새에덴교회에서 제2회 6·25 참전 용사 초청 보훈 행사를 할 때였다. 통상 보훈 행사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 참전 용사를 초청하고 국내에서는 경기 용인, 광주, 성남시 등 교회 주변 지역의 국군 참전 용사를 초청한다. 그때 300여 명이 환영 만찬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6·25전쟁 당시 같은 부대에 속해 있던 한·미 참전 용사가 같은 테이블에서 만난 것이다. 한 사람은 미군 참전 용사 로렌조 오르테가이고, 또 한 사람은 국군 학도병 김영현 선생이었다. 두 사람은 6·25전쟁 당시 강원도 철원 철(鐵)의 삼각지대 전투에서 함께 포로가 되었다. 두 사람은 생사의 기로에서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하며 서로를 의지했다. 그러는 동안에 부대원들은 두 명을 구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였다. 마침내 무사히 구출되었고 그날의 환희와 감격은 흑백 앨범의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돼 있었다. 그런 그들이 58년 만에 우연히 한 테이블에서 만난 것이다. “우리가 함께 사선을 넘나들던 전우였는데 이렇게 살아남아서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거야말로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덤으로 산 것입니다.” 그때가 우리 교회의 참전 용사 2회 초청 행사였는데 어느덧 올해는 18회째를 맞는다. 올해는 6월 중순 미국 텍사스에 가서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전사자 및 전몰자 추모와 미군 참전 용사 및 가족 초청 보훈 행사를 먼저 한다. 국군 참전 용사들은 교회로 초청하여 보훈 음악회를 가질 계획이다. 나는 그동안 미국에 갈 때마다 지역의 보훈 병원을 찾았다. 이처럼 한미 참전 용사 보훈과 민간 외교에 앞장서온 일들이 알려지며 대한민국 목사 최초로 미국 국가조찬기도회가 주최한 런천 기도회에서 설교할 기회도 얻었다. 2024년 4월 현재 국내에 6·25 참전 용사가 3만8000여 명 생존해 계신다고 한다. 1년 전보다 1만 명이 줄었다. 안타깝게도 고령으로 인해 그 숫자가 매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참전 용사 초청 보은 행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은(報恩)이 한 사람의 인격이라고 한다면 보훈(報勳)은 국가의 품격이다. 6월을 맞이하여 전 국민이 보훈 문화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어찌 우리가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어린이와 중고생은 참전 용사 할아버지들께 감사 편지를 전하자. 6월엔 현충원과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고, 지역 내 참전 기념비에 헌화의 손길을 펼치자. 보은과 보훈은 비단 참전 용사의 공로에 감사하는 것을 넘어 우리 스스로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제 감사와 보은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24. 6. 3 조선일보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의 글, ‘또 1만 명 줄어든 6·25 참전 용사… 이제 보은할 시간도 얼마 없다’에서) 지난 2023년 6월 19일 새에덴교회 초청으로 방한한 미 참전용사와 가족들이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에 도착, 충북함 장병들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