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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시간들 대부분을 잠으로 보낸다.
아니, 잠이 주는 안일함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세상에...
예전에는
잠이 이렇게 깊은 안락함을 제공하는 줄 미쳐 몰랐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남편도 이젠 포기하나 보다.
이사를 하고
어지간한 짐은 다 정리를 했는데
그래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놓여진 짐들이 적지 않는 것 같다.
남편은 이런 짐들을 찾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두고 살자고 한다.
엇그제 토요일은 그랬다.
그날도 낮잠을 자고 있는데
일어나서 일을 도와 달랜다.
눈이 떠지지 않아 귀찮았다.
로만쉐이드를 달기위해
드릴로 작업을 하는 남편을 두고
그 옆에서 다시 잠이 들어 버렸다.
그 시끄러운 드릴 소리도 내겐 아무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 곳에서 잠이 든 아내를 보고 기가 막혔다고 한다.
잠...이 왜이리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아주 예전엔 그랬는데...
낮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자지를 못했는데...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을 잔다는 건 낭비처럼 느껴졌었는데...
다시금... 내 삶을 많이 많이 사랑하고 싶다.
아니,
다시금... 내 영혼을 깨우고 싶다.
깊은 잠속에 빠져 있는 내 영혼을...
=== 기 차 여 행 ===
당신과 나 / / 민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