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사)새말새몸짓 이사장
집권세력, MB정부땐 전기통신법 비난
정권 잡자 돌변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
소수당 몫인 법사위원장까지 독차지
제도적 민주주의 높아졌지만 의식 낙후
진영논리에 갇혀서 정치 3류 못 벗어나
차기 대통령은 통치에 대한 식견 필요
4차 산업혁명 효율적 대응이 운명 결정
선도국으로 이끌어 나갈 비전 제시해야
따라 하기보다는 전략국가 도약 모색
인재만이 국가의 미래 열어갈 수 있어
“집권 세력은 5·18 역사 왜곡 처벌법과 언론 중재법 등을 만들어 민주주의 실현에 가장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 민주화를 이뤘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독재의 길로 가고 있다.” (사)새말새몸짓 최진석 이사장(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반민주 세력이라는 것이다.
지난 2일 ‘행동하는 철학자’로 통하는 최 이사장을 만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 그는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선 “국가와 민주, 자유, 통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식견과 훈련된 인격, 우리나라를 선도국으로 이끌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학자로서 현실 정치 관련 발언을 많이 하는데.
“철학과 정치의 학문적 기원을 보면 생년월일이 같다. 현대사회는 주먹이 아니라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구성돼 있다. 그런데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비전이 효율성을 가지려면 되도록 높은 시선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 어느 정도 양적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이제 철학의 인도를 받아 정치의 본질을 회복하려 노력해야 할 때다. 철학자가 정치를 말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공자, 노자, 플라톤, 마르크스 등도 철학자이면서 정치가였다. 철학적인 사유를 통해 나온 생각을 세상에 실현하는 장치가 바로 정치다. 철학과 정치는 되도록 만나는 것이 좋다. 만나야 이상적이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는.
“국가는 기본적으로 부국강병을 최종적인 어젠다로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그 어떤 체제도 부국강병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에서 채택된다. 우리가 많은 희생을 치르고 달성한 민주와 자유의 정도를 문재인정부가 끌어내리고 있다. 역사 퇴행적인 모습도 보인다. 내로남불이 과하다. 지금의 집권세력이 이명박정부의 전기통신법 제47조를 박정희 정권을 닮았다고 얼마나 비판했었나? 사드나 메르스 때는 또 허위정보심의와 언론 규제에 대해서 얼마나 반발했었는가. 광우병 사태 때는 또 얼마나 언론자유를 부르짖었는가.”
―지금의 정치 주류 세력을 독재세력으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제도적인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높이 이뤘다. 하지만 민주주의 의식은 매우 낙후하다. 민주주의는 관용을 기반으로 한 대화로 문제를 푸는 의회와 정당이 중심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래로 항상 소수당에서 맡았다. 다수당 스스로 독주를 막으려고 만든 제방이다. 현 집권세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입법 독재로 가려 한다. 검찰 장악도 문제다. 수사·기소권을 갖는 검찰 권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가지고서도 더 강력한 공수처를 만들었다. 검찰 개혁은 정권비리 수사를 막는 검찰 장악으로 귀결됐다. 독재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 유신 헌법의 유언비어 유포죄가 그랬다.”
―민주화 운동권 세력이 왜 비판을 받나.
“반민주 세력이 돼 버렸다. 결과를 놓고 보면,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한 것이 아닌 듯하다. 그냥 기득권 세력이 되려는 권력투쟁만 한 것이 아닐까?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했다면 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민주와 자유에 대한 민감성도 약하고 권력의지만 강하다. 민주화 세력이라는 지칭 자체가 과장된 것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과 과제는.
“국가와 통치가 무엇인지, 민주와 자유가 무엇인지, 왜 정당이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식견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도 철저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은 식견 외에도 인격이 훈련돼 있어야 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염치를 알아야 한다. 품성이 경박하거나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거나 폐쇄적이고 적대적이면 나라를 분열시키고, 외교나 국방 등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고 그것을 국가 이익에 맞게 잘 발휘할 수 있는 신중함과 자제력, 과감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중진국 상위 레벨인 우리나라를 선도국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보다 빨리 효율적으로 올라타느냐 못하느냐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 중국이 한국의 선택을 요구한다.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서 분명한 것은 국가 이익을 중심에 놔야 한다는 점이다. 이념을 버리고 사실에 집중하며, 국가 이익을 위해 진영 이익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강대국에 대한 태도를 결정해야 할 때, 세 가지를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 우리 영토와 역사, 문화를 존중하는지, 안 하는지와 욕심내는지 안 내는지다.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싸여 있으면 우리 영토와 역사, 문화를 무시하거나 욕심을 내도 못 본 체하고 찍소리 못한다. 그렇게 되면 국가 운명 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 빠진다. 미·중이 우리 역사, 영토, 문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거기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
―현 정권 주류인 586 운동권의 역사관이 퇴행적인데.
“그들은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국민을 분열시켜 권력을 유지한다. 1945년 해방 이후 나온 친일·반일 프레임을 아직도 권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자체가 역사 퇴행적이다. 북한은 친일 청산을 했다고 하는데 초기 내각 구성원은 대부분 친일분자이다. 대한민국 초기 내각은 독립운동가들로 채워져 있다. 친일 청산은 어디는 더 잘하고 못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때는 어디나 구조적으로 친일 청산을 완벽하게 할 수 없었다. 우리 힘으로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86들은 민족의 정통성을 북한에 두고 남한의 역사를 치욕으로 보려 한다. 반미 종북 프레임으로 우리 역사를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를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겉으로 드러난 자유 민주 지수나 경제 발전의 내용을 봐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치욕으로 볼 이유는 전혀 없다.”
―우리 정치가 3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나라의 수준은 정치 수준으로 봐야 한다. 정치가 제도를 결정하고, 제도가 경제와 사회의 기풍을 좌우한다. 정치가 혼란스러우면 경제, 문화는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 정치가 3류인 이유는 생각하는 능력이 배양되지 않은 탓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진영에 갇혀서 살아왔다. 진영에 갇히면 진영의 이념이나 이익을 반복해서 확대재생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스스로 숙고하지 않게 된다. 이러면 반성하는 능력이 사라진다. 자기반성이나 생각하는 능력이 훈련되지 않으니 염치도 수치심도 모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 돼가는지 살피지 못한다. 자기를 들여다보는 힘이 약해져서 내로남불, 선택적 정의, 선택적 공정의 길을 간다. 정치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원본보기
―새말새몸짓 기본학교를 운영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따라 하기로 발전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이제는 생각의 결과를 수행하는 전술 국가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선도국가나 전략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는 절대로 시간이 열어주지 않는다. 인재만이 열 수 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우연히 된 건 하나도 없다. 모두 다 정책적인 결정의 결과다. 이를 수행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인재라고 한다. 미래를 꿈꾸는 자는 스스로 인재가 되거나 인재를 배양하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 미래형 인재를 배양해야겠다는 뜻으로 소박하게 새말새몸짓 기본학교를 열었다.”
―노장철학의 대가인데 노자, 장자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더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려면 생각하고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도 각성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생각하고 반성하고 각성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철학이다. 노장철학의 기본 구도는 이념적으로 정해진 집단 안으로 들어가 거기에 자신을 맡기는 개인이 아니라 스스로 자발성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개인들의 연합으로 전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속에 용해되는 ‘나’가 아니라 자유롭고 자발적인 ‘나’들의 연합으로 ‘우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노장사상을 통해서 개인의 자발성과 책임성, 자유를 누릴 수 있다.”
http://naver.me/Fk51HkmS
첫댓글 이 시대에 아직 이런 참지식인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