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역습에 의한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만 낮은 수익성이 고민이다. 휴대용 수력발전기로 미국에서 2만 대 판매를 돌파한 이노마드의 박혜린 대표를 만났다.
◇휴대용 수력 발전기
이노마드는 ‘모둘형’ 수력 발전기 '이노마드 우노'를 만든다. 텀블러 크기로, 발전기와 배터리로 구성됐다. 흐르는 물에 설치하면 날개가 회전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5600 mah(밀리암페어) 용량 배터리를 4시간 반이면 충전한다. 아이폰 2대를 완충하고, led 조명을 30일 연속 켤 수 있는 용량이다.
“몸체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사용하면 됩니다. 흔히 쓰는 휴대용 배터리 같습니다. 원하는 기기에 케이블을 연결해 사용하면 됩니다. 스마트폰이나 조명 외에도 영상기기, GPS 위치추적장비 등 케이블로 연결할 수 있는 기기는 모두 충전할 수 있습니다.”
출처이노마드
캠핑 같은 야외 활동을 할 때 유용하다. 오랜 기간 밖에 나와 있어도 휴대폰이나 조명 충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동적으로 흐르는 물에 설치하고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카누 같은 배에 장착한 뒤 액티비티를 즐기면서 적극적으로 발전을 할 수도 있다. 온라인몰(http://bit.ly/32GwoxD)을 중심으로 캠핑족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요.
“소비자에게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미세먼지나 환경 문제가 무척 심각한데, 화석 연료 발전 탓이 큽니다. led 조명을 1시간 켜려면 석탄 1.5리터를 태워야 합니다. 이건 일부입니다. 발전소 인근이 아닌 서울에서 이 조명을 켜려면, 더 많이 태워야 합니다. 충남 당진 같은 지방에서 서울까지 전기를 보내는 데 중간에 30%가 손실되기 때문이죠. 이런 비효율적인 발전을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소비자가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에너지 생산-소비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가능하죠.”
-왜 물을 선택했나요.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발전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면적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가 가장 많다는 뜻이죠. 태양광의 경우 하루 중 제대로 발전할 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합니다. 그마저 흐린 날은 불가능하죠. 반면 물은 24시간 흐릅니다. 태양광보다 좁은 공간에서 보다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풍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으로 수력과 동일한 전기를 생상하려면 엄청난 면적이 필요합니다. 저희 제품과 비슷한 크기의 날개로 풍력 발전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불가능합니다. 날개를 무척 크게 키워야 겨우 발전을 할 수 있죠. 바람도 태양광처럼 일정치 않습니다. 불다가 불지 않다가 하죠. 그러면 발전 효율은 더 떨어지게 됩니다. 수력만큼 균일하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수단은 없습니다.”
◇인도 배낭여행에서 아이디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브릭스(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가 뜬다는 얘기에, 휴학하고 9개월 간 인도 배낭여행을 떠났다. “왜 뜬다고 할까. 궁금했어요. 브릭스 국가 중 가장 흥미가 느껴진 인도를 택해 여행을 갔어요. 인구도 그렇요인이 정말 많아 보이더라고요. 특히 부족한 전력 인프라 망에 관심이 갔습니다. 인도는 대도시를 제외하면 전력에 소외된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요. 전력이 없으면 인터넷도 쓸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 현대 문명에서 완전히 소외됩니다. 전력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자세히 알아봤다. 전세계 인구 1/3이 전력에 소외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근본 문제가 ‘싸게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전력 공급 논리에 있더라고요. 몇 명 안사는 산골은 전기 보급할 이유가 없는 거죠.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연 에너지를 이용해 각자 필요한 만큼 전기를 만들어 쓰는 거죠. 관련 일을 해보자. 결심했습니다.”
조류발전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바다에서 밀물과 썰물 때 물이 들고 나가는 것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전남 진도 울들목에서 시범 프로젝트를 실시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외국에서 수출과 투자 문의도 왔다. 하지만 관광 상 미관이나 소음 등의 문제로 지역 사회와 협의가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스타트업 수준에서 관련한 허가를 얻고 협의를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시야를 조금 좁히기로 했습니다. 허가나 협의 필요 없이 개인 단위에서 이뤄지는 자연 에너지 사업을 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전력 소비가 파편화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예전엔 집, 사무실 같은 거주나 생산 공간에서만 전기를 사용했다. 지금은 다양한 모바일 기기가 나오면서 사람이 활동하는 모든 장소에서 전기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충전기를 갖고 다닙니다. 늘 전기가 필요하다는 뜻이죠. 충전기 꽂을 곳을 찾아 헤멜 게 아니라, 조금씩 발전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이노마드는 디캠프 지원을 받아 무료 입주해 있다.
◇미국에서 큰 인기
‘에너지(energy) 유목민(nomad)’ 시대. 뜻을 담아 회사 이름을 ‘이노마드(ENOMAD)’라 짓고 2014년 5월 창업했다. 박 대표 외에 조류발전 회사에서 일하던 개발자와 산업디자이너가 합류해 셋이 공동 창업했다. “제가 제품 기획과 전략 수립을 맡고요. 다른 두 사람이 각각 기술개발과 상품화를 담당했습니다.”
창업하고 얼마 안돼 한 벤처캐피탈이 제품 콘셉트만 듣고 투자해서, 개발비를 해결했다. 처음 발전 용량에만 집중했다. 지금 제품의 120배에 달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티 테이블’ 크기 발전기가 나왔다. “저희는 뿌듯했는데, 자자가 제품 보고는 ‘저게 휴대용이야?’ 묻더라고요. 차에 싣고 다닐 수 있으면 휴대용 아니냐고 되물었죠. ‘이럴 줄 알았으면 투자 안했다’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휴대용’의 개념을 다시 생각했다. “제가 공급자 입장에서 제품을 바라봤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얼마짜리 용량 제품을 만들어 얼마에 팔아야겠다’ 생각만 하고 제품을 개발한 거죠. 그런데 조사 해보니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조명을 충전할 수 있는 전기면 충분하더라고요. 그만큼 제품 크기는 줄어들어야 하고요. 그 이상의 용량은 필요 없는 거죠.”
2년만에 소비자 니즈를 제대로 반영한 제품을 만들었다. 서울 청계천에서 3개월 간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청계천의 흐르는 물로 전기를 생산해 킥보드 등을 충전했다. 국내 언론보다 외신이 주목했다. CNN에 출연하기도 했다. “개인 차원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란 개념에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곧 캠핑 수요가 많은 미국의 유통업체에서 제품 공급 제안이 왔습니다.”
미국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해 수요 조사를 다시 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캠핑장을 2개월 간 돌면서 300명을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텀블러 크기로 개발해달라’ ‘어떤 원리인지 한눈에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같은 답변이 나오더군요.”
미국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지금의 발전기가 나왔다. 2017년 킥스타터를 통해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아마존 등에서 판매량이 2만개를 넘어섰다. 280달러(미국 달러, 원화 환산 33만원)의 가격에도 많은 캠퍼들이 찾고 있다. “매출의 99%가 미국에서 나옵니다. 유독 미국에서 인기가 많네요.”
-왜 미국에서 인기가 많을까요.
“미국 캠퍼들은 다녀간 자리에 최대한 본인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자연친화적인 캠핑을 지향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까’ 고민하죠. 캠핑 현장에서 전기 만든다고 휴대용 디젤 발전기를 돌리면 대기나 토양 오염을 만듭니다. 반면 저희 발전기는 아무런 오염을 만들지 않죠. 원래 자연의 일원이었던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많은 고객이 각자 SNS 계정에 리뷰를 올려주시면서 입소문이 많이 났습니다”
◇글로벌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 선정
미국을 넘어 전세계를 바라본다. 지난 1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웃도어 트렌드쇼 중 하나인 ‘ISPO’에서 ‘올해의 신규브랜드’로 선정됐다. 나이키 등 전세계 모든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는 행사인데, 선발된 15개의 올해 신규브랜드 중 아시아 기업은 이노마드가 유일했다.
수상 이후 유럽에서 많은 연락이 오고 있다. “유럽 리조트나 호텔들 보면 ‘에코 투어리즘’을 표방하는 곳이 많습니다. 호텔이나 리조트 내 캠핑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관련 제품을 대여해 친환경 캠핑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거죠. ISPO 수상 이후 우리 제품도 그런 목적에서 호텔이나 리조트들로부터 구입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개인적 수요 중심이라면, 유럽은 대량 주문이 가능한 환경인 거죠. 독일과 스위스에선 공장 견학 요청까지 왔어요. 올해 좋은 소식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 제품을 검증받는 단계였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판매를 하는 단계입니다. 다만 ‘코로나 19’ 사태 때문에 각종 만남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데요. 빨리 이 사태가 끝나서 유럽 업체들과 얘기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는 의류브랜드 ‘파타고니아’와 제휴도 시작했다. 대표적인 친환경 제품 중 하나로 각인돼 가고 있는 것이다. “꾸준히 공익적인 연구를 하는 곳을 찾아 제품 기증도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생물탐사팀, 포르투갈 기후변화 연구팀 등에 무료로 지원하죠. 이 분들이 제품을 써보고 각자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리뷰를 올려 주고 계십니다.”
◇미국 성공 발판으로 국내 시장 공략
관련한 교육 콘텐츠도 만든다. 20~40분 분량으로 간단한 제품 사용법을 보여 주면서 지속가능한 환경보호 내용을 담은 영상이다. 별도로 콘텐츠만 공급해 달라는 요청이 올 정도로 내용을 인정받고 있다. “여러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개인적으로 교육부 산하 미래교육전문위원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할 기회도 얻었는데요.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한 평소 생각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국내 판매는 이제 본격화하는 단계다. 온라인몰(http://bit.ly/32GwoxD) 등 입점을 진행하면서, 경남 하동군 등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전국 자연 휴양림 등에 방문객 대여용으로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제품 측면에선 대용량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각 가정마다 있는 땅 속 상하수도 시설에 제품을 설치해 대용량으로 전기를 만들어 전기차 충전 등에 쓰는 것이다. “상하수도에서 흐르는 물의 양이 꽤 됩니다. 지금 제품과 비교할 수 없게 많은 전기를 만들 수 있죠.
대규모로 농업용수를 쓰는 농장의 물 흐르는 곳에 설치하면 비닐하우스 등에 쓰는 전기를 만들 수 있고요. 지속적으로 많은 물이 흐르는 양식장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청계천 같은 지역 하천에 설치해서 킥보드 같은 전기 이동수단 충전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 제품을 고안하고 있습니다.”
-다른 계획은요.
“항상 휴대할 수 있는 발전기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사워할 때, 손 씻을 때, 설거지할 때, 청계천 같은 곳에서 쉴 때 등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충전할 수 있는 발전기죠.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항상 휴대하며 충전하는 개념입니다. 그렇게 전기를 모아 휴대폰 충전 등에 쓰면 됩니다.”
-다른 창업자가 참고할만한 기업가의 덕목을 꼽아 준다면요.
“기술 트렌드와 시장 기회를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 일에 사회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려워도 신념을 갖고 버틸 수 있습니다.”
첫댓글
이건 흐르는 물이 없으면 안 되니 ...
바람을 이용하는 제품도 곧 나올 듯 하네요..
원리는 똑 같을테니..
미니수력발전기군요
제목이 참 거창하네요,
미국에는 스마트폰 크기의 솔라 패널이 있어요.
휴대용 발전기 출시되면 구매하고 싶네요 ㅎ
멋지네요.
날개를 바꿔서 풍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면 더 좋겠군요. 수력, 풍력 겸용
날개도 풍력의 힘을 받으려면 더 커져야하고 바람 방향 바뀌면 자세보정해야하고....
수력발전과 풍력 발전의 차이가 있습니다.
물수력으로돌리는 아이템 이쁘너요ㅎ
곰곰히 생각하니 수년전에 비슷(?)한 기사를 올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판매하던데 가격이 만만치는 않더군요
가격만 적당하면 갖고 싶네요.
비상용으로 태양광 충전기 작은 거 하나 사두기는 했습니다만..
멋지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