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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잡이와 벙어리
부메랑영감
슬슬 가게문을 열 시간이 다가오자 언니,오빠들도 준비하느라 소란스럽다.
머리가 띵하고 몸이 무거운게 감기기운이 들었나보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다가 맥없이 일어나서 옷장을 열었다.
붉은 빛의 짧은 미니드레스를 꺼내어 몸에 대충 대보고 잘때 입는 후드티를 벗으려하다
옷갈아입기전에 화장실부터 다녀와야겠단 생각에
입고있던 후드티와 회색 트레이닝 바지를 걸치고 복도로 나왔다.
카운터에서 담배를 물곤 어린 부하들에게 욕지거리와 손찌검을 하고 있는 사장님에게 의미없는 목례를 했다.
역시나 사장은 본 척도 하지 않았고 난 익숙하단 듯 카운터 옆에 걸려있는 화장실 열쇠를 손에 쥐고 복도계단으로 나왔다.
우리 술집은 지하인데, 화장실은 2층에 있기때문에 화장실 한 번갈때마다 계단을 올라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한다.
계단을 오르려 할때 인기척에 놀라 계단 위를 올려다보니 1층 계단 난간에 기대어 왠 남자가 전화 중이었다.
"야 이 새끼야,안간다했다고 보내주면 어떡해."
꽤나 화가 난 듯 남자는 핸드폰을 붙잡고 소리를 질러댔다.
난 마르지 않은 머리를 손으로 쓱쓱 매만지며 계단을 올라갔다.
대충 꺽어신고 나온 운동화 소리가 복도 계단에서 요란하게 울렸다.
내 기척을 느낀건지 전화를 하던 남자는 잠시 뒤를 돌아 날 보곤 별 생각없이 다시 고개를 돌려 전화를 하다가
계단 끝에 올라온 내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눈썹을 찌푸리며 내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내 손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화장실 열쇠와 내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토달지말고 납치라도 해서 데려와 , 새끼야."
부시시하게 푸른 긴 머리때문에 땅만 보고 있는 내 얼굴이 안보였던지 마치 커튼을 걷어 젖히듯
내 머리칼을 검지손가락으로 넘겨보곤 이내 날 알아봤다는 듯 정수리 부분을 손바닥으로 두어번 두드렸다.
"뭐?…야 이 자식아 산 채로 데려와야지 다 죽은 그 새끼 몸뚱아리 두고 제사 지낼 일 있냐?됐고,현진호 바꿔!"
가볍게 머리위를 토닥거린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에 괜시리 2층 계단을 오르긴 전 난간 사이로 살짝 엿보았다.
비록 뒷모습밖엔 안보였지만 넓다란 어깨와 난간에 기대어 쭉 뻗은 두 다리를 보고 도망치듯 화장실로 뛰쳐들어갔다.
볼 일을 보고 세면대 거울을 보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화장기 하나 없는 밋밋한 얼굴,부시시한 젖은 머리칼,대충 걸친 옷차림은 내가 봐도 내가 아닌것 같았기때문이였다.
입술을 깨물며 한참 거울을 들여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가게로 향했다.
터덜터덜 힘없이 계단을 내려가다가 1층 계단에서 난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1층 계단 밑 복도에 등을 기대고 서있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프면 쉬던가"
다정한 말투에 괜시리 코끝이 찡한 느낌이 들었지만 난 아닌척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완강하게 거부했는지 그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안들어가?"
묻는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난 마저 계단을 서둘러 내려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가게로 들어가는 지하 계단 입구에서 그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왜."
"…."
"나 먼저 내려가라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입가에 잠시나마 미소가 서린다.
그는 내 등을 앞으로 밀었다.
"이쁜아.난 죄지은게 많은 사람이라 아무한테나 함부로 등 안보여줘."
아무한테나 … 괜히 말한마디에 마음이 울컥하는 내 자신이 우스워 나 역시 말없이 웃으며 먼저 가게로 내려갔다.
분명 그가 뒤따라 내려올텐데 아무런 발소리도 들리지 않자 이상하여 뒤돌아보다 그만 그의 가슴에 이마가 부딪혔다.
훅하고 코 속으로 스며드는 스킨향이 시원하단 생각을 함과 동시에 그의 가슴팍에서 울리는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정신을 깨웠다.
"조금 있으면 강재훈 씹새끼 온다니깐 준비해."
작은 접촉만으로도 화끈거리는 나와 달리 그는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듯 물러나려는 내 뒷통수를 잡고 자기 가슴으로 끌어당기며
사장에게 말했다.사장은 그의 말에 충성하겠다는 듯 90도 각도로 '넵,형님'이라 외치며 분주하게 사라졌다.
혹시라도 요란한 내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몸을 비틀어 그의 품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빠르게 복도끝에 있는 방을 향해 걸어갔다.
몇발자국이나 걸었을까.
구두를 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발걸음 소리도 없이 다가온 그가 뒤에서 나의 후드티 모자를 잡아당겼다.
놀란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돌아보자 그는 내 머리칼을 넘겨주며 말했다.
"이쁜아.나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아마 오늘 피냄새 좀 맡게 될것같다."
그렇게 그는 살벌한 말과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곤 복도를 빠져나갔다.
내가 이 가게에서 일하게 된지 벌써 3년이 다 되간다.
처음 이 곳에 들어왔을때가 19살이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학대해대는 고아원 원장을 도망쳐 온 곳이 여기였다.
다른 언니들은 빚때문에 이 곳을 벗어날수 없다하지만 난,벗어난 곳이 이 곳이기에 애초에 이 곳을 떠날 생각도 없었다.
처음 면접을 보러 왔던 날, 사장은 소파에 앉아 탁자위에 두 다리를 뻗고 앉아 팔짱을 끼곤 내게 옷을 벗어보라했다.
난 말없이 하나둘 입고 있던 옷을 벗었고 반팔티와 팬티만을 남겨두고 있을때,그가 나타난것이다.
그는 사장실로 들어서며 사장과 나를 번갈아보더니 관심없는 말투로 '새로 온 애냐'하며 말했더랬다.
사장은 그가 들어서자마자 자세를 풀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함과 동시에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근데 왜 애 옷은 벗기냐 하며 그가 묻자 사장은 짧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못해서요,몸매라도 되는지 좀 보려구요 형님.'하고
대답했다.말을 못한다는게 의외였는지 그제서야 그가 처음으로 나를 관심있게 바라보았다.
짙은 눈썹에 조각같은 외모의 남자가 풍기는 분위기는 부드러우면서도 깨름직했다.
훤칠한 키와 다부진 어깨는 그가 입고 있는 검은색 양복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떨어졌다.
몇초의 짧은 순간이였지만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난 내 가슴이 뛰고 있단걸 느꼈다.
그게 설레임이였는지,두려움이였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렇게 2년동안 나는 가게에 찾는 수많은 남자들을 상대해가며 의미없는 삶을 계속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여지없이 무리하여 퍼마신 술때문에 화장실에 가서 속을 개운뒤 들어오다 카운터 소파에 기대앉아있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난 일방적으로 일주일에 두세번씩 꼬박 이곳을 방문하는 그를 자주 보았지만 그렇게 그와 눈이 마주치기는
2년여만에 처음이였다.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미간 사이에 주름을 새기고 나를 뚫어져라 보았다.
'벙어리라고?' 그의 말에 내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나에게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반대편 복도로 걸어갔다.
그리고 도착한 108호 룸앞에 멈춰 방문을 열고는 내게 들어가라는 듯이 고개를 까닥거렸다.
넓다란 탁자와 소파가 타원형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방안으로 들어서자 그는 방문을 닫았다.
날 소파에 앉히고는 그도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
'조금 있음 어떤 남자새끼가 올꺼야.난 그 자식한테 물조은 기집애 하나 엮어주겠다하고 불렀어.
방안에 나랑 그 새끼랑 너랑 딱 셋이서만 있게될거야. 일이 잘 풀리면 넌 그냥 그 자식 하나 상대하면 되는거고,
만약 일이 꼬이게 된다하더라도 입 함부로 놀리지마.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어째서 너인건지.'
그는 내가 말할수없다는걸 철저하게 이용해 입막음하려 하는듯했다.
내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빙긋이 웃으며 내 볼을 툭툭 치곤 잔말없어 좋다며 나가보라했다.
그리고 그날밤 , 108호 안은 피냄새로 물들었다.
나는 밤새도록, 양복 안주머니에서 빼낸 폴딩나이프로 눈깜짝할사이 내 옆에 있던 남자의 숨통을 끊고는
비릿한 웃음을 짓던 그의 모습이 반복되는 지독한 악몽을 꿔야만 했다.
그날 이후 그는 수시로 나를 찾았다.그리고 그의 말을 빌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엔 지독한 피냄새를 맡봐야했다.
오빠들 말을 엿듣다보니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수진언니가 원래 108호 담당이였다한다.
하지만 수진언니는 그간 108호 일들을 갖고 가게에 협박을 하였다.
무모한 짓이다.그런거에 쉽게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란걸 정말 몰랐던 것일까.
그뒤로 수진언니를 볼수없었다.그리고 때마침 걸려든게 피곤하게 말많은 수진언니완 달리 말못하는 벙어리 나였다.
힘없이 룸안으로 들어와 아까 입으려고 꺼내두었던 붉은 미니드레스를 내려다보았다.
구질구질한 후드티와 트레이닝 바지를 벗고 드레스를 입었다.
화장대에 앉아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짙은 눈화장까지 끝내자 어느새 거울속 밋밋한 여자가 술집의 야한 여자로 바뀌어있다.
"그래,이렇게 천박해야 주상미지."
아무도 들리지않을정도로 조그맣게 속삭이던 나는 거울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며 손님왔다는 호상이 오빠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 또한 분주하게 머리까지 마무리하고 108호로 향했다.
***
`삐그덕`
사람 죽이는 일말고는 쓸모없는 108호 문고리를 돌리고 열어재끼자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복도에 줄지어 서있던 남자들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아니,내 뒤 저 멀리 소파 한가운데에 여유롭게 앉아 담배를 피는 그를 향해.
"치워."
맨 앞 가운데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장은 그의 말이 떨어짐과 무섭게 남자들 서너명을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피 범벅의 사내를 들쳐매고 복도를 빠져나갔다.
복도 양쪽으로 그들이 지나갈수 있게끔 길을 트여주던 나머지 남자들도 그들을 따라 재빠르게 복도를 빠져나갔다.
잡고있던 문고리를 만지작거리며 문을 닫고 뒤를 돌아보자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걸어가자 그가 왼팔을 소파 등받이 윗부분에 걸친다.난 익숙한듯 앉아서는 그의 왼쪽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나의 왼쪽 어깨 위로 소파 위에 올려져있던 그의 팔이 내려와선 무겁게 짓누른다.
108호의 살인현장을 처음으로 목격한날, 그 날 충격으로 벌벌 떨고있는 날 보며 그는 문을 열고 대기중인 남자들을 향해
시체를 치우라 명령했다.남자들이 일사분란하게 말끔히 룸안을 정리하고 나가자
그는 소파에 몸을 깊숙히 묻고 앉아 오른쪽 발을 왼쪽 무릎에 올려놓고 양주 한잔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자세로 자신의 왼쪽 옆구리로 날 불러들였다.
겁에 질린 내가 쭈볏쭈볏 다가가는게 마음에 안들었던지 신경질적으로 날 끌어안긴했지만
그때 이후로 그는 매번 이런 사건 뒤에 날 자신의 품안에 가둬놓곤 한다.
"아까 이쁘던데."
"…?"
"가서 옷갈아입고와,아까처럼."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화장도 지우고 오라는 말만 덧붙이곤 내 등을 밀었다.
서서히 그의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하면서 얼굴이 달아오를때쯤 노크소리가 들리고 마담언니가 들어왔다.
마담언니뿐만이 아니였다. 뒤따라 들어온 세련된 분위기의 여자는 마치 나란 존재는 보이지도 않다는 듯 그에게 다가가서
무작정 입을 맞췄다.그의 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그녀가 그의 무릎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입술을 떼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보고싶었다고 하자 그는 말없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여자와 그의 입술 사이의 간격은 10cm도 되지 않아보였다.
"더 이뻐졌군."
"오늘밤은 저번처럼 그냥 보내주지않을꺼야.핸드폰부터 꺼두라고.잠자리에서 일 생각하는 남잔 딱 질색이니까"
"나가자.여긴 답답해서 말이지."
그는 소파 위에 올려둔 양복 자켓을 팔목에 걸치며 여자에게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그렇게도 좋은지 입가가 찢어져라 환하게 웃으며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마담언니가 내게 나가자고 손짓하며 먼저 복도로 나갔다.
그치만 나는 발이 땅에 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여전히 방문앞에 서있다가 내 옆을 스쳐가는 그의 손목을 꼭 붙잡았다.
그가 멈추고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자 옆에 있던 여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난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은 기분에 그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손을 힘없이 놓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그에게 인사를 하듯 목례를 했다.
그러자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날 지나쳐 가게를 나갔다.
복도로 나오자 마담언니는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 강서쪽 구역에 치고 올라오는 애들 손에 잡고 있는 여자야.젊다고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친 애들 여럿봤지.
콧대 높다고 소문 징글징글하게 났어도 김인성 사장님한테 저렇게 달라붙는거 보면 다 뜬 소문이야 에휴."
마담언니의 말을 들으며 난 내 손을 가만히 내려보았다.
마지막까지 그의 손을 놓지않고 가지말아달라고,옷갈아입고 올테니 기다려달라고 애원했다면 그는 떠나지않았을까?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어이없는 생각들에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났다.
"상미야.일반 8호 룸 들어가봐라,혜선이 걔가 또 생리통이라고 지랄해대서 자리 하나 비었네.김인성 사장님한텐 비밀로 해주기다?"
108호 들어가는 날에는 무조건 쉬게 해주라고 신신당부했던 그가 무서웠는지 마담언니는 내게 약속을 받아내고 나서야 웃어보였다.
그날 난 ,술이라면 이미 3년이란 시간동안 길들여진 몸덕분에 잘 취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필름이 끊기도록 끊임없이 술을 마셨다.
눈을 떠보니 호텔 침대위에 덩그라니 나 혼자 누워있었다.
그저 묵묵히 침대 바닥에 떨어진 속옷들과 겉옷들을 챙겨 입어 가게로 돌아왔다.
***
그가 가게에 안 온지 벌써 6일이나 됐다. 무슨일이라도 생긴건 아닌지 걱정이 들다가도 내 주제를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일들을 반복했다. 몇달전 사장이 갑자기 불붙은 조직간의 패싸움으로 인해 급하게 뛰쳐나가며 대신 전화 좀 해달라 부탁하며
그의 핸드폰번호를 건내준 적이있었다. 그렇게 알게된 그의 번호를 한참이나 핸드폰에 띄워놓고 생각에 잠겨있다가
인기척에 놀래 뒤를 돌아보니 술에 잔뜩 취한 중년의 늙은 남자가 날 보며 소름끼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 곳은 직원들만 출입가능한 방이라고 한바탕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난 그저 그를 밀어내며 문을 닫으려 했다.
그 순간 그가 내 손목을 거칠게 잡아 끌더니 관계자출입방과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 일반룸으로 날 쑤셔넣었다.
남자는 한 손에 캠코더를 들고 날 향해 들이댔다.
설마설마 하던 마음이 불안으로 바뀌며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등 뒤로 숨긴 내 손이 그저 느낌상 통화버튼을 찾아 눌렀다.
아까 분명 그의 번호를 띄워놓고 있었으니 통화버튼만 제대로 눌린다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할수있으리라.
"이 년,보면 볼수록 군침돌게 생겼단 말이지."
남자는 투박한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문지르며 한 손으로 찍고 있는 캠코더 화면을 보고 말했다.
"말 못 한다는 년이 너 맞지?아 요거 아주 제대로란 말이지."
"……으."
"괜찮아 괜찮아.아빠라고 생각해.아빠가 비디오 모으는게 취미라서 이렇게 따로 불러낸거야."
"…."
"겁먹지 말래두.아이고, 부드럽기도 하지."
남자는 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입술에서 피가 날 정도로 깨무는 내 입 쪽을 향해 캠코더를 들이대며 남자는 입맛을 다셨다.
잠시후 남자는 마치 짐승을 다루듯 내 몸을 자기 마음대로 휘둘렀다.
탱크탑은 너덜너덜해진 채 바닥에 걸레보다 못한 모양새로 뒹굴고 있었다.
몸에 걸친 거라곤 빨간색의 미니스커트가 전부였고 난 모든걸 포기한 사람처럼 그저 소파위에 기절한 듯 누워 남자를 받아들였다.
그는 헉헉대면서도 내 얼굴에 캠코더를 들이대며 계속해서 내게 소리를 내보라 강요했다.
그럴때마다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휙 돌리는 내가 마음에 안들었던지 남자는 내 뺨을 서너번 후려쳤다.
크고 투박한 손에 힘을 가득 담아 내려친 얼굴 전체가 마비가 된 것처럼 얼얼했지만 난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부서지고 남자 구두 서너켤레가 탁자 다리 사이로 보였다 .
놀란 남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상체를 올려 문쪽을 바라보았다.
"꺼져."
그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그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싸늘한 그의 한마디에 주위에 있던 남자들이 사라지고 묵직하게 서있는 한 남자의 다리만이 보였다.
성큼성큼 걸어온 그는 남자의 손에 들린 캠코더를 빼앗았다.
탁자 위로 그의 얼굴이 보였다.나는 일어날 힘도 없었기에 그저 남자에게 깔린채 그대로 누워만 있었다.
그는 캠코더를 돌려보는 듯 했다.
"…보지마…세요."
내 입에서 쉰소리가 새어나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 그가 캠코더에서 눈을 띄고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았다.
정신이 희미해져가는 나마저도 등골이 오싹할 만큼 살기띈 눈으로 남자를 향해 소름끼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에 들린 캠코더를 벽을 향해 엄청난 힘으로 던졌다.
"주상미.그만 짜고 옷입고 나가."
"…기운…없어…요."
"기회줄때 나가는게 좋을텐데."
나가라는 말이 마치 자기한테 하는 말인 줄 아는것처럼 내 위에 있던 남자는 옷을 챙겨 허겁지겁 방문을 향해 뛰쳐갔다.
뱃살이 출렁출렁 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나도 모르게 실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단숨에 남자의 머리칼을 잡아채곤 미친년처럼 웃어대는 날 향해 말했다.
"난 나가라고 기회줬고 지금부터 니 눈 신경 안쓸꺼니까 니 알아서 볼건 보고 가릴건 가려서 봐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양복 안주머니에서 신문지로 돌돌 말린 무언가를 꺼내자 남자는 궁지에 몰리 쥐처럼 어쩔줄 몰라했다.
그는 한쪽 손으로 신문지 끄트머리를 잡고 들어올려 신문지가 풀리면서 떨어지는 사시미 손잡이 부분을 나머지 손으로 가볍게
잡아챘다.
"내가 이 칼을 잡았다는 건 니가 어지간히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거니까 괜한 원망말라고."
그가 조직들 사이에서 젊은 나이에 우두머리로 올라올수있었던 이유는 바로 누구보다 정확하고 날렵한 칼솜씨라 한다.
그동안 108호에서 죽었던 수많은 사람들 역시 그의 스치는 듯한 가벼운 칼놀림 한번에 숨통이 끊겼다.
난 굳이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고개를 돌릴 힘조차 없었다 해두겠다.
그는 자신의 팔뚝만한 사시미 칼로 남자의 몸을 사정없이 찔러댔다.1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였다.
적어도 10군데 이상은 찔린 남자는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남자의 복부를 발로 세게 걷어차고는 내게 다가와 자신의 양복자켓을 내 몸위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거칠게 방문을 열어재낀뒤 앞에서 대기중이였던 사장과 호상이 오빠를 포함해 4명의 남자들을 불러들였다.
"끌고나가.숨통 안끊겼으니까 조심히 다뤄.이 새끼 죽으면 니들도 죽는다."
살벌한 기운을 뿜어대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긴장한듯 남자들은 조심스럽게 기절한 남자의 몸뚱아리를 들쳐매고 나갔다.
닫힌 방문을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이 왠지 기운없어 보였다.
"잘했어요.그냥 죽였다면 억울할뻔했어."
내 말에 그는 자신의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재끼며 뒤돌아서 나를 보고 말했다.
"너 나가."
"왜 말할줄 알면서 속였냐고 화 안내요?"
"당장 여기서 나가."
"혹시…알고 있어어요,나 말할줄 아는거?"
"제발!닥치고 사라져.제발 좀 사라지라고!!"
그렇게 그가 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그에게 빠르게 다가서서 바닥에 떨어진 무시무시한 칼을 그의 손에 쥐어줬다.
"더러워요?내가 더러워요?"
"…."
"그래서 사라지라 하는거예요? 근데 그럴꺼면 왜 날 이곳에서 3년이나 일하게 해줬어요?
모르는것도 아니잖아,이게 내 일이라는거 다 알면서! 자기 욕심 채우겠다고 헐떡거리며 달려드는 남자들한테
그저 조용히 내 몸뚱이 내주는게 내 일이라는거 다 알면서 왜 3년씩이나 이곳에 뒀냐구요!!
내가 그렇게도 더러웠으면 진작에 내쫓든가.애초에 사장실에서 옷벗고 있던 그 날 쓰레기같은 년아 꺼지라고 발로 걷어차든가!
왜 이제와서 사라지래요 왜! 왜! 왜! "
"…누가 더럽대.누가 너보고 더럽대!"
"김인성 니 눈이 나보고 더럽대! 경멸한대! 그래서 사라지래! "
그는 머리가 아픈듯 눈을 감았다.
난 칼을 쥐어준 그의 손을 들어올려 내 목에 겨눴다.
그는 지독하게 얼어버린 눈빛으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뭐하는 짓이야."
"사는게 고통이라 죽을때만큼은 고통스럽고 싶지 않아.당신 그거 잘 하잖아."
"미쳤구나."
"…."
"맞기싫음 지금 그만둬."
"…죽여줘."
"…."
"살기싫어.이대로 죽고싶어.나 좀 죽여줘요,김인성사장님."
"…니가…"
"무슨일이라도 생길까봐 걱정한다면 안심해.나같이 하찮은 년 하나 죽는다고 득달같이 달려들 사람없으니까.
그보다 더한 위험도 잘 피해갔잖아 당신은.내 시체따위가 어떻게 되든 난 상관없어.구워먹든 삶아먹든 개새끼들 간식거리로 주든 나ㄴ윽"
그는 손에 쥐어진 칼을 멀찌감치 던져버린채 내 목을 잡고 벽에 밀어붙였다.
숨통이 조여오고 정신이 희미해지려 했다.
"…니가… 죽고싶어 환장을 하는구나."
그의 목소리는 고통으로 잠겨있었다. 이내 그는 손에 힘을 풀었다.
그는 막힌 숨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쿨럭거린채 바닥으로 주저앉은 날 내려보았다.
"다시는 그딴 소리 내 앞에서 하지마."
그리고 그는 방문을 거칠게 닫고 나갔다.
혼자 남겨진 난 소파에 기대 하염없이 울었다.
3년간 소리내어 울지 못한 울분을 토해내듯 그렇게 펑펑 울었다.
***
2틀뒤 그가 날 찾았다.이른 아침이였다.잠을 설쳐 퉁퉁 부은 얼굴로 사장실로 들어가자 그는 소파에 기대 앉아 내게
마주편에 앉길 권하는 듯 턱으로 까딱거렸다.
"얼굴이 그게 뭐냐."
"…."
"이쁘다이쁘다 해줬더니 지가 진짜 이쁜줄아나보네.너같은 얼굴 천지에 널렸어,관리 좀 해."
"왜 불렀어요."
"어렵긴.아 옛날 그 이쁜이가 그립다.방실방실 귀여웠는데 말이지,툭하면 얼굴 빨개지고."
"…할말 없으시면 저 갈께요."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는 탁자 위로 흰봉투를 던졌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탁자 위에 올려진 그 봉투를 보며 내가 뭔데요 하고 묻자 그는 말했다.
"니 집."
"네?"
"니 자동차."
"…사장님."
"니 인생."
"…."
"다시 시작하라고 주는거야.멋지게 성공해서 두배로 갚아."
"돈이예요?"
"니 인생이라니까."
"안 받아요.가져가요."
"마지막이다."
"…."
"그간 3년치 열심히 일해줬으니까 퇴직금 주는거라 치면 되잖아.그리고 니가 정 부담스러우면 두배로 갚으라니까."
"‥."
"날 물로보지말라고,이래뵈도 악덕 사채업자로 알아주니깐.어떻게든 받아낼꺼니까 우선 챙겨."
"…마지막이라는건."
"나 간다."
그는 할말 다했다는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벙쪄있는 날 한번 내려다보며 부시시한 나의 머리를 더 흩트리곤 발걸음을 뗐다.
"…사장님."
"야!김인성."
그는 문고리를 잡은채 그 자리에서 멈췄다.
"너…걸렸지?"
"…."
"너 지금 경찰서 가는거지."
그는 대답이 없었다.그저 몸을 돌려 날 바라봤다.
서글서글한 눈매는 예전 그대로 웃고있었다.
"내가…미안해야하는거지?"
그 놈이였다.자기를 아빠라고 부르라던 그 놈,내게 온갖 수모와 수치심을 안겨주며 캠코더를 들이대던 그 놈이
검찰청 관계자라 했다.몇일 전부터 9시 뉴스에 꼬박꼬박 나오던 놈이다.
11군데의 칼자국과 처참한 고문으로 숨을 거둔 뒤 퉁퉁 불은채 외진 시골 강가에서 발견된 그 놈은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의 안타까움과 함께 세상을 떠났고 수사는 점점 거리망을 좁혀왔다.
"널 처음 본 날 꺼지라고 발로 걷어차내지 않은게 더 미안하지."
"…바보."
"상미야."
"…넌 진짜 바"
"우리 찐하게 키스 한번하고 헤어질까?"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린채 부드럽게 웃었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온 그는 양손으로 내 두 볼을 감싸쥐고 내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사실 … 넌 지금 이 모습이 제일 이뻐.화장같은거 하지마."
그와의 조심스러운 첫키스는 눈물처럼 짜고 슬프기만 했다.
***
"상미씨.그럼,내일 저녁은요?"
"아…저 형우씨,죄송한데요 내일 저녁은 안돼요."
"그럼"
"내일 모레 저녁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죽을때까지 안돼요.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는 날 보며 기가 차단듯 끝까지 따라붙으며 귀찮게 하는 이 남자한테 떼어놓을 수 있는 대책 좀 세워야겠다.
같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박형우는 몇일전부터 이렇게 밥 한끼 먹자며 강아지새끼마냥 졸졸졸 쫓아다닌다.
번지르르하니 반반한 얼굴믿고 같은 회사내에 썸씽난 여자직원들만 해도 수두룩한데,난 결코 좋아보이지않는 그 그룹에
끼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애인있다는거 다 뻥인거 알아요."
"저 먼저 갈께요.오늘은 차를 안갖고 와서."
"아!그럼 제가 태워다 드리죠."
"아니요,됐어요! 친구랑 약속이 있"
회사건물 회전문을 열고 나가는 나를 끝까지 따라오며 주절대는 박형우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져갔다.
저 멀리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역시 나를 보았는지 벤치에서 일어나 검정색 구두로 담배를 비벼끄고 내게로 걸어왔다.
성큼성큼 걸어오는 큰 보폭으로 인해 우리 사이는 지난 세월이 무색할만치 가까워졌다.
"아 , 그럼 당근 약속장소까지 태워다드림 되죠!어서 주차장으로 가요 네?"
"…."
들썩거리는 입술사이로 아무말도 나오지않았다.
"많이 늙었군."
"…그쪽은 무슨 청춘인줄알아요?당신도 늙었어요!"
그것이 10년만에 재회한 우리들의 첫 대화였다.
그는 내게로 다가와 자신의 품안에 나를 가두고 숨쉬기 힘들정도로 꽉 껴안았다.
"같이 살자."
서글서글한 눈매는 여전했다.그의 진한 초콜렛 빛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웃음을 담고있었다.
확신에 찬듯 자신감이 넘치는 눈빛이였다.
"싫어요."
"왜."
"결혼식 먼저 할꺼야."
그는 한쪽 손으로 내 턱을 들어올리고 깊게 키스했다.
한참 뒤 살짝 입술을 뗀채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생각해보니 안돼.오늘부터 같이 살고 결혼식은 그 다음에."
"자기 멋대론건 여전하군요,내가 다 따라줄것같아요?"
그는 날 내려다보며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리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말 안할때가 더 이뻤는데 말이지."
난 가볍게 쳇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감싸는게 느껴졌다.
이제야 마음이 따뜻해진다.지난 10년간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저…저 상미씨?"
"아 … 형우씨,풉"
어쩔줄 몰라하며 곁에 있던 박형우가 조심스럽게 날 불렀다.
그의 존재를 까먹고 있던것에 대해 미안함과 동시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뒷머리만 긁적거리다가 이내 도망치듯 회사 건물안으로 들어가버리는 박형우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못마땅한 듯 날 내려다보았다.
"저건 뭐야. 너,그 동안 바람폈냐?"
"그럼 10년동안 남자 한번 안만났겠어?"
약올리듯 얄밉게 웃으며 내뱉고 그의 품을 벗어나 거리로 나가자 그는 날 따라오며 궁시렁댔다.
고개 돌린 내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앞으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에 , 그리고 사랑을 숨기지 않아도 되기에…
→ 글쓰니의 이야기
어제밤에 졸린눈으로 대충 끝마친 소설입니다.
끝이 너무 허술하기에 다시 매꿔봤는데 영 시원치않습니다.
제목도 대충 지은티 팍팍 나죠?아마도 정신은 이미 꿈나라로 갔었나봅니다.
아참,묻고 싶은게 있는데 말이죠.
여러분들이 평소에 아끼는 남자주인공 성격 좀 알려주세요.
영 감을 못잡겠습니다.보다시피 전 좀 능구렁이같은 남주를 선호하구요ㅋㅋ.
시덥잖은 주제에 길기만 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즐거운 주말되세요.
첫댓글 ㅋ 어떡해..결국 둘이 됬군여..ㅋㅋ보면서 조마조마 했는데..ㅠㅠ 교도소 가서 10년 살다왔구먼.ㅋㅋ이거 그 후 없나..ㅋㅋ 둘이 결혼하는거 보고잡은데
고마운괴짜AB님, 그 후 이야기라...생각치않고 있었는데 한번 깊게 생각해볼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너무재밌어요!!!!!!!!짱짱
번외써주세요!!
고마운가을님,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아, 달달하다. 꺄웅
고마운공허한마녀님,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헉..진짜글잘쓰세요!번외진짜기대되요ㅠㅠㅠㅠ다음이야기너무기대되요!다른소설도많이써주세요!
고마운범이나라님,과찬이세요ㅠㅠ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꺄~완전 달달해요^^글 잘 쓰시네요^^후후후+ㅁ+앞으로 목록에 써나야겠군!!(전 재미있는글만나오면 작가이름을 외워찾아서 읽는답니다!!)그럼 다음 소설도 기대하며 좋은하루되세요!!!-번외 부탁드립니다!
고마운구슬퍼우는아이님,영광입니다....ㅜ0ㅜ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노래와잘어울리는소설이네요...왠지새로운시작을하는소설인거같아서감명깊게읽었어요^ㅠ^
고마운율린냔님,인생은언제나새로운시작이죠^0^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잘쓰시네요>_<ㅋㅋㅋㅋㅋㅋㅋ근데 너무 늙은담에 만났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