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11) - 절박한 기후위기
어느덧 우여곡절이 지속되는 한 해의 반이 지나고 풍년이 영그는 7월이 문을 열었다. 이른 아침 집 앞의 들판에 들어서자 잘 자란 농작물의 초록향기 가득하고 무리 지어 비상하는 조류들의 날개 짓에 힘입어 하반기의 첫 발걸음이 가뿐하다. 같은 염원일까, 지인이 염원하는 7월의 소회는 이렇다. 7월에는 일곱 가지의 기쁜 일, 멋진 일, 좋은 일, 행복한 일 가득하시라.
풍년이 영그는 집 앞의 들판
희망을 담은 염원과는 달리 우리 앞에 다가서는 현실은 엄중하다. 예사롭지 않은 기후위기가 생태계를 위협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지구촌의 파열음이 곳곳에서 위험신호를 발신한다. 수많은 위험요소 가운데 범인(凡人)의 안목으로 고른 첫 번째가 기후위기, 이는 젊은 시절부터 주목한 지구촌의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결혼에 즈음하여 아내에게 피력한 인류에의 호소는 이렇다.
‘사랑하는 인류여!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가? 우리의 공통의 적은 무엇인가? 이 지구는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는가? 우리가 전쟁이다, 민족주의다, 이념투쟁이다 하고 싸우고 다투는 동안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공해가 우리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가? 지진과 기근과 질병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가공할 무기와 군비경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후와 기상이변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인가?’
오늘자(6월 1일) 집에서 구독하는 두 일간지에서 다룬 공통화제는 기후위기, 최근 한반도에 드리운 폭염과 폭우의 폐해와 함께 인류생존의 급소에 해당하는 기후위기의 실태를 함축적으로 다룬 기사를 공유한다.
1. 기후변화가 보낸 경고장
충북 괴산에서 과수원을 하는 이00 씨는 올해 복숭아 농사를 망쳤다. 때 이른 폭염 때문이다. 원래 170g 정도인 열매가 지금은 130g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높은 기온으로 복숭아 열매가 미처 크기도 전에 생장을 끝낸 탓에 경매 가격이 폭락했다. 6월 한 달간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진 데 이어 전국 곳곳에 물 폭탄 수준의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폭염과 폭우라는 여름철 극한기상이 동시다발로 한반도를 덮치는 것이다. 폭염과 폭우 등 극한기후현상이 연속적이거나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복합재해(complex hazards)’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상학자들의 경고가 나온다. 본지가 기상자료개방포털을 통해 6월 기후를 분석해보니 서울의 6월 평균 최고기온은 30.1도였다. 1908년 여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7년 만에 최고치다.
장마의 기세는 더 심상치 않다. 주말 전국 곳곳에는 물 폭탄 수준의 폭우와 함께 거센 돌풍까지 불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지역은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368.6㎜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해 1973년 관측 이래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많은 장맛비가 내렸다. 초여름부터 폭염과 폭우가 맞물려 나타나면서 복합재해의 위험성은 커지고 있다.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climate+inflat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여름철 이상기후가 물가 상승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는 2035년까지 온난화와 폭염으로 식품 물가가 연간 최대 3.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젠 기후변화에 따른 물가 상승에도 정부가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중앙일보 2024. 7. 1 ‘기후변화가 보낸 경고장’에서)
지난달 29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 굵은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2. 이산화탄소라는 기후 급소
약초와 독초는 양날의 검이다. 얼마큼 쓰는가에 따라서 약도 되고 독도 된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 기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이산화탄소가 바로 그런 경우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전혀 없다면, 현재 영상 15도인 전 지구 평균기온은 영하 18도가 되었을 것이다. 자연적인 이산화탄소는 기온을 33도 상승시켜 우리가 살 수 있는 기후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우리가 살 수 없는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 산업혁명 이전 이산화탄소는 100만 개의 공기 분자 중 약 280개였지만 현재 420개로 증가하였다.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수백 년 동안 공기 중에 남아 누적된다. 인간이 증가시킨 이산화탄소는 현재 1초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5개 폭발과 같은 열을 우주로 못 빠져나가게 하여 지구 평균기온을 약 1.1도 상승시켰다. 이는 공룡이 멸종한(6500만 년 전) 이후 가장 빠른 자연적인 기온 상승보다도 약 10배나 빠르다. 수천 년 걸리던 자연적인 기후 변화가 이젠 우리 생애 안에 일어난다. 이와 함께 지역에 따라 다른 기온 상승이 기후 균형을 무너뜨린다. 결국, 기후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불안정해져 변덕스럽고 혹독한 날씨가 더 자주 강하게 일어난다. 급소에 충격을 가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급소는 생명의 중요한 맥이 흐르므로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음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기후에 큰 영향을 일으키는 급소다.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기후 급소에 충격을 가한다.’(동아일보 2024. 7.1 조천호의 ‘이산화탄소라는 기후 급소’에서)
기후 급소이기도 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