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ㅡ
극장을 가려면 시오리를 걸어서 다리가 슬슬 아파올 즈음 극장이 나타났다.
극장 부근에는 쌀집이 있어 우리는 강냉이를 주고 몇 푼 받아 표를 끊어 들어갔다.
엄앵란과 신성일이 나오는 영화는 나왔다 하면 히트작이 되어 우리는 그 두 남녀의 애정영화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러나 그 두 남녀는 키스씬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들은 결혼을 했고 그때부터 엄앵란은 내게 멀어져 갔다.
....나쁜 년, 나를 두고 신성일에게 갈 줄 알았다면 팬이 되지 않았을 거다......
나는 엄앵란을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고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 배신감이란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요즘이야 키스씬을 흔히 보지만 그 당시에는 키스는 신성일만이 할 수 있는 전유물인지 알았다.
결혼하고 엄앵란은 들어갔고 뒤를 이어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많이 나왔지만 신성일은 그 모든 여배우를 독차지 했다.
최은희, 윤정희, 남정임, 고은아 등등 내로라 하는 여배우 모두를 안고 입을 빨 수 있는 신성일은 내 우상이었다.
그렇다.
그도 영화배우가 되는데 나도 영화배우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당시에는 영화배우 학원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서울은 멀었고 내가 통신강의로 신청해 배우수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었다.
나는 끝방에서 별별 모션을 쓰며 때로는 전쟁영웅도 되었고, 깡패 보스도 되었고, 신성일이가 남정임을 격렬히 안고 입을 빠는 멋진 연기를 정신없이 했다.
푸른 들판에서 남정임이 뛰어갔다.
나는 그녀 뒤를 쫓아 뛰어갔다.
그녀는 "나 잡아 봐라."며 뛰어가다 풀밭에 쓰러졌다.
나는 그녀 위에 엎어져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의 부라우스 단추를 열고 봉긋하게 솟은 유방을 더듬으려는데 문이 덜컹 열리더니 형수가 나타났다.
베개를 껴안고 남정임에게 키스하던 나를 형수는 어떤 생각으로 보았을까?
완전히 나의 추태가 발각되어 한동안 형수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나를 변태로 보았을지 연기를 하는지 아직 모르신다.
세월이 흘러 그 변태도 중년이 되었고, 아름다운 앵란 누님도 가끔 방송에서 보면 여자는 저렇게 추녀(?)로 변할 수 있는지 내 눈을 의심하게 된다.
내 우상 신성일씨도 이제는 키스씬도 못해 볼 노신사가 되어 개명을 하신 강신성일씨로 변했다.
나 또한 영화배우의 꿈을 접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카메라 테스트를 받는 날 ㅡ
면접하던 자식이 말했다.
촬영장에 오면 말 타고 달리는 장군 뒤에서 화살에 맞아 뒈지는 배역을 주겠노라고......
개자식 ㅡ
내가 배우를 안 하면 안 했지 엑스트라는 안 한다.
지금도 나는 이효리나 채시라, 문소리 등과 키스씬이나 정사씬은 출연료를 받지 않고 해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엑스트라는 결코 하지 않으리란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첫댓글 ㅋㅋㅋ 그 생각 끝가지 가지세요 ㅋㅋ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
요즘은 엑스트라도 못해서 난리라고 하든데 그래도 그마음 변함이 없나요...ㅎㅎㅎ....재미있게 보았네요
행동하는 도둑넘으로 ^^활맞아 뒈져도 한번 나와나 봅세요.
ㅋㅋ...입 가리고 쿡쿡
고루고루 다 하셨네요 재미있네요 ㅎㅎㅎ
지금도 꿈을 꾸고 계시는건 좋지요...그시절 연기자는 우리의 우상이었듯 요즘애들도 연기에 관심이 많아 중학시절 저도 면접보는 울 애들따라 갔었는데 한사코 말리는 애들 아빠의 반대로 지금은 평범히들 살고 있네여.^^*
대단하싶니다, 지도 신성일 배우게반해 알둘놈이름을 성일라 지었단말임니다 참웃김니다 지금와서 아들놈이름바꾸고싶지만....
꿈은커야된대유~!근데하필가버린 남정임여유?
꿈도 야무지시군요, ㅎㅎ 젊은 여자배우들과 정사신을 다 생각하시고 ~ 역시 도둑님 다우시군요.어~휴 어떡해..아무데서도 불러 줄 기미도 없는것 같은디.....ㅋㅋ
님의글위에 서 한참을 하하 호호 ㅋㅋㅋㅋ 대며 즐기고 갑니다 넘 재미있었습니다 소시적 연기공부가 지금빛을 발하는것 같습니다 가끔 울님들 박장대소하게 잼난글 마니마니 올려주이소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님께서는 강냉이 팔아서 극장표를 사셨군요~ 저는 보리쌀 퍼주고 극장표사서 남정임때문에 여자에눈 떤네요...
얼라리? 이분도 남정임이네요? 울이모부도 남정임한테반해 딸이름을 정님이라고..지금까지..
ㅎㅎㅎㅎㅎ재밌습니다.엑스트라하다가 기회되며 유명배우와 키스신도 할수 있을텐데....아깝네요 ㅎㅎ
도독님 우리네 웃음을 도독질 하시는 실력이면 소설가로 나가세요 클낫어요 청춘방에 들리면 독님만 찾고 있으니 눈까지 흠처가시면 장님이되면 더 클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따라 서울에 배우학원 들락거려본 경험이있지요 이상하게도 몇년전에 의사와 녹차 때문에 카메라에 ....그 다음해 여섯시 내고향 한시간 촬영하였는데 모두 소백 죽령에서 ...재미난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