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신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했지만 개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6개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주물 냄비 개발은 3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아이치도비는 두가지 신기술을 개발했다. 하나는 냄비 뚜껑을 닫았을 때 열이 새나갈 수 있는 틈새를 100분의 1㎜ 이하로 줄이는 밀폐 기술이었다. 1년 반 연구 끝에 주요 프랑스 경쟁사보다 밀폐성을 10배 가까이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다음은 주물에 법랑(琺瑯에나멜)을 코팅하는 기술. 에나멜은 섭씨 800도에서 연소하는 데 주물은 720도가 넘어가면 성질이 변한다. 주물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법랑을 굽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1년 반이 또 걸렸다.
구니히로 대표는“이전까지 극소수 프랑스 기업만 보유했던 기술로, 일본에서는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고 전했다. 그렇게 탄생한게 버미큘라 냄비다.
그는“주조공정, 법랑공정, 정밀가공 3개 기술을 다 갖춘 기업은 아이치도비밖에 없다. 100년 후에도 냄비 안쪽에 새겨진‘메이드 인 재팬’ 로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요리 애호가 입소문에 고급 브랜드로 성능이 뛰어난 냄비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초기엔 인지도가 부족해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는 시간문제였다. 요리사나 블로그,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요리업계 인플루언서 (influencer) 등에게 버미큘라 냄비를 무료로 제공한 뒤 평을 부탁하자, 이를 접해본 요리인들이 품질을 높게 평가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제품이 방송에 소개되자 주문 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2010년 평균 50개였던 월 생산량은 오늘날 1만2000개로 늘었다. 현재 아이치도비는 제품, 품질, 가격에 걸맞은 고급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유럽에서 주물 냄비 전용 요리책이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 버미큘라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을 담은 요리책도 내놓았다. 최근엔 유기농 소재로 만든 냄비 받침대, 앞치마 등 주방용품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구니히로 대표는“냄비와 밥솥을 만드는 단순 제조기업이 아니라 (요리 관련 문화를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