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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도심의 마지막 남은 거대 유휴공간인 삼산매립장과 돝질산 일원을 도시의 역사와 추억이 담긴 소중한 공간으로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공간 및 토지이용계획을 담은 종합적인 계획수립이 시급하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 지역 최고의 조망지 자랑하는 돝질산 옛 식생 복원을 정수식물 식재·습지 조성등 여천천 자정능력도 제고 삼산매립장 생태공원화 사업 타당성 평가 우선 실시 더러워진 삼산들 말끔히 되살려 후손에게 물려줘야
울산 도심의 마지막 남은 거대 유휴공간 삼산매립장과 돝질산 활용 방안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1960년대 잘못된 도시개발 정책으로 하루 아침에 양지에서 음습한 공간으로 전락한 이 곳은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21세기 울산 시민들에겐 사라진 도시의 향수와 기억을 되살리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지역 모두 삼성정밀화학이 대부분 토지 소유권을 가진 곳으로, 30년 넘게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토지소유자의 소유권 회복 기대심리에 비례해 지역 사회에도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태화강 마스터플랜에 포함된 삼산매립장 생태공원 조성사업뿐만 아니라 돝질산 공원조성계획을 포괄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계획적·체계적인 공간 및 개발계획을 수립·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돝질산 공원조성계획 수립
'이수삼산'의 마지막 남은 돝질산의 봉우리는 76년 3월 여천근린공원(27만5000㎡)으로 지정돼 인근 지역과 같은 개발의 바람은 모면했지만, 행정기관과 시민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면서 잊혀져 왔다.
30년 넘게 방치된 돝질산은 과거의 식생은 거의 사라졌고, 바다와 시가지, 하천이 내려다 보이는 최고의 조망점을 자랑하는 정상부도 군부대 철수 이후에 쓰레기장으로 전락해 또다시 외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시의 돝질산 공원조성계획 수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재원 부족 타령에서 벗어나 이제라도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해 토지이용과 동선, 시설배치, 조경, 기반시설 등 공간·시설계획과 단계별 예산 투자계획을 세워야 한다.
주변 도로 개설과 공단 개발에 따른 생태통로 단절로 토종식물을 몰아내고 아카시아, 가죽나무를 비롯해 미국자리공, 돼지풀, 울산도깨비바늘 등 귀화(외래)식물이 장악한 돝질산의 식생도 복원해야 한다.
공해에 찌들고 산자락이 잘려나간 돝질산에 울산시와 시민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돝질산은 다시 전설과 추억의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올 수 있다.
◇여천천, 자연친화적 생태하천 복원
돝질산과 삼산매립장을 가로지르는 여천천을 되살려 내지 않는 한 옛 삼산들 일원을 생명의 공간으로 부활시킬 수는 없다. 여천천 하류의 수질은 BOD 20ppm을 웃돌아 전국 도심 지천 중 최악의 수질을 보이고 있다.
남구청은 하천유지수 확보, 하상 준설 및 정비, 수질정화시설 설치 등의 여천천 자연형 하천 정화사업(7.18㎞ 구간)을 내년까지 완료해 현재 하천수질을 BOD 5ppm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남구청은 현재 소정교와 여천3교 지점에 소규모 수질정화시설을 설치해 하루 1만곘의 생활하수를 생물학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나, 여전히 곳곳에서 생활하수가 계속 유입돼 하천의 수질을 근원적으로 개선하기는 역부족이다.
또 하천유지수 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염도가 높은 8만곘의 태화강물을 취수해 여천천 중류의 소정교와 도산교 지점에서 방류하려는 계획도 기존 여천천의 자연생태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 곳에 많은 양의 바닷물이 유입되면 하천 바닥에 해양성 파래가 자라는 기수역형 생태계가 조성되고, 하상과 하안은 유지수와 조석의 영향으로 빠르게 침식돼 현재보다 깊은 하상이 길게 이어져 자연형 하천의 모습은 사라지게 된다.
또 해수 방류로 염도 높은 기수 생태계로 변한 여천천에 수시로 발생하는 강우 땐 담수로 치환돼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른 생태계 충격이 예상되고, 하천내 정체구역에서의 악취(갯비린내)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주)한국아쿠오시스 양시천 대표는 "여천천에 각종 정수식물을 심고, 습윤지를 확대해 자연적인 와류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 삼성자동차학원 뒤편 자연습지 11만㎡와 야음공원을 연계해 생태습지 공원으로 조성해야 하천의 자정능력이 회복되고, 주변환경에 어울리는 동·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진정한 생태하천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산매립장 생태공원 조성
울산시는 삼산매립장(삼산지구, 여천지구) 25만7750㎡ 일원을 시민 휴식공간 및 차단녹지대, 주변경관 제고, 매립장의 환경적 복원 및 토지이용의 효율성 향상 등을 고려한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태화강마스터플랜에 포함시켜 장기계획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삼성정밀화학 소유 토지 24만430㎡와 개인 7128㎡, 국유지 1만192㎡의 토지보상을 포함한 총 700여억원을 투자해 삼산매립장 일원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삼산매립장 일대는 도시계획상 완충녹지 지역이어서 토지이용계획도 완충녹지 및 자연녹지 용도에 맞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울산시의 친환경 골프장(퍼블릭골프장) 활용계획은 최근 여건 변화와 삼성정밀화학 측의 도시공원지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오는 2012년부터 삼산매립장 부지(500억여원) 매입비를 포함해 750여억원을 들이는 완충녹지 조성 계획도 지방 재정여건상 사업추진이 불가능해 국가차원의 사업 추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처럼 울산시의 삼산매립장 활용에 뚜렷한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시민·환경단체 등도 도심의 녹지 축이자 생태이동통로가 되는 완충녹지나 생태공원(울산숲) 조성, 태양광 발전소시설 건립, 현 상태 존치 등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 이상현 연구원은 "태화강 마스터플랜에 삼산매립장 생태공원 조성계획이 포함돼 있어, 이 곳의 완충녹지 토지이용계획에 맞는 타당성 평가와 실시설계 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삼산천의 수질개선 방안은 3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시 관계자도 "삼산매립장 일원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삼산매립장 일원은 침출수 수질 등 생태공원 조성 기반이 안돼 2010년이 돼야 최종 활용 방향이 결정될 것 같다. 매립장 활용방안에 대해 현재 각 부서별로 검토 중에 있으나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조국 근대화의 중심축 역할을 하면서 성장 중심의 도시개발 정책으로 오염되고 훼손된 삼산들과 돝질산이 미래 어떤 모습을 울산시민들에게 물려주느냐는 울산시와 토지소유자, 시민사회의 환경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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