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의 퍼지는 상태가 예사롭지 않은 모양입니다. 병실이 모자라서 재택 진료를 받는 환자가 1만명을 넘었는데 그들의 진료 상태가 말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 상황을 듣는 것은 참으로 몸서리친다고 하는 게 맞는 말 같습니다. 아무쪼록 내남 없이 누구나 병 걸리지 맙시다. 날은 갈수록 찬바람이 세지고 추워지는데 병까지 걸리면 이거 목숨이 붙어 있어도 사는 게 아닐 수 있습니다. 답답합니다, 정말.
수목 소설은 어제에 이어 "전설3 [일루전ILLUSION]제3부 건국과 단정반대"입니다. 달성군에 다녀온 양수는 용철과 헤어져 매리의 거처를 찾아와서 빈 방을 군불 넣어 데우고 이부자리에 몸을 묻었습니다. 난데없이 사회주의와 기독교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지난 번 용철과 함께 6연대를 방문했을 때 군사책이라는 이재복 목사와 대화했던 내용을 다시금 반추하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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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고요 최지훈 작
왜옥동네의 전설•3
일루전ILLUSION
제3부건국과 단정 반대(제21회)
2. 단정 반대 투쟁-⑬
그가 방바닥이 더워져서 요와 이불 속이 따뜻해오기 시작하자 그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아마도 막 잠에 떨어졌다 싶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매리가 귀가한 것이다. 매리는 혼지 밖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들어왔지만 양수는 저녁을 어떻게 해결하고 잠이 든 것인지 저녁은 거른 채 그냥 잠이 든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곤히 잠이 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깨우기로 맘먹고 그의 상체를 흔들어 잠을 깨웠다.
“저녁 식사를 하고 주무셔야지요?”
“저녁? 먹었는데? 달성군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위원장 동지와 큰장(서문시장)에서 국밥 사먹었어.”
“포장집 국밥?”
“응.”
“그걸로 요기가 돼요? 나 간단하게 상 차릴게.”
“일없다니까. 요기가 되고도 남았다고. 지금 아무 생각 없으니까 매리도 벗고 누워 그만.”
“정말 그래도 돼요?”
“그럼 되고말고지.”
“그럼 나 발 좀 닦고 들어올게요. 그냥 주무세요.”
매리는 두 손을 요 밑에 손을 밀어넣어 보더니 그대로 일어나 다시 부엌으로 내려갔다.
“국수가 있는데 삶아줘요?”
매리가 부엌에서 안에 대고 소리쳤다.
“허허이 참. 발 닦았으면 그냥 들어와요. 아궁이 군불이나 살펴봐주고.”
“알았어요.”
매리는 군볼 때문에 아궁이에 걸려있는 솥에 끓는 물을 대야에 퍼내어 발을 닦았다.
매리가 이부자리를 가만히 들추어 양수 옆에 몸을 천천히 밀어 넣자 그때까지 잠이 든 것처럼 꼼짝 않던 양수가 숨었다가 나타난 맹수처럼 매리를 덮쳤다.
둘은 함께 늦은 아침에 기상했다. 매리는 국수를 삶아서 상을 차렸다.
식사를 하면서 양수가 물었다.
“학원 강의가 밤늦도록 진행되는 까닭이 뭐지? 그때까지 아아들이 공부하러 학원에 나오능강?”
“대학 입학 시험이 코밑에 닿았잖아요.”
“그렇구나 참말로. 그래서 국어 공부하는 아아들도 많다 말이지?”
“지난 해, 대입 시험에 영어나 수학보다 국어 시험이 당락을 좌우했다 안캅니까? 그러이까 올해도 국어 강좌가 불이 납니더. 학원장도 그저 내 강좌만 들다보고 있는 판이라 카이까네. 원장은 수학 선생이거든요.”
“수학 선생이 국어 강좌를 들다보마 뭐 알아묵나? 강의를 바로하는동 거꾸로 하는동?”
“강의실 분위기 보는기지 뭐예.”
“분위기를 본다꼬?”
-----12/2(목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