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결혼식
10월 26일. 청첩장 하나가 집으로 도착했다. 제발 아니길 바랬던 윤현재 너의 이름이 적힌 청첩장이였다.
도대체, 그래... 도대체 너는 무슨 생각으로 이제야 너를 잊어보려 발버둥치는 내게 이딴걸 보냈을까?
모르겠다. 나는 윤현재 너란 남자를 모르겠다. 몇개월 전만해도 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일꺼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제 너란 남자를 모르겠다.
너와 참 어울리는 깔끔한 청첩장을 열어 너와 그녀의 이름이 적힌 그곳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
꾸욱 다물고있던 입술사이로 작은 한숨이 비집고 나왔다. 그러다 복받쳐오는 배신감에 청첩장을 구겨 버렸다.
발아래 내던져 짓밟아 보고 분에 못이겨 갈기갈기 찢어버렸지만, 결국엔 어린아이처럼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네가 원망스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도대체…. 그래 도대체 너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나에게 보냈니.
도대체 내가 뭘 어쩌길바래..?
10월 26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할 너희 둘의 결혼식에서 깽판이라도 쳐줄까?
아니면, 그 날 결혼식장에 못가게 널 납치라도 해버릴까?
그것도 아니라면,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으며 사랑의 맹세를 할 너희 둘을 보며. 헤어졌던 그 날처럼 자살시도라도 해주길바래?
그러길바래? 끝끝내 너를 원망하며 그렇게 또 병신처럼 울길바래?
도대체 내게 원하는게 뭐야…. 도대체.. 내게 이러는 이유가 뭐야?
너는 우리가 헤어지던 날 다 잊었겠지만, 미련하게도 나는 아직 아니야.
병신같지만 나는 아직 아니야.
그러니 제발‥.
제발, 날 화나게 만들지마.
윤현재...너는 날 잘알잖아.
이미래를 잘알잖아.
* * * *
“ 미친거 아니냐? 그 개새끼가 무슨 낯짝으로 그런걸보내!!”
“ 26일이야..”
“ 이미래!”
“ 나한테 이딴걸 보낸 성의를 봐서라도 나 갈까? 그 날 갈까?”
“ 너 돌았냐? 돌았어?! 니가 거길 왜 가! 무슨짓을 하려구!!”
“ 미친짓 따위 안해. 그런 짓 생각했음, 이미 그 여자 죽이고도 남았어. 단지‥.”
확인하려는 것뿐이야.
죽을만큼 날 사랑한다던 네가…. 나를 품에 안났던 네가….
그런 네가 정말 날 잊었는지.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너는 행복해하고있는지..
그걸 확인하려는 것뿐이야….
내게 미쳤다며, 돌았다며 그 날 가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지연이를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 찢겨진 청첩장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서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새하얀 종이조각들을 바라보다
결국 쭈그려 주저앉아 그 종이조각을 하나씩 주었다.
그런데 참 엿같게도 흩어진 마지막 한조각이 너와 그 여자의 이름이 써있는 종이였다.
그렇게 내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렸는데 붙어있는 이름을 보고있자니 가슴에서부터 올라오는
분통함과 서러움에 TV 옆에 놓았던 펜을 들어 너의 이름아래 써져있는 그녀의 이름을 새까맣게 지워버린 뒤
떨리는 손으로 그 아래 내 이름을 써넣었다.
하지만 툭-하고 떨어진 눈물에 내 이름이 잉크로 번져버렸다.
알아볼수없을만큼 그렇게 번져버렸다.
꼭 지금의 내 마음처럼‥.
* * * *
내일있을 너의 결혼식에서 너와 헤어진 뒤,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나는 잘살고있다는걸 보여주기위해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지만, 결국엔 잠을 설쳤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네 얼굴이 자꾸만 나를 괴롭혀 도저히 잠을 잘수가 없었다.
결국 한숨도 못잔 덕에 푸석푸석해진 피부와 다크서클 그리고 두통이라는 빌어먹을놈이 나를 반겼지만,
그깟 두통따위는 늘상 있었던 일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옷장에서 까만색 정장을 꺼내입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던 날 입었던 옷과 동시 너를 처음 만나던 날 입었던 옷이 였다.
...
생각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예식장엔 그리 많은 사람들이 있진 않았다.
정면에 보이는 전신거울을 바라보며 옷차림새가 이상하진않은지 다시한번 확인한 체 예식장으로 들어가려하면,
내 반대편에서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고있는 너를 보았다.
병신처럼 골골거리는 나와 달리 너는 6개월전보다 훨씬 좋아진 모습이였다.
환하게 웃고있는 너의 얼굴을 보고있자니. 뭔가 억울하기도하고,
나만 너를 사랑했던 것 같은 기분이들어 분하기도했다.
꽤 좋아보이는 너에게 다가가 내가 아팠던만큼만 너를 망가뜨려버릴까하다가
아프고 병신같은건 나 하나로 족한 것같아 결국 뒤돌아섰다.
그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아무도 없는 계단으로 가면,
순간 따스한 다른 누군가의 손이 내 손목을 감싸쥐더니,
“ 왔으면 나한테 와야지 병신아….”
라는 익숙한 말이 내 귀에 울려퍼졌고, 익숙한 품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 뭐야. 안본사이에 왜 이렇게 말랐냐. 밥은 먹고 다녀?”
어느새 다가온 너는 나를 이리저리 살피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6개월 전 헤어진 연인 사이라고 믿을수없을만큼 너는 예전처럼 다정히 나를 대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날 대해주는 너와 달리, 나는 예전의 나처럼 너를 대할수가없었다.
“ 손 놔.”
“ 청첩장보내면서 너 안오면 어쩌나 걱정했어.”
“ 니 결혼식장에서 개망신 당하기 싫으면 손 놔!”
손목에 느껴지는 윤현재의 따스함이 싫어 거칠게 손을 비틀어빼내려했지만,
잡힌 손목은 빠지지않았다. 단지 이 빌어먹을 두통만이 심해질뿐이였다.
“ 보…고싶었어. 너무 보고싶었어.”
“ ….”
“ 미래야 네가 보고싶었어.”
예전처럼 나를 바라보며, 예전처럼 나를 대하며 나를 끌어 안으려는 너를 있는 힘껏 밀어내려했지만,
결국엔 병신처럼 안겨버렸다. 그 익숙한 품에 다시 안겨버렸다.
그리고 그 익숙한 품에서 나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었다.
다시는 안기지 못할 너의 품에서….
이제 다른 여자의 품이 될 너의 품에서….
나의 남자였던 너의 품에서….
“ 오늘같은 날 이런 말하는거 정말 우스운거 아는데, 이 말만은 꼭 해주고싶었어.”
“ ….”
“ 정말 사랑했다. 한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이건 진심이야”
5년을 함께했던 내 연인 윤현재야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해…. 나 또한 진심이고, 나는 늘 그랬어.
너는 나를 매정히 버렸지만, 나는 늘 너를 사랑했어. 너를 죽을만큼 미워하면서도 나는 너를 사랑했어.
나는 오늘 네가 정말 나를 잊었다면 헤어졌던 그날처럼 니가 보는 앞에서 손목을 그어버리려했어.
그런데 보고싶다는 네말에 사랑했어라는 네 말에 결국엔 내 다짐은 무너져내려.
그러니 현재야 앞으로도 날 잊지마.
너는 나를 버렸지만 나를 잊으면 안돼.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어서도.
너와 그 여자의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가 생긴다해도 너는 나를 잊으면 안돼.
너를 사랑했던 이미래를 잊어선 안돼
“ 키스해줘…. 마지막으로 키스해줘. 현재야”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처럼…. 나를 사랑하던 그때처럼….
다른 여자의 남자가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만 그때로 돌아가줘….
어느새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너의 허리를 두팔로 끌어안고 두 눈을 감으면,
미안해라는 너의 말과 함께 너의 따스한 손이 나의 볼을 감싸고
너의 뜨거운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였다.
* * * *
너와 그 여자의 결혼식은 많은 이들의 축복과 함께 시작되었다.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씩씩하게 등장하는 너와 꽤 잘어울리는 신부가 등장하면,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기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예식장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줄 곧 너에게 하고싶었던 마지막 말을 혼자 되뇌인다.
결혼식장으로 오는 내내 너에게 하고싶었던 말을..
이제 그 여자의 남자가 되어있을 너에게 하고싶었던 말을..
현재야. 내 연인이였던 사람아‥.
너는….
“ 행복하지마….”
사랑했던 나를 두고, 늘 너를 기억하고있을 나를 두고‥.
너만 행복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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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랑이였던 닉네임을 바꾸고 정말 오래 잠수를 탔다가 다시 활동하네요..
이 소설은.. 정말정말 오래 묵혔던 소설이지만, 행복하지말라는 미래의 대사를 좋아해 올립니다.
다 읽으셨다면, 1분도 안걸리는 힘내라는 댓글정도는 센스아닐까요?
첫댓글 ...번외는없나요?너무슬퍼요ㅠㅠㅠ무슨이유떄문에헤어졋는지가궁금해요!
-너무 오래전에 쓴 소설이라 번외를 써도 본편과 다른 느낌이 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제 마음으로써는 번외를 쓰지않는 쪽이 더 낫지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말씀하신 헤어진 이유는 아마 현재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다른여자를 택한.. 뭐 그런이유이지 않을까요? 그럼 범이나라님 좋은 주말보내시고, 댓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슬퍼요 뉴뉴
-슬펐다니 다행이네요! 너무 오래 묵혀놓은거라.. 사실 올려놓고도 걱정했는데! 어쨋든 인터넷소설닷컴님 댓글 너무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슬퍼요ㅠ@ㅠ...~ 번외 부탁드려요ㅠㅠㅠㅠ
-이햐(...) 진짜 제 소설 최고의 댓글은 역시 슬프라는 말인것같네요!! 이게 바로 새드엔딩쓰는 맛인듯..? 어쨋든 태껸아님 댓글 너무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신종도 조심하세요!
헐, 이런 타입이에영 나 이런거 너무 좋아하죠 !
-이야 공허한마녀님 저랑 통하신건가요? 저도 이런타입좋아합니다! 특히 여자주인공이 독하디 독한.. 그런 캐릭터를 좋아라하죠! 마침 지금 쓰고있는 것도 독한여자컨셉인데! 이것도 우리 공허한마녀님이 좋아해주실려나???라는 마음이 드네요! 저와 비스무리한 내용을 좋아라하는 공허한마녀님 좋은 주말보내시고, 댓글 정말 감사드려요!
-괴짜AB님.. 혹 절 아시는건가요?ㅠㅠ정말 오랫동안 활동을안해서 아시는분이 없을...꺼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알아봐주시는 분이 계시니 정말 감동이여요♡ 어쨋든 괴짜AB님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무한한 감사드리고!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정말 폭풍 감동인거 아시죠? 그럼 언제나 신종 조심 감기조심입니다!
저도 닉넴을 봐꿨답니당!!땅콩다솜이었어여..ㅋㅋㅋ
-아! 그러셨구나 ㅎㅎ 닉넴 변신을 하셔서 제가 못알아봤구나ㅠㅠ앞으로는 자주자주 뵈어요!
번외궁금해요 ~~ 왜 헤어졌을까요 ㅠㅠ
- 어익후 번외를 궁금해 하시는군요!ㅠㅠ 그런데 아마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번외는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원악 번외를 쓰지않는 타입이기도 하고.. 너무 오래전에 썼던 소설이라 이 분위기가 안나올 거 같아요! 하지만 제 생각에 이 뒷이야기는 미래가 결국 미치지 않을까 싶어요! 전 원래 그런 이야기 좋아하거든요ㅎㅎ 미치거나 죽거나 ... 어쨋든 목소리원래큼님 댓글 너무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보내시길바라겠습니다 아! 신종도 조심하세요
까아아아아번외!!!!!!!꼭써주세요!!!완전대박
-비명의 댓글까지 달아주셨는데 아쉽게도 번외는 없을 듯 합니다..ㅠㅠ 마지막 주저리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너무 오래전에 쓴소설이라 번외를 쓰면 완전 딴 문체가 되어버릴까봐 겁이나서 못쓰겠어요..흑.. 어쨋든 율리냔님 댓글 너무 감사드리고!! 뒷이야기는 미래가 미쳐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일드라마의 아내의 유혹..처럼?! 그럼 좋은 하루보내시고! 신종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번외요~ㅋㅋㅋㅋ
-음! 번오가 없을 거 같아ㅠㅠ 댓글로 뒷이야기를 써드리자면, 아마 미래가 미치지 않을까요? 집뜰이나, 둘이 쇼핑하는 다정한 모습을 볼때마다 조금씩 미치는거죠 그러다 정말 훽가닥해서 현재 아내를 납치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그러나 엔딩은 결국 미래가 자살하는 뭐!! 저는 그런엔딩을 생각하고있습니다!ㅎㅎ그러나 번외는 쓰지않을꺼예요ㅠㅠ대신 다음소설을 기다려주세요! 그럼자몽이님 좋은 하루보내시고, 언제어디선 신종조심 감기조심입니다!
아 정말 좋아요 ㅠㅠㅠ 하지만 은근 남자가 여자랑 이벤트 하려고 벌인일이길 바랫는데 제가 상상력이 너무 터무니 없죠 ?ㅋㅋㅋㅋ
남자모에요
ㅠㅠㅠ남자 ㅠㅠ모임..ㅠㅠ 너무 불쌍해요 여자랑...ㅠㅠㅠ 갑자기왜 ㅠㅠ여자버리고 딴여자랑결혼해요!! ㅠㅠㅠ 여자불쌍해요 ㅠㅠㅠ
아 현재 뭔죠 결혼하는 마당에 사랑했었다고 하는 건 뭐죠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흐멀흐멀 듭니다. 당연히 번외 있겠죠 아 근데 위 댓글을 보니...
너무 슬프네요...
이훙.............남자 바람둥이네
남자 넘 못됐어요, 버림받은 미래도 불쌍하고 행복할 신부도 불쌍하네요, 저런 남자들이 양다리 많이 걸치죠, 태도를 확실하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