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는 고려사에 언급될 만큼 역사가 긴 사금융이다.
돈을 빌려주면서 맡아두는 담보가 사람이면 인질(人質), 물품이면 전당(典當)이다.
근대적 형태의 전당포는 19세기 말 개항기를 기점으로 1960~1970년 대에 전성기를 누볐다.
전당포는 불편하다.
주인공의 범행장소로 나온 도스토엽스키의 '죄와 벌'을 떠올리든, 원빈이 웅크리고 있던
영화 '아저씨'를 연상하든 음습하고 비정하다.
더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찾는 '막장' 이미지도 섞였다.
1987년 2350곳이었던 전당포는 신영카드 보급으로 골목길에서 사라져 갔다.
칙칙했던 전당포가 최근 몇 년 사이 이미지를 바꿔 부활했다.
지금 전당포가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 서울 강남이다.
압구정동.청담동 일대에만 7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대로변에 번듯한 간판을 달고 일반 금융회사처럼 밝은 내부에서 정장 차림 직원들이 고객을 맞는다.
고가의 가방.시계.귀금속. 때론 외제차도 오가는 '명품전당포'다.
대학가 주변엔 'IT 전당포'가 성업 중이다.
돈이 궁한 학생들이 노트북.스마트폰 등을 맡기고 30~50만 원을 가져간다.
IT 제품은 감정이 수비지만,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기 때문에 상호나기간이 짧다.
전당포에 고객이 유난히 몰리는 날은 매달 카드결제일이다.
신용카드에 밀려 쇠락했던 전당포가 카드빛을 갚아주는 상황이 흥미롭다.
올 들어서는 핀테크를 호라용한 '온라인 전당포'가 등장했다.
급전이 필요한 고객이 물품 사진을 찍어 올리면 30분 내에 감정평가사가 가치를 매기고,
전당포들이 그걸 보고 각자 대출 조건을 제시하는 형태다.
고객은 최적 대출 조건을 내건 전당포를 선택하면 된다.
전당포 이자율이 높은 것은 상환율이 70~80%로 낮고, 맡긴 물품이 가짜일 수 있는 리스크 탓이다.
고객 입장에선 맡기는 담보물의 가치가 일방적으로 매겨지는 게 불만이다.
온라인 중개 서비스는 전당포의 원천적인 취약점을 보완해 고객과 업소 모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산업 규제개혁회읭서 의외로 '전당포'가 언급했다.
현 대부업법 시행령은 계약할 때 자필기재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음성녹음도 인정해 온라인 전덩포의 걸림돌을 해소한다는 내용이다.
'구시대 유산'이란 딱지를 떼고 신산업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전당포의 변신이 놀랍다.
김회평 논설위원